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26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우선주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치렀습니다.
그는 취임식 직후 2만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인근의 한 실내 경기장을 찾아 연설했습니다. 그 뒤 곧바로 그는 무대 위 책상에 앉아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민자 추방·연방정부 개편 등 미국 공화당·보수층이 선호하는 정책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서명된 문서를 들어 보여주거나 자신이 사용한 펜을 던지는 등의 퍼포먼스로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리니엄이 살펴봤듯, ▲파리협약 탈퇴 ▲석유·가스 생산 확대 ▲전기자동차 보조금 폐지 등 반(反)기후정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굵직한 정책들이 행정명령에 포함됐습니다. 크게 ①이민·보건 ②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지 ③무역 등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이민·보건|反세계화 정책 대거 추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핵심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로 정리됩니다. 이는 종종 세계화에 대한 강한 반감으로 번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정책이 이민 정책과 보건 정책입니다.
이민자 추방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날 행정명령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우선 그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지대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행정명령했습니다. 더 공격적인 단속 정책과 더 높고 견고한 국경 장벽을 설치할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어 멕시코 카르텔을 테러 위협으로 지정해 군대 투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태어난 불법 이민자 자녀에게 부여되는 출생시민권 제도도 폐지할 계획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도 재추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등 일부 회원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휩쓸린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 중 미국이 불공평하게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 시절인 2020년에도 WHO 탈퇴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권이 넘어가며 탈퇴 절차는 중단됐습니다. 미국이 탈퇴할 경우 WHO는 전체 기금의 18%를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DEI 폐지|“능력주의 부활 꿈꾼다”
“오늘부터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문 중 일부입니다. 성적지향을 포함해 다양성 의제에 대한 강한 반감이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그의 반DEI 기조에는 인종·성별 등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능력주의가 후퇴했다는 보수층의 정서가 반영돼 있습니다. 보수층에서는 미 군대에 여성과 성소수자 참여가 증가하면서 ‘허약해졌다’는 위기의식도 큽니다.
이는 행정명령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연방정부의 DEI 정책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DEI는 연령·인종·장애·성별·종교·성적지향 등에 관계없이 다양한 개인의 참여를 촉진하는 활동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바이든 전(前) 대통령이 DEI 기조에 따라 모든 연방정부 기관이 다양성 촉진 계획을 개발하고 연방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한 것을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정책을 60일 이내에 중단한단 계획입니다. 또한 정부 계약·보조금 등의 절차에 반DEI 기조가 반영되도록 정부 차원의 검토도 의무화한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무역|25% 관세폭탄·10% 보편관세 유보
무역과 관련해서는 상무부·재무부·무역대표부 장관에게 대외 무역적자 원인과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개선책을 모색하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외국으로부터 관세를 거두기 위한 ‘대외 국세청’을 설립하는 내용도 거론됐습니다.
한편, 취임 당일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던 캐나다·멕시코 대상 25% 관세는 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국가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이용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유발했다며 고율 관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보편관세 10% 부과도 취임 첫날 행정명령 조치는 피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보편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요 관세폭탄의 실행일은 2월 1일이 유력합니다.
취임식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부과에 대해 2월 1일에 부과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튿날(21일) 기자회견에서도 대중중국 10% 보편관세 부과 역시 “아마도 2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달리는 공약 열차”…법원 줄소송 폭탄 맞을 수도
그 외 트럼프가 공언해 온 정책도 다수 행정명령에 포함됐습니다.
여기에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주범들에 대한 사면 조치도 포함됩니다. 해당 사건은 2020년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일부 지지자가 선거에 불복하며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며 일어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부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을 사면하겠단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그 말대로 그는 폭동으로 기소된 1,500여명을 사면하고 6명을 감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정부효율성부(DOGE)도 공식 출범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정부 개편과 낭비성 예산 삭감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단,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모두 실현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의 행정조치에도 한계선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부 행정명령은 미국 헌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일례로 불법 이민자 자녀의 출생시민권 중단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4조에 위배됩니다.
이에 민주당 주도의 뉴저지주·매사추세츠주 등 18개 주와 워싱턴D.C.·샌프란시스코주 등 24개 주·시 법무장관들은 21일 해당 행정명령에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관련된 소송은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