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불충분해 지구의 대기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기술의 엄격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란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개한 ‘하나의 대기(One Atmosphere)’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UNEP은 태양복사조정(SRM), 일명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과학적 연구 상태를 검토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 패널을 소집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UNEP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대응을 위해 당장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태양빛의 일부를 차단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대표적으로 성층권에 에어로졸 같은 입자를 퍼뜨리거나,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반사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결과적으로 지구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안적인 ‘비상’ 선택지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선택지 중 하나가 태양지구공학인 것입니다.

이어 안데르센 총장은 “태양지구공학의 잠재적 위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기후·환경·건강·사회적 측면을 염두해 두고 각 분야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유엔환경계획은UNEP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각 태양지구공학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UNEPShubham Shrivastava

UNEP “기후대응 충분치 않으면 태양지구공학 기술 적용될 가능성 있어” 🤔

앞서 언급한대로 각 분야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대응을 위해)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선택지”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기후행동이 불충분한 경우 이 견해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 “광범위한 기근, 대량 이주, 대량 사망 및 기반시설 파괴 등의 결과를 초래할 경우 계획된 비상대응의 일부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몇 년 안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현재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단 점도 언급합니다. 실제로 올해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사용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태양지구공학 기술과 영향에 대한 엄격한 연구가 진행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에 대한 국제거버넌스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1960년대 처음 언급된 태양지구공학 현재는 크게 3가지 기술SAI MCB CCT이 거론된다 SAI성층권 에어로졸 분사 MCB구름표백 CCT권층운 구름을 옅게 만들어 지구표면에 갇힌 열이 더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함 ©UNEP 보고서 캡처

보고서는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연구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와 기업들에 의해 실증적 연구와 실험이 추구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태양지구공학 기술로 주로 논의되는 것 중 하나는 이산화황(SO2)을 성층권에 살포하는 것입니다. 이산화황은 성층권에서 황산 에어로졸에 변해 태양에서 쏟아지는 빛의 일부를 반사합니다. 1991년에 일어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태양빛 반사에 지구 평균온도가 떨어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이산화황이 산성비를 초래할뿐더러, 오존층 파괴 면적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남극 오존층 복구가 수십 년이나 지연될 수 있고, 성층권에 에어로졸 주입 시 되려 구멍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태양지구공학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일회성 기회’라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 2월 27일현지시각 6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엄격한 연구를 촉구했다 ©공개서한 캡처

과학자 60명 공개서한 통해 “태양지구공학 엄격한 연구 촉구” 📢

같은날 6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엄격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이들 상당수는 미 컬럼비아대·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을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전 세계 권위 있는 기관 출신입니다.

이들 또한 태양지구공학이 기후변화를 위한 해결책이 아닌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GHG) 감축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영구적인 유일한 방법”이라며 “온실가스를 즉각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늘날 지구평균 온도가 파리협정의 상승 제한 목표인 1.5℃에 근접해짐에 따라 “태양지구공학을 사용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태양지구공학의 타당성과 영향에 대한 신속하고 엄격한 과학적 평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는) 태양지구공학 기술 구현에 필요한 효과적이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구성 요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릴리 푸어 국제환경법센터(CIEL) 기후·에너지프로그램 부국장은 입증되지 않은 태양지구공학 실험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회를 빼앗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푸어 부국장은 기후전문매체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Inside Climat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가 현재 인권 관점에서 태양지구공학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유엔총회에서 일부 정부가 태양지구공학에 관한 잠재적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현재 미국이 연구를 주도 중이나 중국과 인도 등도 연구 중이다 ©Sam Ward

태양지구공학 관련 국제협약 필수…“지정학적 갈등 촉발·무기화 우려” 🌐

태양지구공학과 관련한 국제협약도 필요하단 조언도 나왔습니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셰리 굿맨 선임연구원은 국제협약이 없을 경우 태양지구공학이 되려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굿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 국가가 기후를 개선하고 온도를 낮추려 시도하거나 적국에 대항하여 무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정학적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현재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미국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 백악관은 이 기술의 타당성 평가를 위해 지난해부터 5개년 연구계획과 전략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 선임고문을 맡았던 야노스 파스토리는 “(태양지구공학은) 화약고”라며 “특정 지역이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실험 중이라면, 잠재적으로 심각한 문제다”라고 밝혔습니다.

 

▲ 루크 아이스먼 메이크선셋 최고경영자CEO가 이산화항이 담긴 풍선을 미국 네바다주에서 발사하는 모습 메이크선셋은 이날 이산화항이 담긴 풍선 3개를 성층권을 향해 날렸다 ©Make Sunsets

멕시코서 실험 금지당한 메이크선셋 “미국서 태양지구공학 실험 진행해” 🎈

한편,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실험하던 스타트업 메이크선셋(Make Sunsets)이 미 네바다주 리노 인근에서 실험을 진행했단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이 기업의 실험은 지난해 멕시코 정부가 제지한 바 있습니다.

메이크선셋은 10g 미만의 이산화황이 담긴 풍선 3개를 성층권에 발사했습니다. 발사된 풍선 중 두 개는 위치추적기, 다른 한 개에는 카메라가 부착됐습니다. 회사 측은 미 연방항공청(FAA) 규정에 따라 풍선을 날린단 사실을 기관에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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