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을 위해 태양지구공학(SRM) 기술 검증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스위스 정부의 제안이 철회됐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태양빛의 일부를 차단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생물다양성 손상이나 오존층 파괴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우려가 큰 기술입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스위스인포·클라이밋홈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스위스 정부는 제6차 유엔환경총회(UNEA-6)에서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으나 회원국들의 반발로 상정한 결의안을 철회했습니다.
2년을 주기로 열리는 유엔환경총회는 국제환경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련 국제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회의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한 이번 총회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엿새간 열렸습니다.
스위스, 태양지구공학 검증위 제안…“미국·일본·사우디, 제안 지지” ⛅
앞서 2019년 열린 유엔환경총회에서도 스위스 정부는 태양지구공학 검증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당시 지지를 보냈으나, 미국 등 주요 회원국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그럼에도 스위스 정부는 태양지구공학 기술 검증에 필요하단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기후대응 명목으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사용될 시 일어날 영향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단 뜻입니다. 자칫 태양지구공학 기술로 인한 부작용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UNEP 195개 회원국과 과학기술 대표들이 임명한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검증한단 계획입니다.
총회 개최 직전 세네갈·기니·조지아·모나코·이스라엘 등이 스위스 정부의 제안을 공식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지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남미·태평양 도서국, 태양지구공학 검증위 구성 반대 의사 피력” 🤔
그러나 스위스 정부의 이번 제안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반대가 거셌습니다. 특히, 50여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협상그룹(AGN)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양지구공학 기술 검증위가 자칫 기술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단 우려 때문입니다. 또 태양지구공학 기술 관련 논의가 되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지연시킬 수 있단 주장도 나왔습니다.
알리 모하메드 케냐 기후특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매우 초기단계에 있다”며 “그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는 배출량 규제에 해결책이 많다”며 현실적인 기후대응책에 힘을 실어줄 필요성을 요구했습니다.
콜롬비아·멕시코·피지·바누아투 등 4개국 또한 태양지구공학 기술 검증위 제안에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도와 유럽연합(EU) 또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클라이밋홈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멕시코 대표단은 스위스 측의 결의안이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결의안 초안이 스위스 정부의 말처럼 포괄적이지도 ‘예방적 접근 방식’을 다루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태양지구공학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미래세대에게도 전가한단 것이 멕시코 정부의 입장입니다.
미국 정부는 “개도국의 심각한 기후정보 격차 해소의 일환을 지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 국무부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논의는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과 부합해야 한다”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기후회복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부 국가는 태양지구공학 기술 추진 자체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위스, 태양지구공학 검증위 상정 결의안 철회 ⚖️
상당수 국가들의 반대로 스위스 정부는 총회 폐막일 전날(2월 29일)에 상정했던 결의안을 철회합니다.
펠릭스 베르틀리 스위스 환경대사는 “(총회에서) 이같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주요국이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메리 처치 국제환경법센터(CIEL) 활동가는 성명을 통해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며 “주요 오염원인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태양지구공학 기술 논의가 유엔 거버넌스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태양지구공학 프로젝트 수년 안에 가동”…국제안보 흔들어 버릴 것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AR6)에서 태양지구공학에 대해 “인류와 생태계에 광범위한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에어로졸 사용에 따른 해양산성화가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UNEP 또한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단, 기후대응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긴급대응’의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이크선셋이란 스타트업이 작년 초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정부 허가 없이 불법 실험을 했단 소식이 전해진 후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이같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수년 안에 소규모로 첫걸음을 뗄 전망이 나옵니다.
데이비드 키스 미 하버드대 기계응용공학부 교수는 최근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성층권에 인위적으로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프로젝트가 수년 안에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키스 교수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연구를 선도하는 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본격 도입에 앞서 축소된 실험이 세계 각지에서 진행될 것이란 것이 키스 교수의 말입니다. 이어 그는 실험에 대해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지구 기후모델에 미칠 영향은 작다”면서도 “지정학적으로는 큰 반항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소규모 태양지구공학 실험이 세계 지정학과 국제안보를 뒤흔들 수 있단 것이 그의 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