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논란이 많은 기술인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과 관련된 입장을 각각 내놓았습니다. 이들 모두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엄격한 연구와 국제협약의 필요성을 촉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지구 성층권 내 에어로졸 분사 등을 통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기술입니다. 다만, 대기 흐름을 교란시켜 기상 및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단 점에서 논란이 많은 기술입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태양지구공학 연구 및 규제 필요성 강조” ☀️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태양지구공학에 중점을 둔 잠재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요약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OSTP는 태양지구공학 기술 타당성 평가를 위한 5개년 연구계획도 수립 중입니다.

보고서는 미국 내 10개 기관의 의견이 수렴됐으며, 2022년 미 의회를 통과한 정부예산법안인 통합세출법에 의해 작성됐습니다.

먼저 보고서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당장 실행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태양지구공학 연구 및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OSTP는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태양지구공학과 관련된 포괄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 없다”고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총 44장으로 구성된 보고서에는 태양지구공학의 ▲정의 ▲기술 종류 ▲연구계획 ▲시나리오 결과 ▲국제협력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고서는 태양지구공학과 관련돼 크게 2가지 기술에 집중했습니다.

하나는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분사하는 기술입니다. 항공기가 대기 중에 에어로졸을 분사하면, 에어로졸이 태양빛의 입사를 막아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구름표백(Cloud Brightening)’이라 불리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해양 표면과 가까운 구름의 태양빛 반사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 호주 서던크로스대 연구팀이 태양지구공학 기술 중 하나인 ‘구름표백’을 시현하는 모습. 선박에는 바닷물을 빨아들인 후 안개와 같은 형태로 뿜어내는 장치가 있는데 이 물방울들은 상승기류를 타고 대기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Southern Cross University

“태양지구공학 기술,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 ↑” 🌊

보고서는 이들 기술이 “몇 년이란 시간 단위로 지구 평균기온을 크게 냉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도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 예로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훼손, 농작물 생산량 감소, 생태계 파괴, 이상 가뭄 및 폭우 등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배치에 따라 지구 기후시스템이 돌이키게 바뀔 수 있다”며 “우리의 이해에는 여전히 공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보고서는 태양지구공학과 관련된 국제협약을 개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무책임한 실험 등의 가능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 지난 6월 28일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관련 국제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EC

EU 집행위 “태양지구공학 기술 논의 위한 국제회담 제안” 🌐

백악관 OSTP 보고서를 발표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는 태양지구공학과 관련한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EU 집행위는 성명에서 태양복사조정(SRM) 등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세계적으로 분석하고 규제해야 할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그린딜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태양지구공학이 세계 여러 곳에선 논의되고 탐구되고 있다”며 “일부 사람들은 이 기술을 기후변화에 대한 잠재적인 대응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이어 “전 세계적으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논의되는 것은 위험이 상당하단 것을 뜻한다”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EU 집행위는 태양지구공학의 위험성과 가능성 모두를 논의할 수 있는 국제회담을 제안했습니다.

 

▲ 지난 6월 28일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관련 국제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NOAA

논란 속 태양지구공학, 이미 세계 각지서 실험 진행 중 🎈

현재 태양지구공학 기술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견이나 규범은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태양지구공학 실험이 이미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단 것입니다. 일례로 2022년 4월 메이크선셋(Make Sunsets)이란 한 스타트업은 멕시코에서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시도하려다 제지당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지구 성층권에 이산화황이 담긴 풍선을 쏘아 올리는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메이크선셋은 성층권에 방출된 유황 1g당 이산화탄소(CO2) 1톤을 제거하는 만큼의 상쇄효과를 낸다고 주장합니다.

메이크선셋 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작년 9월 영국 내 한 연구집단이 이산화황이 담긴 풍선을 발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습니다.

각국 정부는 태양지구공학과 관련해 연구자료를 수집 중입니다.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성층권 내 에어로졸 주입을 위한 ‘SABRE 프로젝트’의 1단계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상정보 수집기(WB-57)이 알래스카주 및 북극해 일대를 돌며 성층권 내 화학물질 등을 조사한 상태입니다.

EU는 현재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평가하기 위해 2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 중입니다. 그러나 2개 프로젝트 모두 실제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실험하는 것은 아니라고 EU 집행위는 못 박았습니다.

 

▲ 스웨덴 우주국이 에어로졸 분사를 위해 성층권에 열기구를 날려보내는 장면. ©SSC

각국 정부·투자자 중심으로 태양지구공학 분야 투자금 ↑ 📈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반대하는 한 비영리단체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EU 등 유럽에서만 초기 연구에 3,130만 달러(약 408억원)가 연구에 사용됐습니다.

같은기간 미국에서는 2,000만 달러(약 260억원)가 초기 연구에 사용됐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민간기관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태양지구공학 기술 연구에 자금이 몰리는 추세입니다. 각국 정부 및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3년간(2019~2021) 미국 NOAA에서만 태양지구공학 기술 연구에 2,200만 달러(약 286억원)이 사용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게이츠는 2021년 미 하버드대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는 환경단체 및 현지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됐습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또한 올해 초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태양지구공학 기술 사용을 제안하며 투자를 시사했습니다.

지난 2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말리·태국 등 개발도상국 과학자들의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잠재성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90만 달러(약 11억원)를 기부했습니다. 해당 기금은 15개국 81명의 과학자에게 전달됐습니다.

 

“기술 위험 및 불확실성 여전…국제협약 및 감시기구 마련돼야” 👀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기술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다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실험들을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또한 지난 3월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엄격한 연구와 함께 국제협약의 필요성을 촉구한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태양지구공학과 관련된 국제협약은 없는 상태입니다. 2019년 스위스가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추진한 바 있으나 결국 통과에는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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