수직농장 업계 경영난 속 파산·정리해고…여전히 신규 수직농장 건설 계속되는 까닭은?

“향수 원료 등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

경제침체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부터 수직농장 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 3대 수직농장 스타트업 중 2곳인 앱하베스트(AppHarvest)와 에어로팜(Aerofarms)은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유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글로우팜(Glowfarms)은 이미 폐업했고, 독일 인팜(Infarm)은 직원 중 절반을 해고했습니다.

현재 업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엇갈립니다.

회의론자들은 수직농장이 인공조명 등으로 에너지 집약적일뿐더러, 농산물 판매 수익성도 낮단 점을 지적합니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수직농장이 기존 농업보다 토지와 물소비량이 낮단 점을 피력합니다. 또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농작물을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는 방법임을 피력합니다.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이 대두된 상황에서 수직농장에 계속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단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업계 파산·정리해고 속 신규 수직농장은 계속” 🤔

현재 업계가 흔들리는 것은 맞으나, 투자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단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2012년 컨테이너형 이동식 수직농장으로 화제를 모은 프레이트팜스(Freight Farms)는 지난 8일(현지시각) 신규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업이 개발한 컨테이너형 농장은 세계 600여곳에서 이용 중입니다.

 

▲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본사를 둔 프레이트 팜스는 선적용 컨테이너를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해 이름을 알렸다. ©Freight Farms

프레이트팜스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합병돼 상장되는 것이며, 거래는 올해 말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합병 준비 과정에서 프레이트팜스의 기업가치는 1억 4,700만 달러(약 1,956억원)로 평가됐습니다. 회사 측은 “(합병 및 상장을 통해) 전 세계에 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큐빅에이커스(CubicAcres)란 신생 업체는 지난 7월 370만 달러(약 49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업은 2024년 1분기 운영을 목표로 1,000만 달러(약 133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건설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년 창업한 에덴그린테크놀로지(Eden Green Technology)란 스타트업은 미 텍사스주 클레번 일대에 수직농장 시설 2개를 착공했습니다. 이 기업은 올해 5월 기준 미 전역 소매점 400여곳에 농산물을 공급 중입니다.

미 스타트업 플렌티언리미티드(Plenty Unlimited·이하 플렌티) 또한 앞서 올해 5월 3억 달러(약 3,990억원)를 투자해 캘리포니아주에 대규모 수직농장을 건설 중입니다.

플렌티에 투자한 미국 2위 유통업체 크로거(Kroger)에 생산한 농산물을 더 많이 판매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피치북 “수직농장 스타트업 상당수에 폭풍 지나가” 💨

물론 플렌티 또한 여느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직원 일부를 해고했고,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 중이던 수직농장을 폐쇄했습니다.

유럽도 미국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만 파산 또는 폐업을 신청한 기업도 최소 15곳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업계가 어려운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강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이 꼽힙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수직농장은 전체 수익의 약 60%를 전기세로 지출합니다. 이는 수익성을 갖춘 사업이 27%에 불과한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소비자들이 일반 농산물 대비 비싼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단 것도 문제였습니다.

즉, 수익모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 속에서 악재가 겹치며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문을 닫은 것.

이에 대해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은 “(올해 상반기) 수직농장 스타트업 상당수에 폭풍이 지나갔다”고 비유했습니다.

 

식량불안·기후변화로 유럽 업계에 VC 투자 이어져 💰

상황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피치북은 올해 2분기(4~6월) 유럽 내 수직농장 등 애그테크 산업에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이어졌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거래건수나 투자 규모 모두 비교적 안정적이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이는 올여름 식량불안과 기후변화 영향의 여파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 5월 핀란드 기업 아틱파밍(Arctic Farming)은 35만 유로(약 4억 9,700만원)를 투자받았고, 푸투라가이아(Futura Gaïa)란 프랑스 기업도 1,100만 유로(약 156억원)를 투자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 프랑스 스타트업 정글은 은방울꽃 등 향수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Jungle

수익 창출 문제 여전…일부 기업 “향수 원료 등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 🌼

수직농장을 바라보는 회의론자와 옹호론자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신규 건설은 어려울 뿐더러, 투자금이 감소함에 따라 산업이 쇠퇴할 것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반대로 창업 비용이 감소하고, 지속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산업이 다시 커질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농산물을 팔아 당장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렵단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아예 수직농장에서 바닐라빈과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습니다.

2016년 설립된 프랑스 스타트업 정글(Jungle)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업은 세계 최대 민간 향수·향료 기업 피르메히니(Firmenich)와 파트너십을 맺고 향수 원료가 되는 작물을 재배 중입니다.

향수 원료가 되는 은방울꽃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방울꽃 재배를 위해 100가지 작물 연구개발에만 3년을 투자했고, 이중 12개 작물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 정글 공동설립자인 니콜라스 세가이와 길레스 드레이퍼스는 은방울꽃 등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를 위한 3년간 연구를 했다고 밝혔다. ©Jungle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길레스 드레이퍼스는 “수직농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빠른 성장주기로 적절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작물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드레이퍼스 CEO는 지나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업계가 초기 태양광 산업이 수익성이 없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드레이퍼스 CEO는 “수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고 비즈니스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수익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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