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Electrification)는 탄소중립의 주요 솔루션이나 일부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가변성과 그로 인한 전력계통의 부하 문제, 고온·고출력이 요구되는 중화학공업·중장비 운송의 전기화 어려움 등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이를 해소하는 대안 기술로 청정수소(Clean Hydrogen)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수전해조를 이용한 그린수소,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를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제거한 블루수소가 대표적인 청정수소입니다.
덕분에 청정수소 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3일 한국딜로이트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청정수소 경제가 2030년 연 6,420억 달러(약 830조원)에서 2050년 연 1조 4,000억 달러(약 1,8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 주요국도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별로 청정수소의 정의가 다르고, 정책에서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도 다릅니다.
이에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순으로 주요국의 청정수소 동향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日 세계 최초 국가 수소전략 6년만에 개정…“수소 1㎥당 180원 목표” 🇯🇵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각) 일본 정부는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수소기본전략’을 개정했습니다.
2017년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의 수소사회 실현’을 목표로 국가 주도의 수소전략을 수립해 발표했습니다.
일본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일찍부터 수소에 주목했습니다. 덕분에 일본은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6년만에 개정된 일본 수소기본전략. 일본 정부는 이번 개정에서 향후 15년간 민관공동으로 15조 엔(약 1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최대 8조 엔(약 72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민간 부문에서 조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수전해조 등 수소 생산 장비 공급을 늘려 청정수소 생산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본 정부는 구체적으로 현재 1㎥당 100엔(약 900원)인 수소 가격이 2030년 무렵 30엔, 2050년에는 20엔(약 18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수소 공급량이 2040년까지 현재의 약 6배인 1,200만 톤, 2050년까지는 연간 2,0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탄소차액결제계약(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정수소와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간의 가격차액을 보전하는 보조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독일 및 영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추진 중입니다.
‘자원소국’ 일본, 수전해조·연료전지 등 기술개발 매진 중 ⚙️
사실 청정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해야 합니다. CCUS를 사용해 생산하는 블루수소의 경우 천연가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수소의 국내 생산에 대한 제약을 인정하고, 자국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개정안에는 수전해설비·연료전지 등 9개 분야를 전략분야로 정의하고 중점 지원한단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일본계 기업이 설치한 수전해조 용량이 15GW(기가와트)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하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세계를 선도해온 일본의 기술을 더욱 확대해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수소 공급망을 꾸준히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3월 경제통상리포트에서 일본의 기술 수준에 대해 “일본 기업이 세계 최대급 수전해장치(설비) 건설 경험과 세계 최고의 요소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KOTRA는 “제조설비 대형화를 위한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유럽 기업 등이 선행”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후쿠오카·후쿠시마·야마나시, 3대 수소 클러스터에선 무슨 일이? 🤔
현재 그린수소 등 일본 내 청정수소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곳은 ▲후쿠오카현 ▲후쿠시마현 ▲야마나시현 등 3곳입니다. 이 3개 지역에는 일본 수소기술과 관련해 핵심 연구개발시연(RD&D) 센터들이 밀집해있습니다.
먼저 후쿠오카의 경우 2009년 후쿠오카 현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수소에너지제품연구시험센터(HyTReC)’가 소재해 있습니다. 이 센터는 2000년대부터 산·학·연 협력을 통해 청정수소 이용을 위한 후쿠오카수소전략(Hy-Life)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후쿠시마와 야마나시에서는 메가와트(㎿) 규모의 수전해설비를 사용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년 설립된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단지(FH2R)’는 1만㎾(킬로와트)급 수소제조시설입니다. 설립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습니다.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야마나시 수소·연료전지(HFC) 클러스터(산업단지)’가 설립됐습니다. 해당 실험은 도레이주식회사와 도쿄전력 등이 야마나시현과 공동으로 수행했습니다.
수소 공급 위해 호주·사우디 등 국제협력에도 공들여 🌐
한편, 일본은 수소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수소 관련 기술개발과 더불어 국제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을 위한 기반시설(인프라) 등 여건이 부족한 만큼, 수소 수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2017년부터 호주(갈탄), 브루나이(천연가스), 사우디아라비아(태양광) 등 자원부국과 협력해 청정수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호주 빅토리아주의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갈탄수소화프로젝트’입니다. 7개 일본 기업으로 구성된 ‘기술연구조합 탈탄소 수소 공급망 추진 기구(HySTRA)’가 추진해 ‘히스트라(HySTRA)’ 프로젝트로 불립니다.
수소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는 CCUS로 제거하기 때문에 블루수소에 해당됩니다. 추출된 수소는 영하 253℃에서 액화돼 특수 선박을 통해 일본 고베시로 운송될 계획입니다.
일본은 2017년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착수, 2022년 호주에서 생산된 수소를 액화수소로 전환했습니다. 또 같은해 일본 고베까지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 해상수송에 성공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청정수소, 색깔 대신 탄소집약도에 초점…“그린수소 발전 저해 우려” 🟢
다만, 일본이 수소전략에서 그린수소 대신 그레이·블루수소를 우선시하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청정수소에 대한 정의 때문입니다.
이번 개정안에서 일본은 저탄소수소의 범위를 수소 1㎏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4㎏ 이내인 수소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 정의(3.38㎏CO2e/㎏H2)와 유사하지만 4㎏CO2e/㎏H2을 제시한 한국보다는 엄격한 기준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그레이·블루수소를 우선시하고, 그린수소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신재생에너지연구소(REI)는 개정안에 그린·블루수소에 대한 기준 및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모든 수소를 좋은 수소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소경제 모아보기]
①: 日 ‘수소전략’ 6년만에 개정…“그린수소 발전 저해 우려 나와”
②: EU 수소정책 핵심, ‘재생에너지’라고?…아프리카 그린수소에 ‘新식민주의’ 비판도
③: 美 최초의 청정수소 전략·로드맵 공개…“글로벌 수소경쟁 촉매제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