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절반 이상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무공시 시기를 2028년 이후가 적정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ESG 의무공시 시기를 2026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한 바 있습니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확인한 결과, 대한상의는 최근 주요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 관련 기업의견’을 조사했습니다. 자산 2조 원 이상 12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합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상장사협의회 등이 함께 했습니다.
조사 결과, ESG 의무공시 도입 시기를 2028년 이후(2028~2030년)가 돼야 한다는 기업이 전체 58.4%에 달했습니다. 2030년 도입이 25.6%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8년 도입은 19.2%, 2029년은 13.6%였습니다.
2026년(18.4%)과 2027년(23.2%)에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합쳐서 41.6%였습니다.
“기업 ESG 공시 부담 vs 의무공시 도입 시기 늦춰선 안 돼” 🏦
조사 결과, ESG 공시의무화 시기에 대해 절반 이상의 기업이 2028년 이후로 응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아직 많은 기업이 공시의무화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혼란과 부작용 방지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비교적 준비되는 시점인 2029년 혹은 2030년에 ESG 의무공시가 시작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백태영 위원은 19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국은 ESG) 공시를 2028년에 시작할 분위기”라며 “기업이나 국가가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 위원은 “한국 정부가 ESG 의무공시를 늦추더라도 (기업들이) 걱정을 안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ESG 공시를 더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주요국 기업과의 경쟁 자체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상장사 56% 스코프3 공시 반대…“스코프1·2 공시 역시 자율성 맡겨야” 📢
ESG 공시항목을 두고도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먼저 기업들이 원하는 ESG 공시의무화 방향에 대해서는 ‘거래소 공시’가 38.4%로 가장 응답이 많았습니다. ‘사업보고서 내 공시’를 택한 기업은 전체 2.4%에 불과했습니다.
또 스코프3 공시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56.0%의 기업이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0.0%로 뒤를 이었습니다. 스코프3 공시에 찬성한 기업은 전체 1.6%에 그쳤습니다.
현재 국내 ESG 공시 공개초안에서 스코프3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항목은 산업계의 반발이 가장 거센 항목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기업 의견수렴을 거쳐 스코프3 공시 적용 여부와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입니다.
스코프1·2 공시 여부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중대성을 판단해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4%로 과반수를 차지했습니다. 스코프1·2 의무공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7.2%에 그쳤습니다. 아예 반대하는 응답은 3.2%였습니다.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기업 부담 ESG 공시항목 완화 필요 🤔
ESG 공시의무화 대상을 종속기업까지 포함하여 공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연결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재무제표 공시를 하는 기업은 같은 기준으로 모든 해당 기업에 대한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9.2%는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아예 공시대상에 종속기업을 포함시는 것데 ‘반대한다’는 의견도 33.6%로 적지 않았습니다. 찬성한다고 답한 기업은 4.0%에 그쳤습니다.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가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 10곳 중 6곳(64%)이 반대했습니다. 나머지 기업 중에서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29.6%로 뒤를 이었습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회계공시도 수십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착돼 온 걸 감안하면, ESG 공시를 기업들이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조 원장은 이어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충분한 준비기간과 함께 기업에게 부담되는 공시항목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