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금융 정상회의 성과는? “‘둠 루프’ 해결 위해 기후재원·손실과 피해 기금 등 논의”

“기후재난 겪은 개도국, 부채상환 한시 유예”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재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담(Global Financial Pact Summit)’이 주요 선언 없이 폐막했습니다. 그럼에도 작지만 일부 성과도 있었던 평가가 나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정상회담은 지난 22일부터 23일(현지시각)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양일간 열렸습니다.

40여개국 정상이 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대표 30여명도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기후대응에 취약한 개도국을 위해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개도국 부채탕감 및 기후금융과 관련해 18~24개월간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빈곤퇴치와 기후대응 사이에서 선택해선 안 된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행 시스템이 빈곤 및 기후대응에 적합하지 않다며 세계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회담에서 둠 루프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Mia Mottley, 트위터

바베이도스 총리 “둠 루프 해결 위해선 금융시스템 개혁 필수” 🌡️

애초 이 회담은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약속한 1,000억 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기후재원(Climate Financ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해 열렸습니다.

앞서 선진국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줄일 수 있도록 최소 1,000억 달러의 기후재원을 조성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해당 약속은 2020년까지였으나, 약속은 달성되지 못했습니다. 당사국들은 이 기간을 2025년까지 연장했습니다. 기후재원은 2011년 이후 매년 평균 650억 달러(약 85조원) 정도만 조달돼 지원되고 있습니다. 이는 선진국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모틀리 총리는 기후문제로 인한 피해가 저소득국가에 집중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 저소득국이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빚을 지고, 부채를 상환하느라 재정난에 빠졌단 것. 모틀리 총리는 이른바 ‘둠 루프(Doom Loop)’ 현상을 꼬집었습니다.

이에 모틀리 총리는 둠 루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시스템 개혁 방안으로 ▲기후재난을 겪는 최빈국 부채 탕감 ▲IMF·WB 등 다자간개발은행 대출 지원 확대 ▲탄소세 도입 등을 제시했습니다.

 

▲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게바 IMF 총재는 기후재원 달성을 위해 특별인출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Kristalina Georgieva, 트위터

IMF, 기후재원 마련 위해 특별인출권(SDR) 사용…RST 기금 규모 50% ↑ 📈

이에 IMF가 나섰습니다. 먼저 IMF는 특별인출권(SDR)을 사용해 1,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서 모틀리 총리는 2021년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 IMF가 특별인출권을 활용해 6,500억 달러(약 898조원)의 준비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특별인출권은 IMF 가맹국이 국제수지가 악화됐을 때 담보 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입니다.

덕분에 프랑스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IMF로부터 특별인출권을 받아 기후재원 목적으로 개도국에게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회담에 참석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게바 IMF 총재는 지난해 5월 신설한 ‘회복력과 지속가능성 기금(RST)’을 50%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RST는 중·저소득 국가가 기후변화와 감염병 대비 등 외부 충격에서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신탁기금입니다. 부도 상황의 나라에 투입하는 구제 금융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 남아프리카 일대 열대성 저기압이 닥쳐 모잠비크 북부에 있는 한 마을이 황폐화된 모습. ©Tommy Trenchard, Oxfam

WB “기후재난 겪은 개도국, 부채상환 한시 유예할 것” 💰

WB는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개도국의 부채상환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제이 방가 신임 WB 총재는 회담에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 채무국이 빚 걱정 없이 위기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부채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긴급대응 위한 자금 재평가 ▲개발 프로젝트 지원 위한 새로운 유형 보험 제공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지원 등의 계획도 제안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신규 대출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없단 비판이 나옵니다. 이미 ‘둠 루프’ 현상에 빠진 국가들의 부담을 줄이기에는 불충분하단 것.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는 회담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기후위기에 책임이 거의 없는 저소득국의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국제해사기구는 오는 7월 총회에서 해운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VSNB

해운업계 탄소세 부과 방안 논의…IMO 7월 총회 안건으로 상정

기후재원과 별개로 기후취약국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조성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방안을 논의 중인 준비위원회는 현재 항공·선박·화석연료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회담장에서는 크게 화석연료, 해운, 항공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다뤄졌습니다. 이들 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그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해당 재원을 손실과 피해 기금으로 사용한단 것이 골자입니다.

모틀리 총리는 회담을 개최하며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의제로 올렸습니다. 회담에서 유의미한 결과는 도출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AP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해운업에 탄소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7월 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해운업계 과세에 찬성하지만 이것이 작동하려면 다른 나라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주요 해운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미국 그리고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아주 건설적인 제안”이라며 “그것이 왜 적절한지에 관한 마크롱 대통령의 논리에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이어 미국이 이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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