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침체가 올해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통신은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BI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1~6월) 아태 지역 ESG 금융 규모는 28억 달러(약 3조 8,800억원)에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규모입니다. 기관은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의 ESG 채권 발행 급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추가로 19일 확인한 결과, 아태 지역 ESG 금융의 주도권이 중국 전기자동차 산업과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추세가 확인됐습니다.
中 상반기 목표 미달…2021년 부동산 위기 여파 여전 🎯
중국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GDP 목표를 5%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난 1분기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에 그쳤습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7%에 불과합니다.
주요 원인은 2021년 헝다그룹의 파산으로 촉발된 ‘부동산 위기’ 여파로 분석됩니다.
이는 6월 주요 경제 지표에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중국 내 부동산 개발 투자는 10.1% 감소했습니다. 이는 5개월 연속으로 10% 내외의 감소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산업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습니다. 특히, 부동산 위기 이전인 2020년에는 중국 GDP의 17%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산업의 비중은 5.9%로 줄었습니다.
中 부동산 침체, 아태 ESG 금융 축소로 이어진 까닭 💸
중국 부동산 산업의 침체는 금융시장에 직접적 타격을 주었습니다. 중국 채권시장의 최대 발행 주체인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채권 수요와 공급이 모두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대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해 왔습니다.
2018년에는 중국공상은행(ICBC)이 세계 녹색채권 발행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조달된 자금은 대부분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프로젝트에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BI는 2024년 이같은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 상업용 부동산담보증권(MBS) 판매가 0건이었다는 것이 BI의 분석입니다. 이는 지난 2년(2022~2023년) 간 해당 증권의 판매액이 43억 달러(약 6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됩니다.
주요 부동산 개발 기업인 진마오홀딩스와 서안부동산의 올해 녹색채권 발행량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두 기업은 BYD(비야디)와 함께 중국 3대 녹색채권 발행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아태 지역 ESG 채권 발행액은 28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발행량 195억 달러(약 27조원)의 14%에 그친 규모입니다.
트레버 앨런 BNP 파리바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는 중국 주택시장 침체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올해 6월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9% 하락했습니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이에 따라 녹책채권 발행량도 감소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모두 ESG 채권 발행량은 모두 증가했습니다.
각각 발행량은 296억 달러(약 41조원)와 19억 달러(약 2조 6,300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6.5%와 46.1%를 기록했습니다.
ESG, 부동산→전기차 주도 전망 “동남아도 성장” 📈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아태 지역 ESG 금융의 주도권이 전기차 기업과 동남아 국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은 대표적인 ESG 채권 발행 주체였습니다.
BYD와 만리장성자동차(GWM)가 발행한 ESG 자산유동화증권(ABS) 규모는 총 22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합니다.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공장 신설과 증설을 준비하면서 ESG 채권 발행량의 증가가 예상됩니다.
특히,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해외 공장을 앞다퉈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1분기 동남아 지역의 ESG 채권 발행량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남아 지역의 ESG 채권 발행량은 51억 달러(약 7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의 40억 달러 대비 27.4% 증가한 수치입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차원에서 지속가능 금융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세안 택소노미(지속가능성 금융 분류체계)’가 대표적입니다.
이 분류체계는 동남아 지역 내 녹색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2022년에 도입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지난 3월 제3차 분류체계 개정안이 공개된 상태입니다. 개정안에는 아세안 국가별 기준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