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까지 프랑스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1억 헥타르(ha)의 숲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파차마(Pachama)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디에고 사에즈 길이 미 비즈니스 잡지 아이엔씨매거진(INC.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아이엔씨메거진은 2030년까지 인류가 실현해야 할 17가지 목표를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도움이 될 기업을 소개했습니다. 이 중 SDGs 15번 목표 ‘육상생태계 보호’에 도움이 될 기업으로 파차마를 꼽은 것인데요.

2018년에 설립된 파차마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세계 산림이 흡수한 탄소량을 모니터링하고, 산림에 저장된 탄소를 추적해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때문에 ‘탄소 모니터링’ 전문 스타트업으로도 불리는데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쇼피파이(Shopify) 등 대기업들로부터 잇따라 투자와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파차마의 팀원들이 등산 후 단체 사진을 찍은 모습. 맨 왼쪽이 디에고 사에즈 길 파차마 공동설립자 겸 CEO, 왼쪽에서 4번째 인물이 토머스 애프탈리온 파차마 공동설립자 겸 CTO의 모습. ©Pachama

위성사진·AI·ML 등 활용해 산림 흡수 탄소량 정량화한 파차마 🛰️

파차마는 디에고 사에즈 길토머스 애프탈리온, 아르헨티나 출신의 두 기업가가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사명은 남미 잉카 문명 신화에 등장한 대지의 여신 ‘파차마마’에서 따왔는데요. 파차마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산림을 다시 풍요롭게 회복시켜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파차마의 사명은 사에즈 길 CEO의 여행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에즈 길 CEO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여행하며 산림벌채 문제의 심각성을 두 눈으로 목격했는데요. 산림 복원이 곧 기후문제를 해결할 실마리일 수도 있단 사실을 깨달은 그는 파차마를 설립합니다.

파차마는 인공위성으로 찍은 과거·현재 이미지를 활용해 산림의 탄소흡수량을 파악합니다. 또 드론과 라이다(LiDAR·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개발한 레이더) 등을 활용해 3차원 지도를 만드는데요. 이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활용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산림 활동을 분석합니다.

 

▲ 파차마는 삼림 벌채를 추적하기 위해 산림 보존 프로젝트의 경계를 흰색으로 표시한다. 붉은색은 삼림 벌채를 뜻한다. 짙은 붉은색은 과거 일어난 삼림벌채를 뜻하며, 밝은 붉은색은 가장 최근 일어난 삼림 벌채를 뜻한다. ©Pachama

즉, 여러 첨단기술을 활용해 산림이 현재 얼마만큼의 탄소를 흡수하고 있고 미래에는 얼마만큼 흡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단 것인데요. 이는 사람이 현장 데이터와 위성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정확할뿐더러, 비용효율적이란 장점이 있습니다.

사에즈 길 CEO는 파차마가 탄소배출권 획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차마는 해당 산림 프로젝트에 대한 탄소회계와 탄소배출권 사례를 구축한다”며 “이후 해당 프로젝트에서 배출권을 발행해 기업과 투자자들을 연결하도록 돕는다”고 밝혔습니다.

 

👉 파차마의 기술력이 더 궁금하다면?

 

▲ 디에고 사에즈 길 파차마 공동설립자 겸 CEO(왼)는 지난 2020년 미국 서부를 강타한 산불로 인해 집을 완전히 잃었던(오) 아픈 경험이 있다. ©Diego Saez Gil, 트위터

파차마 CEO “美 산불로 집 전소한 이후 기후문제 더 개인적으로 다가와” 🔥

사에즈 길 CEO는 파차마를 설립한 이후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림 등 자연기반해법(NBS)*이 더 성장해야 한단 것을 깨달았습니다.

2020년 미 서부를 덮친 산불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등 12개 주에서 발생한 100건 이상의 산불로 인해 430만 에이커(약 1만7401㎢)의 숲이 사라지고, 1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CO2)가 방출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소속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를 미국 서부 화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당시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사에즈 길 CEO도 산불로 인한 이재민 중 한 명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산불로 인해 그의 집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된 것인데요.

사에즈 길 CEO는 “너무나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동시에 그 일은 기후위기를 매우 개인적인 일로 만들어줬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문제가 더는 미래의 일이 아닌 오늘날 일어나고 있단 것을 상기시켜줬다”고 덧붙였는데요.

 

▲ 파차마는 2021년 업링크의 ‘트릴리언 트리 챌린지’에서 최고의 혁신가(Top of Innovators)로 선정됐다. ©WEF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2021년 파차마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 업링크(UpLink)의 ‘트릴리언 트리 챌린지(Trillion Tree Challenge)’에 지원합니다. 이 공모전은 2030년까지 1조 그루의 나무를 보존 및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그해 업링크는 산림 복원을 위한 최고의 혁신가 중 하나로 파차마를 선정했습니다. 업링크는 “파차마가 지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새로운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연기반해법(NBS): 산림·토양·해양 등 생태계를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방법.

 

▲ 각각의 탄소 측정 시각화 정보가 중첩된 산림 지형의 모습. ©Pachama

7900만 달러 이상 투자 유치한 파차마…150여개 산림 프로젝트 검토해 🌲

트릴리언 트리 챌린지에서 최고의 혁신가로 선정된 파차마. 올해 5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1차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에 연사로 초청돼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는데요.

파차마는 산림의 탄소상쇄량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요 기업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파차마가 설립 후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7,900만 달러(약 1,035억원)입니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와 로워카본캐피털(Lowercarbon Capital) 등도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이중 5,500만 달러(약 721억원)는 지난 5월 시리즈 B 펀딩에서 모은 것입니다. 미국 유명 희극인 겸 배우인 엘렌 드제너러스를 비롯해 로즈 마카리오 파타고니아의 전임 CEO 등 여러 유명인이 투자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앞서 언급한 아마존, MS를 포함해 넷플릭스와 에어비엔비(Airbnb) 등 현재 800여개 기업이 파차마의 서비스를 이용 중입니다.

파차마는 3년간(2018~2021년) 14개국에서 46명의 산림 프로젝트 개발자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150개 이상의 산림 보존 프로젝트를 검토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 파차마 홈페이지에는 산림 프로젝트별 탄소격리량을 비롯해 배출권 가격 및 위치 등 구체적인 정보가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 ©Aerolab

“파차마 기술력 탄소시장 효율성과 확장성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

파차마는 올해 하반기에도 여러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9월 파차마는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협력해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넷제로 마켓플레이스(NetZero Marketplace)’를 출시했습니다. 넷제로 마켓플레이스는 배출권 구매자와 기업가를 연결해, 탄소배출권 구입 과정을 쉽고 투명하게 하는 플랫폼인데요.

또 10월에는 산림 보존 프로젝트 투자에 참여도록 돕는 투자 포트폴리오 ‘파차마 오리지널스(Pachama Originals)’를 출시했습니다. 기업들은 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여러 프로젝트 중 어떤 것이 산림 복원에 도움이 되는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파차마는 또 지난 11월부터 자발적 탄소시장 인증 운영기관인 베라(VERRA)와 함께 산림의 탄소격리량을 측정·보고·검증(MRV)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시범운영 중입니다. 산림의 탄소격리량과 관련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분석 및 검증하며, 탄소배출권의 투명성과 객관성 그리고 품질 모두를 높이겠단 목적 아래 진행 중인데요.

데이비드 안토니올리 베라 CEO는 “파차마의 혁신적인 기술과 접근방식을 통해 우리는 탄소시장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얻을 것”이라며 “(파차마의 기술이) 투명하고 능률적인 MRV의 미래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