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와 20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티에 CFS가 건설할 예정인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에서 생산될 전력을 구매하기 위한 것입니다.
구글의 이번 결정은 AI 기술 개발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장기적인 탈탄소 전략을 동시에 반영한 것으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핵융합 기술에 대한 신생 기술 스타트업의 높은 신뢰를 보여줍니다.
탄소 제로 전력 확보 위한 빅테크의 ‘핵융합 베팅’
구글은 CFS가 계획 중인 핵융합 발전소에서 향후 생산될 200MW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계약은 최근 구글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 직후 체결된 것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2019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 에너지 부문 책임자 마이클 테렐은 “핵융합은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며, “물리학적·공학적 과제가 여전히 많지만, 우리는 그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지금 투자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CFS는 도미니언 에너지와 협력해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티의 제임스 리버 산업 센터에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ARC’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 발전소는 세계 최초로 전력망에 연결되는 핵융합 발전소가 될 예정이며, 완공 시 400MW급 설비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CFS는 2025년 5월부터 해당 부지에 대한 구역 설정 및 인허가 절차에 착수할 예정으로, 착공은 2020년대 후반, 가동은 2030년대 초반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CFS는 현재 매사추세츠주에 기술 검증용 데모 설비를 건설 중이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은 태양 내부에서 수소 원자핵이 융합해 헬륨과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를 지구에서 재현하는 기술입니다. 이론상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방사성 폐기물도 최소화되는 이상적인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반응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섭씨 1억 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하며, 과학자들은 2022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순 에너지 이득(Net Energy Gain)을 실험적으로 달성했습니다. 이 성과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LNL)에서 구현된 바 있습니다.
핵융합 기술이 상업 단계에 진입하려면 여전히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실용화까지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구글은 이번 계약을 통해 핵융합 기술에 대한 장기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CFS는 이번 계약 외에도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21년 CFS에 대한 초기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두 번째 자본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CFS의 차기 자금 조달 라운드에도 참여할 계획이며, 향후 CFS가 건설할 다른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습니다. 아울러 구글은 2015년부터 또 다른 핵융합 스타트업인 TAE 테크놀로지스에도 꾸준히 투자해 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글의 행보는 빅테크 기업들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24시간 탄소 없는 에너지 운영(24/7 Carbon-Free Energy)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구글은 2010년 이후 170건 이상의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해 총 2만 2,000MW 규모의 청정에너지를 확보했으며, 대부분은 풍력이나 태양광 등 단기 실현이 가능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번 계약은 CFS에도 중대한 의미를 지닙니다. 구글의 참여는 상업용 핵융합 발전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장과 투자자에게 알리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며, CFS의 후속 자금 유치와 공급망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구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50MW 규모의 핵융합 발전기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약 80억 달러(한화 약 11조 원) 규모의 민간 자금이 핵융합 스타트업에 유입되며,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