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지구의 대기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기술을 실험하려던 미국 스타트업 메이크선셋(Make Sunsets)의 계획을 중단시켰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환경천연자원부는 자국 내 태양지구공학 관련 모든 프로젝트를 금지할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성명에서 “현재 태양지구공학을 다루거나 이를 다루는 국제협약이 없으므로 발사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태양빛의 일부를 차단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대표적으로 성층권에 에어로졸 같은 입자를 퍼뜨리거나,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반사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메이크선셋은 지구 성층권에 풍선을 쏘아올리는 태양지구공학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풍선 안에는 유황 입자가 담겨 있고, 풍선이 터짐과 동시에 이 입자가 대기 중에 살포되는 방식입니다.

 

▲ 루스 아이스먼 메이크선셋 공동설립자 겸 CEO는 지난 2022년 10월 4일 유황(이산화황)이 들어간 풍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Make Sunsets

메이크선셋 “유황 입자 담은 풍선 두 차례 발사”…관련 크레딧도 판매해 🎈

메이크선셋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루크 아이스먼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풍선을 발사했단 사실을 밝혔습니다. 첫 번째 풍선 발사는 초보적 수준이었고, 두 번째 풍선 발사는 2022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경을 맞댄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주에서 실행됐습니다. 두 실험 모두 회사가 설립된 지난해 10월 이전에 시행됐습니다.

해당 실험 사실은 지난해 12월 공개됐는데요.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멕시코 정부가 태양지구공학 관련 실험을 모두 금지시킨 것.

메이크선셋은 성층권에 방출된 유황이 1g당 이산화탄소(CO2) 1톤을 제거하는 만큼의 상쇄효과를 낸다고 주장합니다.

아이스먼 CEO는 미 기술매체 MIT 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에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돈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유황을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메이크선셋은 ‘냉각 크레딧(Cooling credits)’을 판매했습니다. 유황 입자 1g 가량을 함유한 풍선을 성층권에 날리기 위해 10달러를 지불하는 식입니다. 올해 1월 초에 판매된 크레딧 수는 약 18건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회사 측은 벤처캐피털인 부스트VC(Boost VC)와 파이오니어펀드(Pioneer Fund)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75만 달러(약 9억 2,760만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단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들 초기 투자자들이 해당 크레딧을 구매했단 것도 공개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부스트VC는 메이크선셋에 50만 달러(약 6억원) 이상을 지원했습니다. 파이오니어펀드는 논평에 응답하지 않았으나, 온라인 포트폴리오에 메이크선셋을 포함했습니다. 올해 1월 초에 판매된 크레딧 수는 약 18건으로 알려졌습니다.

 

▲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다양하게 논의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기술은 비행기·열기구 등을 이용해 성층권에 에어로졸·이산화황 같은 미세입자를 대량으로 뿌려 햇빛을 반사시키는 것이다. ©Heinrich-Böll-Stiftung

과학계, 메이크선셋 실험 우려…“연구 부족·감시기관 부재” 🔥

메이크선셋의 앞선 실험이 실제 기후변화 완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애당초 풍선이 성층권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이스먼 CEO는 언급했습니다.

메이크선셋이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진행했단 소식이 알려지자 과학계는 즉각 우려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들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태양지구공학은 논란이 많은 연구 분야입니다. 일부 과학계 및 환경단체는 태양지구공학을 도덕적 해이로 간주합니다. 이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단 우려 때문입니다.

태양지구공학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합니다. 관련 기술이 농업, 생태계, 인간의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도 부족한 상황인데요.

2019년 미 하버드대는 연구를 통해 대기 중에 미세입자 등을 살포해 햇빛을 반사하면 온난화 효과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태양지구공학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강우량 감소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소속 연구진이 성층권에 있능 에어로졸의 크기와 수를 측정하기 위해 풍선을 날리는 모습. ©Patrick Cullis, NOAA GML

둘째, 대기과학이나 기술의 영향 등 태양지구공학에 특별한 지식이 없는 이가 독자적 행위로 기후개입을 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현재까지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감시 및 규제하는 기관이나 국제협약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카네기 기후 거버넌스 이니셔티브(Carnegie Climate Governance Initiative)’는 정부·국제협약·과학기관 등 누구든 나서 태양지구공학을 비롯한 기술을 감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이니셔티브의 소속된 야노스 퍼스토르 이사는 메이크선셋의 실험에 대해 “책임감 있는 연구를 위한 광범위한 감독과 명확한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태양지구공학과 같은 기후조작) 실험을 추진하는데 사회적 허가가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결정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 스웨덴 우주국(SSC)이 에어로졸 분사를 위해 성층권에 열기구를 날려보내는 장면. ©SSC

태양지구공학 연구자 “태양지구공학 사회적 합의 필요한 기술” 🤝

태양지구공학 분야 연구를 선도하는 데이비드 키스 미 하버드대 교수는 메이크선셋의 실험 소식에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키스 교수는 태양지구공학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기술임을 강조했습니다.

키스 교수와 마찬가지로 태양지구공학을 연구 중인 슈치 탈리치 미 아메리칸대 교수도 우려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탈리치 교수는 메이크선셋의 실험이 되려 태양지구공학 연구 분야에 대한 민간 및 정부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단 점을 우려했는데요.

또 태양지구공학 연구를 제한하라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멕시코 정부 ‘태양지구공학’ 실험 금지 결정…메이크선셋 “해당 결정에 수긍” 🤔

일단 메이크선셋은 멕시코 정부의 결정에 수긍했습니다. 회사 측은 성명서가 나온 당일(18일) “(태양지구공학 실험에 대한) 과학적 전문성과 감독에 대한 요구를 지지한다”며 “이를 좀 더 빨리 고려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타당성 평가를 위해 5개년 연구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해당 계획에는 일단 ▲기후개입 연구 목표 정의 ▲대기 조성 모델링 분석·관찰·모니터링에 필요한 능력 ▲기후개입 방법 평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태양지구공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 미국 정부가, 태양지구공학 5개년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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