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 심화와 세계적인 경기둔화 같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단,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 소비 증가세 등에 힘입어 올해 4% 중후반대 성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9일 국제금융센터(이하 국금센터)는 이같은 내용의 ‘2025년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둔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5.2%에서 2024년 4.8%로 떨어졌습니다. 올해는 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제조업 과잉생산 문제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4~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5%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국금센터는 올해 중국 경제와 관련해 크게 3가지 변수를 꼽았습니다.
①미중갈등 추이 ②외국인 투자금 변동성 ③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 순입니다.
미중 무역갈등 시즌2 예고…트럼프 재선 대응 나선 중국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재선에 따른 미중갈등은 예견된 상황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은 예상치 못한 관세폭탄과 무역갈등에 시달렸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 공약이 현실이 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시 주석은 보다 명확하고 단호한 전략을 준비 중입니다.
국금센터는 “트럼프 당선인이 고관세 부과와 기술견제를 예고하고 중구도 맞대응하면서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협상 여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 국가안보위원회에 근무한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철저히 사업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트럼프와의 관계는 철저하게 사업적 관계로 접근할 것”이란 시 주석의 발언이 중국 정부의 기조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시 주석을 취임식에 초청했으나, 중국은 이를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대신 중국은 새로운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은 열려 있다며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그는 중국이 미국 측 대응을 크게 ▲보복(Retaliation) ▲적응(Adaptation) ▲다각화(Diversification)란 3가지 방면에서 계획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첫째, 중국 역시 미국에 최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경제 보복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작년 말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의 미국 수출을 차단한 만큼 이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소비자를 돕고자 강력한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2023년 가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염두에 두고 시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마지막 셋째는 경제 관계를 확대하는 겁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 이외 파트너로부터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 관세 인하를 논의 중입니다. 일본 정부 역시 올해 최대 과제로 중국과의 외교 관계 회복을 꼽았습니다.
시 주석이 국제무대에 보낸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 반대하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개방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불확실성과 모순으로 정의된다”며 “(이와 달리) 시 주석의 전략은 명확성과 결단력으로 정의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후 달러 강세…중국 외국인 투자금 ‘엑소더스’
외국인 투자금 변동성 역시 큰 변수입니다. 이는 미중갈등 추이와 연관돼 있습니다.
중국 외화규제 기관에 따르면, 작년 11월 한달 사이 중국에서 457억 달러(약 66조 원)가 빠져 나갔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역시 외국 기관 투자자들이 같은달 중국 채권 보유량을 줄였다는 통계를 내놓았습니다. 3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주요 포트폴리오 흐름을 추적하는 국제금융협회(IIF) 역시 지난해 11월 중국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자금유출이 발생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자금유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기관의 분석입니다.
이른바 ‘엑소더스’ 현상이 미중갈등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부동산 침체 속 제조업 생산과잉 “의도치 않은 갈등 야기”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2021년 헝다그룹 파산으로 부동산 위기가 촉발됐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18조 달러(약 2경 원) 규모의 가계 자산이 증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클레이즈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손실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부동산 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산업 침체는 건설과 금융 그리고 소비재 등 연관 산업 전반 위축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동산 침체를 만회하고자 제조업 투자가 급증하며 생산과잉으로 이어졌습니다. 중국 내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생산량은 수출로 이어졌으나 의도치 않은 갈등을 촉발했습니다.
가령 중국산 저가형 철강이 해외 시장에 대거 풀리자 인도·브라질·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중국의 과잉생산 제품이 자국 시장을 교란시킨다며 강력 반발한 겁니다.
국금센터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축세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누적된 주택 재고 압력과 인구구조 변화 등의 부담 요인도 상당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요 변수의 영향에 따라 중국 경제 환경의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의 디플레이션 위협은 한국의 수출 가격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앞서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경제 상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위상변화에 미국의 글로벌 전략 전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탈중국 후 새롭게 형성된 공급망이 재차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