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기후대응을 위해 태양지구공학(SRM) 기술 검증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유엔환경계획(UNEP) 총회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태양빛의 일부를 차단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성층권에 에어로졸 같은 미세입자를 퍼뜨리거나,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반사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단, 생물다양성 손실이나 오존층 파괴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우려가 큽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태양지구공학 기술 사용을 검증하기 위해 유엔전문가그룹을 UNEP 총회에서 제안할 계획입니다.
UNEP 총회는 오는 26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엿새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립니다.
스위스 “UNEP 총회서 태양지구공학 기술 검증 위원회 설치 요구할 것” ⛅
스위스 정부는 UNEP 총회에 제출할 결의안에 대해 “태양지구공학의 잠재적인 위험과 부정적인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정부 대변인은 클라이밋홈뉴스에 “태양지구공학은 총회에서 떠오를 새로운 정치적 의제”라며 “스위스 정부는 태양지구공학 같은 기술의 위험성과 국가간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사용될 시 일어날 영향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단 것이 스위스 정부의 설명입니다.
스위스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UNEP 195개 회원국과 과학기술 대표들이 임명한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검증한단 계획입니다. 2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태양지구공학과 관련해 보고서를 작성한단 구상입니다.
세부 내용은 각국 정부가 협상을 벌인 뒤 UNEP 총회에서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세네갈·기니·조지아·모나코 등이 스위스 정부의 제안을 공식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에도 태양지구공학 검증위 설립 제안한 스위스, 韓도 당시 지지” 🤔
스위스 정부의 이번 제안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UNEP 총회에서도 스위스 정부는 태양지구공학 검증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프란츠 페레즈 스위스 연방환경청 당시 국제부 책임자는 “국제사회의 통제 없이 누군가 태양지구공학을 적용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더는 SF(공상과학)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스위스 정부의 제안에는 한국 정부 또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제안은 주요국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태양지구공학 검증 논의 필요 vs 되려 기술개발·실험 정당성 부여” 🥊
메이크선셋이란 스타트업이 작년 초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정부 허가 없이 불법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했단 소식이 전해진 후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UNEP은 독립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태양지구공학과 관련한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UNEP은 보고서에서 기후대응을 위해 태양지구공학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단, 기후대응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긴급사태’ 선택지 중 하나로 태양지구공학이 고려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연구가 확대돼야 하는 동시에 대규모 야외 실험을 유예할 필요성을 각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의 이네스 카밀로니 기후학 교수는 스위스 정부의 이번 제안을 환영했습니다. 카밀로니 교수는 유엔이 태양지구공학 기술과 관련해 “공평하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논의를 촉진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독일 기후싱크탱크 클라이밋애널리틱스의 기후과학 책임자인 칼 프리드리히 슐뢰스너 박사는 이번 제안을 우려했습니다. 슐뢰스너 박사는 “과학적 관점에서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논의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판도라의 상자’다”라고 밝혔습니다.
메리 처치 국제환경법센터(CIEL) 활동가는 “UNEP 산하에 전문가 위원회를 설립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회가 되려 태양지구공학 기술개발과 실험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더 시급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AR6)에서 태양지구공학에 대해 “인류와 생태계에 광범위한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에어로졸 사용에 따른 해양산성화가 예시로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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