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I, CCS 사업 49.99% 매각 추진…블랙록-GIP와 유럽 탈탄소 인프라 키운다

위성 사업모델로 성장자금 확보…CCS, 민간 자본 중심 전환 신호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는 블랙록(BlackRock)의 인프라 투자 자회사인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GIP)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사업 지분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에 돌입했다고 5월 27일(현지 시각) 발표했습니다. 협상 대상은 ENI의 CCUS 사업 지주회사인 ‘ENI CCUS 홀딩’(가칭)의 49.99% 지분이며, 현재 실사(due diligence) 단계에 있습니다.

ENI는 탄소 포집·저장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고, 이 법인의 공동지배권을 GIP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해당 법인에는 노르웨이, 영국, 이탈리아 북부의 CCS 프로젝트 등 CCUS 자산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GIP는 지분 인수와 함께 ENI의 CCUS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GIP는 블랙록이 2024년 9월 125억 달러(약 17조 원)에 인수한 인프라 전문 투자사로, 현재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 분야는 에너지, 교통, 용수, 폐기물, 디지털 인프라 등입니다.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거래가 성사될 경우 GIP는 유럽 CCUS 시장에서 주요 민간 투자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ENI, 유럽 전역에 CCS 인프라 확대…3대 거점 구축

CCUS 기술은 탄소 중립과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이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는 이미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고 있습니다.

ENI는 현재 유럽 전역에서 CCS(탄소 포집·저장) 인프라를 확장 중이며, 특히 세 곳의 프로젝트가 메인입니다. 노르웨이의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영국 북서부의 ‘하이넷(HyNet North West)’, 그리고 이탈리아 라벤나(Ravenna) 지역의 CCS 프로젝트입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각각 연간 수백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기존의 석유·가스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상업성과 경제성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하이넷은 영국 정부의 217억 파운드(약 40조 원) 규모 CCUS 클러스터에 포함돼 있고, 연간 1,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저장규모 입니다. 이탈리아 최초의 CCS 프로젝트인 라벤나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연간 400만 톤 규모의 CO₂ 포집·저장을 추진 중입니다.

ENI는 향후 더 많은 프로젝트를 추가해 CCUS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ENI, ‘위성 모델’로 친환경 전환…지분 매각해 성장자금 확보

이번 건은 ENI의 ‘위성(satellite) 사업 모델’ 전략의 사례입니다. ENI는 신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후 지분을 매각해 성장 자금을 확보하고, 전통적인 석유·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 역량은 보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NI 최고재무책임자(CFO) 프란체스코 가테이는 “위성 모델은 전통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새롭고 친환경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한 추가 자금원을 확보하는 접근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NI는 이미 바이오연료 자회사 에닐리브(Enilive)의 25% 지분을 KKR에 매각했고, 신재생에너지 자회사 플레니튜드(Plenitude)의 지분 22억 달러 상당을 아레스(Ares)에 매각하는 협상도 진행 중입니다.

 

ENI-블랙록, CCS 판 키운다…민간 자본, 탄소중립 인프라로 이동

이번 협상은 CCS 산업이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되고 있는 점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정부나 유틸리티 중심으로 추진되던 CCS 사업에 글로벌 민간 자본이 본격적인 참여로서 탄소중립 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있다는 시장 시그널입니다.

ENI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석유·가스 중심의 화석연료 사업 구조를 CCS, 바이오연료, 수소 등 탈탄소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규제 강화와 감축 목표 상향으로 CCS 분야의 민간 진입이 용이해진 상황입니다.

이번 건에서 ENI는 주요 투자사들을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GIP를 최종 파트너로 선정했습니다. 입찰에는 맥쿼리, 스남, 하이텍비전, 태국 PTTEP 등이 참여했습니다. ENI는 “높은 관심이 CCUS 사업의 매력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 분석 기관 잭스 에퀴티 리서치는 이번 ENI-GIP 파트너십이 기존 에너지 기업들이 전환 자산을 수익화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유럽의 기후 목표 강화가 인프라 투자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계열사 GIP의 참여는 CCUS가 기관투자 중심 자산으로 본격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블랙록은 2024년 2월 약 125억 달러(한화 약 17조 원)를 투입해 GIP를 인수했습니다. 블랙록은 GIP 인수 당시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를 향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수 배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GIP는 기존에도 천연가스, 항만,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협상을 계기로 CCS를 포함한 탈탄소 인프라 전반으로 투자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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