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취약계층·산업·지역을 대상으로 여러 사업이 추진 중이나, 공간적·통합적 접근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기후정의’가 반영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 지원방안’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3월 27일 공개됐습니다.

연구원은 “탄소중립 전환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나 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간 역량과 경험에 격차가 크다”며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 문제에 대한 고려와 지역정책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뿐더러, ▲기업 ▲산업종사자 ▲지역주민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별로 관련 정책을 다르게 바라본단 문제도 확인됐습니다.

 

국토연구원 “한국 ‘정의로운 전환 정책’, 아직 초기 단계 머물러” 📢

국제사회 역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며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초기 노동운동의 일환이었으나, 지역 관점까지 포함하여 지속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도 명시돼 있는 개념입니다. 대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기후정의에 대한 개념도 탄소중립기본법에 포함돼 있습니다.

  • 정의로운 전환 🚶: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
  • 기후정의 ⚖️: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의 이행 부담을 사회가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는 유사해 보입니다.

 

▲ 국토연구원은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 지원정책의 범위와 효과를 제시했다.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이 초기 단계라고 짚었습니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 등 특정 산업과 관련 노동자 지원에 국한돼 접근하고 있을 뿐이란 지적인데요. 이에 형평성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탄소중립 전환의 영향은 특정 부문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전환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공간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종합 점검하여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산업·건물·수송 부문 모두 취약한 우리나라 지역은? 🗺️

연구원은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의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은 탄소배출량이 많고 탄소중립 전환의 영향과 부담이 크며 이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지역을 말합니다.

연구원은 크게 에너지·산업·건물·수송 등 4개 부문에서 지역배출*과 지역영향** 및 부담을 지표로 취약지역을 분석했습니다. ▲지표 선정 ▲참고값 산정 ▲부문별 분석 ▲종합 진단 절차 등으로 진행했고, 단계별 구체적인 방법론은 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역배출: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지역의 감축 필요량.

**지역영향 및 부담: 탄소중립 전환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 및 전환에 따른 지역 부담의 특성과 강도.

 

▲ 국토연구원은 에너지·산업·건물·수송 부문에서 지역배출과 지역영향 및 부담 지표를 이용해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을 도출했다. ©국토연구원

4개 부문의 분석결과를 중첩하여 연구를 진행한 결과, 모든 부문에서 고위험 취약지역으로 도출된 곳은 강원도 ▲강릉 ▲동해 ▲삼척 ▲전남 여수였습니다.

연구원은 “이들 지역은 화력발전소와 같은 고탄소산업이 지역 내 주요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며 “관광산업 등으로 인해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도 에너지소비가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대응력까지 고려하면 이들 지역 중 강릉과 삼척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3개 부문(산업·건물·수송) 취약지역에는 ▲광주 북구 ▲강원도 평창 ▲충남 공주 등 25개 지역이 포함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산업도시 지역이 해당 부문에 속했습니다.

연구원은 “물류거점 지역에 고탄소산업이 집중돼있어 산업 부문에 취약한 지역은 수송에서도 취약성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도시 원도심 지역은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 취약성이 드러났습니다. 2개 부문(건물·수송) 부문 취약지역 분석 결과, ▲부산 금정 ▲서울 서초 ▲인천 연수 ▲경기 고양 등 17개 지역이 포함됐습니다.

배출, 영향, 부담 지표에 있어 우리나라 전체 지역 중 절반 정도가 2개 이상 부문에서 취약성을 보였습니다.

 

▲ 강릉안인화력발전소의 건설 현장. ©강릉에코파워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탄소중립 전환 취약지역 지원 방향은? 📝

일부 지자체는 이미 인구 감소와 대체 산업 부재 등을 이유로 지역 쇠퇴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소외지역에 역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쉽게 말해 취약지역 지원이 균형발전을 고려하며 이뤄질 필요가 있단 것.

이에 보고서는 4가지 취약지역 지원 방향을 도출해 제언했습니다.

  • 탄소중립 추진전략서 기후정의 주류정책화 ⚖️: 연구원 기후정의를 부처별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포함시켜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보고서는 취약지역에 대한 전략과 과제를 담은 범부처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 취약지역 정책 변화 과학적 추진 기반 마련 ⚗️: 취약지역 지원이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과학적인 추진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취약지역 선정을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며 취약지역의 경제·사회·환경적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 섹터커플링 촉진 🗺️: 지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을 촉진하는 취약지역 전환계획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공간 단위 지원도 제도화해야 합니다.
  • 장소기반접근 🌐: 마지막으로 장소기반접근(Place-based Approach)을 적용해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사회가 탄소중립 지식을 학습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됩니다.

***섹터 커플링: 가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하여 사용·저장하고 부문 간 결합하는 시스템. 초기에는 난방, 수송 등 최종 사용 부문에서의 전력화를 뜻했지만 현재는 에너지 공급부문 간 결합까지 포함한다.

 

▲ 2021년 9월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회원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기후정의를 외치는 모습. ©Stefan Müller

‘정의로운 전환법’ 입법 추진 공전 중…“세계 각국 여러 정책 활발히 추진” 🌍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산업 전환 관련 제정 법안은 총 3개입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정의로운 전환법)’,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 법률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산업전환시 고용안전 지원 등에 대한 법률안’입니다.

이들 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법안을 낸 3개 정당 모두 법안의 신속 통과가 필요하단 점에 인식을 같이했으나 좀처럼 속도는 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연구원은 탄소중립 전환에 취약한 지역을 지원하는데 시사점을 얻고자 해외 지원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스코틀랜드 ▲영국 런던의 사례를 검토했습니다.

 

▲ 미국은 환경오염으로 소외된 지역사회를 식별하기 위해 ‘기후 및 경제 정의 선별도구(CEJST)’를 만들었다. ©CEJST

그중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Justice40 Initiative)’를 추진 중입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미 행정부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의 환경정의 프로그램입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과도한 부담을 지닌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소외지역에 연방 투자 혜택 40%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요 투자 대상과 범위에는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청정교통 ▲지속가능한 주택 등이 해당합니다.

미국 행정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지리공간지도도 개발했습니다. 일명 ‘기후·경제 정의 선별도구(CEJST·Climate and Economic Justice Screening Tool)’인데요. CEJST는 미국 전역에 걸친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소외지역을 파악하고 검색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은 범정부 차원에서 환경정의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취약지역 지원을 주류정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지난 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환경정의실(Office of Environmental Justice)을 신설하는 동시에 환경문제로 빈곤층 유색인종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연방정부 기관이 나선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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