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 신뢰성·투명성 논란 속 베라 CEO 사임의사 밝혀…“최신 과학기술 활용” 제언 나와

대표적인 자발적 탄소시장(VCM) 인증기관인 미국 베라(VERRA)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안토니올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안토니올리 CEO는 본인의 링크드인(Linkedlin)에 사임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는 오는 6월 16일을 마지막으로 베라 CEO직에서 물러나 선임 컨설턴트 업무를 맡을 계획입니다. 지난 2월 베라에 합류한 주디스 사이먼이 차기 CEO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2005년 경제계와 환경계의 주도로 설립된 베라. 그간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이상의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도하며 10억 톤 이상의 탄소크레딧(배출권)을 발행했습니다. 이 크레딧은 ‘자발적 탄소표준(VCS)’에 따라 발행됩니다.

안토니올리 CEO의 사임 결정에는 베라의 탄소크레딧 신뢰성 문제가 얽혀 있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 베라의 탄소크레딧 상당수는 REDD+ 사업에서 나온다. ©VERRA

가디언 등 언론 3사 “베라가 인증한 REDD+ 크레딧 94%는 환상!” 🌲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 내 크레딧 4개 중 3개는 베라에 의해 승인됩니다. 안토니올리 CEO의 재직 기간 중 베라는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갔습니다. 베라의 매출은 2018년 700만 달러에서 2021년 4,100만 달러(약 523억원)로 급성장했습니다.

베라의 탄소크레딧 상당수는 레드플러스(REDD+)에서 나옵니다. REDD+는 산림벌채 등을 막음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사업입니다.

사업자는 산림보호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배출 감축량을 베라가 개발한 방법론에 적용·인증받아 탄소크레딧을 발행받습니다. 해당 크레딧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베라가 인증한 REDD+ 사업으로 나온 크레딧의 94%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거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습니다.

 

▲ 지난 1월 18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베라의 탄소크레딧이 과장됐단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The Guardian 갈무리

영국 일간 가디언, 독일 주간 디차이트, 탐사보도매체 소스머터리얼 등 언론 3사가 공동으로 베라의 REDD+ 사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언론 3사는 베라의 REDD+ 사업 중 6% 이하만 산림벌채 감소로 이어졌고, 94%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조사 결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추가 검토가 진행됐습니다.

이들 언론 3사의 조사 결과에 대해 베라는 반발했습니다. 안토니올리 CEO는 언론 3사의 조사 결과에 대해 “학문적으로 흥미로운 실험”이라며 “선정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이어 언론 3사가 단순한 방법론과 선별된 데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해당 보도를 신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가디언 등 언론3사 “베라, 탄소크레딧 94%는 환상! 감축 성과 없어”

 

▲ 베라가 인증한 중국 내 벼농사 관련 탄소크레딧 프로젝트에 신뢰성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영국 기후환경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가 보도했다. ©ClimateHomeNews 갈무리

“베라 인증 벼농사 크레딧에서 신뢰성 문제”…베라, 방법론 비활성 조치해 🌾

베라의 탄소크레딧 승인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한 보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베라가 인증한 중국 내 벼농사 관련 크레딧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고 지난 3월 영국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가 보도했습니다.

벼농사는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CH₄)을 내뿜습니다. 벼 생육과정에서 논에 물을 가둘 때, 메탄생성균이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 세계 인위적 메탄배출량 중 벼농사가 10%를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청정개발체제(CDM)에는 ‘벼 재배 시 물 관리 조절을 통한 메탄배출량 감축(AMS-III.AU)’이 방법론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해당 방법론에 따라 크레딧이 발급될 수 있었던 것.

에너지 기업 쉘(Shell)은 중국에서 벼농사 시 나오는 메탄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베라에 의해 인증돼 크레딧이 나왔습니다. 베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쉘의 벼농사 프로젝트에서 45만 개 이상의 크레딧이 발행됐습니다.

문제는 쉘의 해당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크레딧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사항이 발견된 것. 베라가 위탁한 중국 내 외부 검증기관의 문제도 발견됐습니다.

대표적으로 ▲메탄 측정 수행을 위한 표준화된 지침 부재 ▲아산화질소(N₂O) 배출·토양 유기탄소 저장량 변동에 따른 고려·회계·모니터링 부족 ▲현장 층화표본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족 등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지난 3월 20일(현지시각) 베라는 해당 방법을 영구 비활성화하고, 해당 방법론에 의해 수행된 모든 크레딧 프로젝트를 재검토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대체 방법론도 개발한 상황입니다.

베라는 클라이밋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토 중인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모든 우려사항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파차마는 삼림 벌채를 추적하기 위해 산림 보존 프로젝트의 경계를 흰색으로 표시한다. 이중 붉은색은 삼림 벌채를 뜻한다. ©Pachama

신뢰성 논란 속 베라 CEO 사임…파차마 대표 “최신 기술 사용해야 해” 🛰️

이같은 보도에 대해 베라는 이의를 제기하는 동시에 2025년까지 모든 REDD+ 사업에 대해 수정된 방법론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신규 수정 방법론은 올해 연말까지 최종 승인을 받을 계획이며, 현재 제3자 감사기관으로부터 검토받고 있습니다.

이같이 베라의 인증 방법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연이어 불거진 상황 속에서 안토니올리 CEO는 사임 의사를 발표한 것.

자발적 탄소시장(VCM) 내 신뢰성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현재 탄소프로젝트와 크레딧에 대한 투명성과 유동성 그리고 품질 향상을 위한 국제표준안 수립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한편, 기후테크 스타트업 파차마(Pachama)의 디에고 사에즈 길 CEO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베라가 (탄소크레딧) 무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파차마는 인공지능(AI)와 원격감지 기술을 사용해 산림이 흡수한 탄소량을 모니터링하고 추적해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입니다.

사에즈 길 CEO는 “지금은 탄소시장의 중추적인 순간”이라며 “탄소격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결성·투명성 그리고 지역사회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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