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해결하느라 정작 재난의 원인인 기후변화를 막는데 쓸 자원이 부족해지는 ‘둠 루프(Doom Loop·파멸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와 영국왕립연구소 채텀하우스(Chatham House)가 지난 16일(현지시각) 공동으로 발행한 보고서 ‘1.5℃ 죽음 또는 생존(1.5°C dead or alive)’에 담긴 내용입니다.

두 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산불·가뭄 등 자연재해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강해짐에 따라 재해를 복구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단 점을 언급합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이기 위한 재원과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두 기관은 이 악순환을 ‘둠 루프’라 표현했습니다.

보고서는 둠 루프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관심과 재원이 다른 곳으로 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곧 더 높은 온도 상승과 생태학적 손실 그리고 더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습니다.

 

보고서 “재난으로 기후변화 막기 위한 재원 확보 더 어려워져” 💰

보고서는 아직 인류가 둠 루프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아프리카 대륙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대륙 전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15%가 손실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2030년 기후행동 공약을 이행하기로 위해 지출하기로 합의한 1조 6,000억 달러(약 2,103조원)를 모으는 것이 나날이 힘들어진단 뜻입니다.

보고서 주저자인 로리 레이번 IPPR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 재난을 대처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투자해야 할 재정을 확보하기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2020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산불의 모습 ©Marcus Kauffman Oregon Department of Forestry

둠 루프 현상은 이미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등 미 서부를 덮친 대형 산불로 인해 2016년 미 산림청(USFS)은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산불 진압에 사용했습니다.

산불 진압 비용 증가는 산불 예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요. 지난 몇 년간 산불 진압에 지출하는 금액이 끊임없이 증가하자 USFS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금을 빼 진압 비용을 지불 중입니다.

 

“획기적인 CO2 배출량 감소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해” 📝

물론 보고서는 둠 루프 현상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지구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단 점을 꼬집습니다. 그러면서 인류가 점진적 변화가 아닌 획기적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대기 중에 CO2가 1톤이 배출될 때마다 드는 사회적 비용은 미 연방정부 추정치의 3배인 185달러(약 24만원)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탄소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며 각 정부의 기후재정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레이번 연구원은 기후정책의 불공평이 둠 루프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변화가 그들에게 강요되고 있다고 느끼면 녹색 전환의 필요성을 되려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를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내러티브(Narrative)’가 변화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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