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넷제로자산관리자그룹(NZAM)’을 탈퇴했습니다.
필립 힐데브랜드 블랙록 부회장 등 주요 임원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고객 서한에서 이같은 내용을 알렸습니다.
NZMA는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한 탄소중립 이니셔티브입니다. 2020년 출범해 한때 3대 자산운용사(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를 포함해 자산운용사 120여 곳이 가입했습니다. 회원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최대 57조 달러(약 8경 3,800조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미국 공화당의 반(反)ESG 운동의 집중 공세를 받았습니다. 공화당은 ESG 투자·경영을 ‘깨어있는 척(Woke)’하는 자본주의라고 비판합니다.
결국 그해 12월 뱅가드는 NZMA를 탈퇴했습니다. 블랙록까지 탈퇴하며 3대 자산운용사 중에는 스테이트스트리트만 NZAM에 남은 상황입니다.
블랙록 탈퇴 사유 지적된 ‘법적 조사’…공화당 전략 먹혔나
블랙록은 서한에서 탈퇴 이유로 공화당의 반ESG 공세를 지적했습니다. “(NZMA 가입이) 블랙록의 투자 관행에 대한 혼란을 불러왔고 여러 법적 조사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작년 11월 텍사스주 등 11개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석탄생산업체의 감산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전기요금 인상과 주민들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원고 측은 자산운용사들이 NZAM 등의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니셔티브 참여가 탄소중립을 유도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로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보여준다는 주장입니다.
블랙록은 향후 이같은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이니셔티브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블랙록은 “NZAM 탈퇴가 자사의 자산운용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작년 9월까지 1조 달러(약 1,470조 원) 이상의 지속가능한 전환 투자 전략을 관리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고객을 위해 다른 투자위험과 함께 기후 관련 위험에 대한 평가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블랙록의 설명입니다.
트럼프 취임 10일 전 결정 “추가 탈퇴 가능성도”
“블랙록은 할 수 있는 한 오래 버텼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의 지속가능투자 연구 책임자 호르텐스 비오는 블랙록의 탈퇴 소식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결국은 탈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단 설명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합니다.
비오 책임자는 “블랙록은 탄소중립 이니셔티브를 중단하는 최초의 금융기관이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이니셔티브 탈퇴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단 진단입니다.
실제로 최근 1달 사이 NZMA의 자매 격 단체인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서도 미국 대형은행들의 탈퇴 행렬이 연이었습니다.
한편, 블랙록의 탈퇴 직후 유엔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스테판 뒤자릭 유엔 대변인은 일간 기자회견에서 “NZMA는 자발적 연합체이지만 블랙록이 이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민간 부문에서 특히 자산운용사가 기후변화 위험을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NZMA 및 유사한 이니셔티브에 남아있는 기업들이 계속 (탄소중립) 노선을 고수하고 기후변화의 파괴적 영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