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 달러 기후금융 연합, 트럼프 재선으로 사실상 해체

74조 달러 대표하던 글로벌 은행 연합, 회원제 폐지 후 '지침 프레임워크'로 전환

2021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주도로 출범한 글로벌 은행 기후 연합체 ‘넷제로 은행 연합(NZBA)’가 회원사들의 투표에 따라 즉시 운영을 중단하고, 비회원 기반의 지침 프레임워크로 전환했습니다.

이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북미 주요 은행들이 대거 탈퇴하면서 연합체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출범 당시 43개 은행으로 시작한 NZBA는 이후 약 150개 회원사로 확대되었으며, 총 74조 달러(약 10경 5,000조 원)의 자산을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 연합체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전환은 자발적 금융 기후 연합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향후 기후 금융의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NZBA 4년 만에 지침 프레임워크로 전환, 미국 대형은행 대거 탈퇴가 결정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트럼프는 에너지 규제 완화와 환경 규제 철폐, 이른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따라 미국 금융권은 정치적 압력과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연합체 이탈을 본격화했습니다.

2024년 12월, 골드만삭스가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이 잇따라 탈퇴했고, 이러한 흐름은 캐나다의 주요 은행들로 확산됐습니다.

이탈의 배경에는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의 반(反) ESG 정치 캠페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후 중심 금융 연합체에 참여한 기관들을 반경쟁법 위반 혐의로 압박하고, 주 정부 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주요 은행들도 연이어 NZBA를 떠났습니다. 2025년 7월에는 HSBC가 영국 은행 중 처음으로 탈퇴했고, 8월에는 UBS와 바클레이스가 뒤따랐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대다수 글로벌 은행들이 탈퇴함에 따라, 더 이상 이 조직이 우리의 전환을 지원할 회원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올해 10월, NZBA는 남아 있던 회원사들의 투표를 통해 회원 기반 연합체에서 탈탄소화 목표 설정을 위한 비회원 기반 지침 프레임워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즉시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NZBA 대변인은 “은행의 기후 목표 설정을 위한 지침과 지원 문서는 계속해서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NZBA 웹사이트는 문서 페이지로 연결되며, 여기에 포함된 ‘버전 4’의 ‘은행의 기후 목표 설정 지침’에서는 NZBA, 연합, 서명자 등의 회원 용어가 삭제되고 ‘은행 산업’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표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NZBA의 해체에 대해 지속가능 투자관련 기관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책임투자그룹 셰어액션의 잔 마틴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은행가들이 청정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기후 책임성 기준을 높이는 데 더 큰 용기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루시 핀슨은 “NZBA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허상에 불과했고, 실제 기후 대응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그 종말을 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Y의 글로벌 금융 서비스 지속가능 금융 리더인 길 로프츠는 “NZBA의 운영 중단이 글로벌 기후 행동의 후퇴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과학·경제·정치적 현실에 대한 실용적이고 투명한 재평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번 변화가 과거 참여가 어려웠던 신흥국 은행들에게도 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글로벌 참여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NZBA는 유엔이 지원하는 ‘글래스고 금융 넷제로 연합(GFANZ)’의 일원이었고, 이 외에도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 넷제로 자산소유자 연합(NZAOA), 넷제로 보험 연합(NZIA) 등 다양한 금융 부문 연합체들이 유사한 정치적 압력에 직면해왔습니다.

NZIA는 2024년에 운영을 중단했고, NZAM은 2025년 초 주요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GFANZ 역시 2025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대규모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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