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가 신규 핵융합 시설 ‘폴라리스(Polaris)’ 건설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헬리온에너지가 미 워싱턴주 당국으로부터 관련 면허를 취득했다고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사측은 이로써 연내 건설 예정인 폴라리스 운영에 필요한 물질을 보유·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8일 확인한 결과, 최근 주요 외신들이 헬리온에너지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6월부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헬리온에너지와 관련된 의혹을 연이어 다뤘습니다.
주요 투자자의 이해충돌 문제와 정보 공개에 대한 사측의 폐쇄적인 태도가 문제가 주로 지적됐습니다.
헬리온에너지, 민간 최초 1억℃ 달성·최고 투자액 3위 🏆
헬리온에너지는 2013년 미 북서부 워싱턴주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지난 2021년 6월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핵융합 플라스마 온도가 1억℃에 도달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사측이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은 6억 760만 달러(약 8,300억원)에 달합니다.
핵융합 스타트업 중 자금조달 규모로는 3위에 듭니다. 헬리온에너지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한 곳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약 20억 달러)과 TAE테크놀로지스(약 13억 달러)입니다.
헬리온에너지에 투자한 유명인 중에는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도 포함됩니다.
현재 헬리온에너지는 그간 모은 자금을 기반으로 현재 7번째 핵융합 프로토타입(시제품)인 폴라리스를 개발 중입니다.
사측은 2024년 연내 개발을 완료해 핵융합으로 전력 생산을 시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WSJ “오픈AI-올트먼 투자 이해충돌 의혹” 💰
승승장구하던 헬리온에너지에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곳은 WSJ입니다.
지난 6월 WSJ은 오픈AI가 헬리온에너지와 전력 구매를 위한 협상 중이란 소식을 전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방대한 양의 전력을 구매할 예정이라는 내용입니다. 8월 기준 양사의 전력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매체는 보도 당시 이같은 결정의 배후에 올트먼 CEO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가 투자한 기업이 오픈AI와 협력하면서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온라인사이트 레딧입니다. 올해 5월 오픈AI와 레딧은 챗GPT와 레딧 콘텐츠를 연동한다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발표 직후 레딧의 주가는 10%가량 급등했습니다.
올트먼 CEO는 레딧의 8.7%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 중 한 명입니다. 매체는 해당 계약으로 올트먼 CEO의 주식 가치가 6,900만 달러(약 950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합니다.
즉, 오픈AI CEO 지위를 활용해 투자자로서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입니다. CEO로서의 이해충돌 문제에 해당됩니다.
매체는 앞서 헬리온에너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간의 전력 계약에도 올트먼 CEO의 영향력이 끼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S가 오픈AI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헬리온에너지는 2028년부터 MS에 5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약을 작년 5월 체결했습니다. 이는 약 10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다만, 올트먼 CEO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과의 계약 협상에 관여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블룸버그 “헬리온 ’깜깜이’ 개발에 과대홍보 우려” 🔦
블룸버그통신도 헬리온에너지 의혹 제기에 참전했습니다.
지난 7월 매체는 “헬리온에너지는 경쟁스타트업처럼 실험 결과를 발표하거나 동료 검토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유명인을 초대해 화제를 모으는 일에만 주력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사측은 유명 과학블로거 제임스 볼스를 회사로 초대했습니다. 시설을 방문한 그는 “아이언맨의 지하실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평을 남겼습니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약 79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밖에도 제인 인슬라 워싱턴 주지사, 패트리샤 린 머레이 상원의원(워싱턴주·민주당),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 겸 부회장 등이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모두 유명인인 동시에 비전문가입니다.
업계 선두기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의 밥 뭄가드 CEO는 이러한 홍보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뭄가드 CEO는 6월 성명을 통해 핵융합 업계가 성과를 홍보할 때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함께 공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증거가 없는 보도자료는 핵융합 관련 신뢰를 쌓는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속도전 강조한 터클리 CEO, 내부선 불가능 목소리 높아 💬
한편, 핵융합 실험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 것 자체가 헬리온에너지의 개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UIUC)의 데이비드 루직 교수는 “(헬리온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몇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기계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학계와 업계,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실제 핵융합로 개발에 주력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데이비드 터클리 헬리온에너지 CEO의 주장에서도 관찰됩니다.
“시뮬레이션과 계산을 반복하기 보다 빠르게 (시설을) 반복 제작할 때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벌써 7번째 시제품 개발에 도전 중인 상황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정작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무리한 일정을 재촉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직원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MS와의 전력 거래 당시 많은 직원들이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계약대로 2028년부터 핵융합 전력을 MS에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했단 것입니다.
사측은 10월 14일까지 폴라리스 완공을 목표로 합니다. 매체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 고위 엔지니어는 “해당 날짜까지 완공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고 인정했습니다.
일부 직원은 커틀리 헬리온에너지 CEO조차 해당 일정이 가능하리라고 확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헬리온에너지는 일정 내 성공할 시 직원들에게 5만 달러의 현금(약 6,800만원)과 함께 5만 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폴라리스 건설 이상 無” 강조하지만…10월 결판날 듯 📆
이토록 헬리온에너지가 폴라리스 건설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거액의 추가 투자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시리즈 E 투자 당시 투자자들이 2024년 내 폴라리스 완공을 달성할 경우 17억 달러(약 2조 3,4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에 사측은 폴라리스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요 부품의 생산 공정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 중입니다. 지난달 워싱턴주 당국으로부터 면허 취득 소식을 전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연내 완공이 가능할지 지켜보는 중입니다.
헬리온에너지가 설정한 기한인 10월 14일까지는 이제 2개월가량만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