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이긴 싸움” 미국 청소년 기후소송, 세계를 바꾸다.

2025년 3월 25일, 미 연방대법원 ‘줄리아나 대 미국’ 소송 최종 각하

미국 역사상 가장 주목받은 청소년 기후소송이 10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21명의 청소년이 제기한 ‘줄리아나 대 미국(Juliana v. United States)’ 소송에 대해 심리를 거부하며 사건을 최종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정부의 화석연료 정책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2015년 처음 제기된 이 소송은 법적 효력을 얻지 못한 채 종료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기후정의 운동의 전환점을 만든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Grist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소송은 미국 법원이 ‘안정적인 기후를 누릴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지만,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정부를 상대로 기후소송에 나서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줄리아나 소송은 법정에서 졌지만, 세상을 바꾸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소송의 법적 지형을 바꾸다 🌍

줄리아나 소송은 기후소송의 흐름을 뒤바꾼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비영리단체 클라이마토크(ClimaTalk)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 전 세계에서 청소년 주도 기후소송은 6건에 불과했지만, 줄리아나 소송 이후인 2016~2020년 사이에는 18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이후에도 최소 6건 이상의 유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들 소송의 공통된 주장 핵심은 ‘정부의 기후대응 의무’입니다. 정부가 생명권, 건강한 환경권 등 헌법적 자유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방법원은 기후시스템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정치의 영역이지, 사법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2020년 제9순회 항소법원의 앤드류 허위츠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같은 입장을 콜롬비아대 마이클 제라드 교수도 강조하며, 헌법에 환경권이 명시된 주에서 유사 소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진단은 실제 판결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몬태나주에서는 16명의 청소년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권리”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받는 승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같은 해 12월, 주 대법원도 이 결정을 유지하며 화석연료 프로젝트 심사 시 기후영향 고려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와이에서도 전례 없는 합의가 도출됐습니다. 2023년 6월, 아워 칠드런스 트러스트는 하와이 교통부와의 합의에서 2045년까지 교통 분야 탄소 배출제로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외에도 매년 1,000그루 이상 나무를 심고,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 등의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줄리아나 소송이 제공한 ‘법적 청사진’이 주 단위 기후소송을 이끈 셈입니다. 하와이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인 메시나 D.는 “줄리아나 소송 덕분에 오늘의 성과가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연방 정부는 줄리아나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줄리아나와 같은 소송은 환경법 집행을 분산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애덤 구스타프슨 법무차관보 대행은 “10년에 걸친 이 소송의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소송 대리인인 줄리아 올슨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법무부는 “법원이 기후문제를 다룰 적절한 장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방소송 전략의 한계를 경고했습니다. 버몬트 로스쿨 패트릭 파렌토 교수는 “보수화된 대법원이 환경권 관련 법적 선례를 되레 무효화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습니다.

 

소송은 끝났지만, 목소리는 계속된다 📢

줄리아나 소송은 패소에도 불구하고, 기후운동의 지형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2015년 이후 미 연방의회에서는 제프 머클리, 코리 부커, 버니 샌더스 등 80명 이상의 의원들이 청소년의 기후권·환경권을 명시한 법안을 지지했고, 이들은 줄리아나 소송에 법정 조언자 의견서도 제출했습니다.

시민사회의 호응도 뜨거웠습니다. 전 세계 400개 이상의 단체가 소송을 지지했고, 35만 명이 법원의 심리를 촉구하는 청원에 서명했습니다. 이 사례는 현재 미국 주요 로스쿨에서 법학 교육 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Youth v. Gov>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송의 주인공들도 변화의 주체로 성장했습니다. 원고 중 한 명이었던 줄리아나(켈시 줄리아나)는 현재 29세로 오리건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줄리아나 소송을 이끈 줄리아 올슨은 “법원이 아닌 정치권, 시민사회, 국제무대로도 싸움은 계속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침묵하면, 다른 세력이 항상 우세할 것이다.”

올슨은 기후정의운동가들에게 ‘법정에서 물러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위더너대학교의 제임스 메이 명예교수는 “이 소송 당사자들은 문자 그대로 세상을 바꿨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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