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20억 달러 손실…2℃ 상승 시 수면 건강 부담 최대 3배 증가

기온 오를수록 깊은 잠은 멀어져…수면무호흡증,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바스티앙 르샤 연구팀은 지난 5월 18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흉부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41개국 12만 5,295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온은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을 70%까지 높이며, 2023년 한 해에만 약 78만 6,000년의 건강한 생명 연수가 줄고, 320억 달러(약 44조 원)의 직장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FDA 승인 매트리스 센서를 통해 수집된 6,200만 밤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최종 분석에는 평균 연령 49세의 중년층 11만 6,200명이 포함됐으며, 남성이 77%, 여성이 23%였습니다. 전체 41개국 중 29개국에서 기온과 수면무호흡증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기온이 6.4℃(25분위, 추운 날)에서 27.3℃(99분위, 더운 날)로 올라갈 경우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70% 증가했으며, 지역별 영향은 유럽 200~300%, 미국 10~40%, 호주 40~95%로 나타났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기온 상승 시, 2100년까지 수면무호흡증 부담이 1.53배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기온 오를수록 잠 못 드는 밤…수면무호흡증도 악화

기온 상승과 수면무호흡증 간의 연관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그 규모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입니다. 연구책임자인 르샤 교수는 “환경 온도와 수면무호흡증 심각도 사이의 연관성 규모에 놀랐다”며, “이번 연구는 기온 상승에 따른 유병률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기온이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연구팀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고온 상태에서는 수면이 얕아지며, 이로 인해 수면무호흡증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더운 날씨에는 수면 치료에 쓰이는 CPAP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증상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FDA 승인을 받은 매트리스 하단 센서를 활용했습니다. 이 센서는 가슴 높이에 위치한 공기압 감지 매트를 통해 신체 움직임, 호흡, 심장 박동을 기록하며, 연구팀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수면 시간, 단계, 각성 횟수, 호흡 중단 등을 분석했습니다.

연구는 12만 명이 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41개국에서 수집한 광범위한 자료를 활용해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연 320억 달러 손실…기후와 건강의 숨은 고리

2023년 한 해 동안 29개국에서 기온 상승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증가로 약 78만 6,000년의 건강한 생명 연수가 손실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질병이나 조기 사망으로 인한 손실이며, 동시에 약 320억 달러의 직장 생산성 손실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2000년 이후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관련 건강 및 경제 부담이 이미 50~100%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높은 환경 온도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유병률 증가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 비용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유럽은 기온 상승 시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가장 큰 2~3배 증가했으며, 미국은 10~40%, 호주는 40~95%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각 지역의 기후 적응 능력, 의료 접근성, 생활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국가별 대응 역량과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초과 땐 수면 건강도 붕괴…파리협정은 생존노선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온난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수면무호흡증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미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이 1.5℃를 초과한 상황에서, 파리협정의 1.5℃ 목표 달성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온난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건강 및 경제 피해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이 2℃를 넘으면, 관련 부담이 1.5~3배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르샤 연구팀장은 “수면은 영양, 운동과 함께 건강의 세 번째 축”이라며, “신체와 정신 건강을 모두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심장마비, 뇌졸중, 사망 위험을 높이는 질환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악화는 공공 보건 측면에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기후로 인한 수면 질 저하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 문제로 다뤄야 한다”며, 파리협정 목표 준수가 공공 보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아직 동료 검토(peer review)를 거치지 않았지만, 대규모 장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 있는 분석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후정책과 수면 건강 관리 방안 수립에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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