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싸우는 스마트워치: 생존 위한 웨어러블 혁신

부제: 웨어러블 기기로 고온 노출을 추적하고, 저비용 열 완화 기술의 실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글로벌 프로젝트

웨어러블 기술은 이제 선진국의 피트니스 트래커를 넘어, 개발도상국의 보건 위기와 기후 변화 대응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11억 명 이상이 취약한 정착지나 비공식 거주지역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스마트워치 같은 디지털 헬스 기술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도 서부 도시 아마다바드의 반자라 바스 저소득 지역에서는 극심한 폭염의 생리적 영향을 추적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연구진은 주민 204명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체온, 심박수,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주간 혈압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폭염이 취약 계층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연구 대상지인 아마다바드는 여름철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도시로, 올해는 예년보다 3주 빠르게 43도까지 치솟는 이례적인 폭염을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일부 가정의 지붕에 햇빛 반사 페인트를 칠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쿨 루프(Cool Roof)’ 효과도 함께 검증 중입니다.

이번 조사는 아마다바드를 포함해 전 세계 4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 중인 글로벌 기후 적응 연구의 일환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에 대응할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아마다바드는 과거에도 폭염 피해를 크게 겪은 도시입니다. 2010년에는 약 1,3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후 시 당국은 폭염 경보 체계와 의료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피해 최소화를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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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격차 대응, 스마트 기술이 해답일까?

인도 자연자원방위협의회(NRDC India)의 기후 전문가 아비얀트 티와리는 AP통신에 “폭염 대응은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 사이의 ‘열 격차(heat divide)’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환경 불평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아마다바드에서 진행 중인 폭염 대응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2010년 여름, 약 1,3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폭염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해 왔습니다. 시 당국은 공중보건 및 기후 전문가와 협력해 고온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원이 열 관련 질환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조치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 모델은 이후 인도와 남아시아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정책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세계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며 폭염이 한층 더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했습니다. 기존의 제도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하자, 연구진은 보다 정밀하고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기후 적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웨어러블 기술 기반의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를 본격화했습니다.

아마다바드에서 진행 중인 해당 프로젝트는 부르키나파소, 태평양의 니우에, 멕시코 소노란 사막 등 전 세계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동시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스마트워치와 온도 센서 등을 활용해 고온 노출에 따른 생리 반응과 실내외 온도 차이, 주거 환경 특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있습니다.

환경 보건 연구원 아디티 번커는 프로젝트 책임자로, “기후변화와 폭염은 이미 전 세계 인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번커는 현재 인도 공중보건연구소와 아마다바드 시 당국과 함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쿨 루프(Cool Roof)’ 기술을 지역 전역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붕에 반사 페인트를 칠한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간의 실내 온도 차이와 거주자의 생체 신호 반응을 비교 분석해 쿨 루프의 실질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로 측정된 정량적 데이터는 기후 대응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하고, 더위로 인한 건강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증거 기반 전략으로 활용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참여 주민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주민은 “더위 때문에 밤에 잠을 거의 못 잤는데, 지붕을 칠한 뒤에는 몇 시간이라도 잘 수 있게 됐다”며 소소한 변화가 가족의 일상에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이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해마다 더위가 심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스마트워치 기반의 정밀 데이터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기후변화로 확대되는 일상 속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술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고, 극한 기후 속에서도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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