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CEO·빌 게이츠 등 빅테크 억만장자 투자러시로 주목받은 차세대 청정에너지 ‘핵융합 에너지’는?

빅테크 투자러시에 새바람 불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 중 하나로 ‘핵융합 에너지(Nuclear Infusion Energy)’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Tech Crunch)는 핵융합 기술을 2023년 주목해야 할 기후테크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로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가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순 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단 소식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정말로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핵융합 기술이 무엇이고, 또 어떤 스타트업이 떠오르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기존 원자력발전소는 무거운 원자핵이 분열하며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핵분열’ 반응(오)을 활용한다. 반면, 핵융합 발전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며 에너지가 발생하는 핵융합 반응(왼)을 이용한다. ©국가핵융합연구소(201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10 핵융합의 세계, KISTEP 재인용

차세대 핵에너지로 부상한 ‘핵융합’이란? ☀️

먼저 핵융합 에너지란 무엇일까요?

핵에너지를 하면 대개 먼저 원자력발전소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오늘날 원전은 엄밀히 말하면 핵분열 발전으로, 다양한 원자력 에너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쉽게 말해 우라늄·플루토늄 등 무거운 원소가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분열’ 과정을 활용한단 것. 이때 방출된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생산한 후 터빈과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핵융합은 핵분열과 정반대의 원리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가벼운 원자핵 여럿이 결합해 무거운 원소핵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감소한 질량이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입니다. 태양은 가벼운 수소의 원자핵(중수소·삼중수소)들이 충돌·결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뀝니다. 이를 통해 막대한 빛과 열을 방출합니다. 이에 핵융합은 ‘인공태양’ 기술로도 불립니다.

현재 미국·유럽·일본·중국·한국·인도 등을 중심으로 핵융합 에너지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국제공동연구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 한국의 핵융합연구장치 ‘한국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모습. 2021년 11월 22일 해당 시설이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30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수십년째 차세대 에너지”…1억℃ 벽 넘을 수 있을까? 🌡️

장점과 단점도 매우 명확합니다. 장점으로는 ▲고효율 ▲풍부한 원료 ▲안전성 등이 꼽힙니다.

중수소 및 삼중수소 1g의 핵융합으로 얻은 에너지는 우라늄 1g의 핵분열 에너지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료는 바닷물과 리튬으로 지구상에 풍부합니다. 뿐만 아니라, 핵분열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배출되지 않습니다. 핵분열 원리상 폭발이 일어날 수 없어 안전다고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 조성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이 뭉쳐있는 힘(핵력)은 매우 강력합니다. 핵융합 반응을 위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 상태인 플라스마 상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플라스마 상태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지구상에서 녹는점이 가장 높은 물질인 텅스텐도 녹는점이 3,400℃에 불과하단 것.

이 때문에 핵융합 에너지는 친환경성과 고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되지 못하고 수십 년째 차세대 에너지로만 불려왔습니다.

 

▲ 핵융합 에너지 민간 기업의 수(위)와 핵융합 에너지 민간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누적액(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민간 투자 누적액이 2021년을 기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Mckinsey, greenium 번역

“1억℃ 향한 인류의 도전”…빅테크 투자러시에 새바람 불어 💨

그럼에도 각국 정부는 미래의 청정에너지를 위해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1억℃의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됐는데요.

도넛 모양의 공간(토카막)에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 핵융합’과 레이저를 사용해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는 ‘레이저 핵융합’ 방식입니다.

우리나라가 2007년 개발한 한국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토카막형, 지난해 실험에 성공한 미 LLNL의 핵융합기는 레이저형에 속합니다.

그런데 최근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21년을 기점으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민간 투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민간 투자 누적액은 2016년~2020년 15억 달러(약 2조 80억원)에서 2021년 44억 4,000만 달러(약 5조 9,460억원)로 3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융합 기술 개발 기업들이 유명 억만장자와 빅테크 기업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의 투자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인 빌 게이츠,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등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이들의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헬리온에너지’의 플라스마 가속기와 ‘제너럴퓨전’의 자화표적핵융합(MTF) 기술이 사용된 핵융합로,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가 개발한 핵융합로 스파크(SPARC) 모식도. ©Helion energy·CFS·General Fusion

1️⃣ 민간기업 최초 1억℃ 도달한 ‘헬리온에너지’ 🥇

💰 주요 투자자|샘 올트먼·피터 티엘(페이팔 공동창업자)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헬리온에너지(Helion energy)는 2013년에 설립됐습니다. 아령 모양의 플라스마 가속기를 개발해, 양쪽에서 생성된 플라스마가 충돌하면서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이 기업은 6번째 프로토타입(시제품)에서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1억℃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주목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핼리온에너지는 11월 시리즈 E 펀딩에서 5억 달러(약 6,700억원)를 조달했습니다. 이중 3억 7,500만 달러(약 5,024억원)는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개발한 오픈AI(Open AI)의 샘 올트먼 CEO가 투자했습니다.

이밖에도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티엘이 공동설립한 벤처캐피털(VC) 미스릴캐피탈(Mithril Capital)도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이 VC는 헬리온에너지의 7번째 시제품이 정상 작동할 경우 17억 달러(약 2조 2,700억원)를 추가 투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2️⃣ 역대 최대 민간 투자, 18억 달러 조달한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 💰

💰 주요 투자자|빌 게이츠·조지 소로스·마크 베니오프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플라스마물리연구소에서 분사한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이하 CFS).’ 소형핵융합발전소를 짓는 것이 목표인데요. CFS는 기존 토카막에 쓰이는 전자석보다 2배는 더 강한 ‘고온 초전도 전자석’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CFS는 지금까지 총 20억 달러(약 2조 6,78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중 2021년 12월, 시리즈 B 투자에서 18억 달러(약 2조 4,100억원) 조달에 성공했는데요. 이는 핵융합 에너지 산업에서 역대 최대의 민간 투자로 기록됐습니다.

해당 투자에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헤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겸 CEO 등이 참여해 주목받았습니다.

 

3️⃣ 제프 베이조스가 2011년부터 찜한 ‘제너럴퓨전’ 📌

💰 주요 투자자|제프 베이조스

2002년 설립된 캐나다 기업 제너럴퓨전(General Fusion)은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하는 자화표적핵융합(MTF·Magnetized Target Fusion) 기술이 특징입니다.

제너럴퓨전은 MTF 기술을 사용하면 토카막이 필요 없기 때문에 핵융합 설비와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일찌감치 제너럴퓨전의 가능성을 파악했습니다. 2011년 베이조스는 제너럴퓨전에 1,950만 달러(약 261억원)를 투자했는데요. 그리고 10여년 뒤인 2021년 1억 6,600만 달러(약 1,630억원)의 시리즈 E 투자에 합류하며 제너럴퓨전에 대한 지지를 재차 확인시켰습니다.

 

▲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와 미 MIT 연구진이 함께 ‘고온 초전도 전자석’을 연구하는 모습. ©CFS/MIT-PSFC

한편, 비영리재단 ‘에너지 퓨처스 이니셔티브’의 설립자이자 전 에너지부 장관인 어니스트 모니즈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1개, 혹은 2개의 회사가 오는 10년 안에 핵융합 발전을 시연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모니즈 CEO는 머신러닝(ML) 등 여러 기술을 통해 실험 속도가 빨라졌다며, 이는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극한의 온도와 압력에 도달 또는 접근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현재의 핵융합 에너지 산업이 과거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과 유사한 것 같다고 모니즈 CEO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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