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전기자동차·반도체·태양전지 등 중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180억 달러(약 24조 2,3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고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타국의 무역장벽이 확인되면 각종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안보 법률입니다. 일명 ‘슈퍼 301조’로도 불립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 백악관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르면,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광물 ▲태양전지 ▲항구 크레인 ▲의료제품 등에 걸쳐 관세가 인상됩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높아진 반중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슈퍼 301조’ 발동으로 中 청정·첨단 수출 제재 나서 🚫
무역법 301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날 백악관은 성명에서 “너무 오랫동안 중국 정부가 불공정하고 비(非)시장적인 관행을 일삼아 왔다”며 “미국의 노동자, 기업 및 지역사회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전략 부문에 관세 인상을 지시한 것입니다.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및 혁신과 관련된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제거하도록 장려하기 위함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에 대한 미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산업 탈탄소화 60억 달러(약 8조원) 투자 등을 강조한 것.
“관세율 인상은 이러한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즉, 현재까지 구축한 자국 산업의 기반이 중국에 잠식되지 않게 차단에 나선 수순으로 보입니다.
美 정부, 중국산 전기차 관세 27.5%→102.5%로 대폭 인상 💸
이번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는 향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다만, 전기차와 배터리 등 일부 항목은 2024년부터 즉각 적용됨에 따라 해당 업계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관세율 및 적용 시기는 항목별로 다릅니다.
단, 아래 관세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만을 의미합니다. 기본 관세를 더한 최종 관세는 이보다 더 높습니다.
일례로 현재 중국 전기차는 기본 수입차 관세 2.5%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25%를 적용해 27.5%가 적용됩니다. 관세 인상이 적용될 경우, 최종 관세는 102.5%를 적용받게 됩니다.
🚗 전기차|25%→ 100%(2024년)
⛰️ 철강·알루미늄|0~7.5%→25%(2024년)
💿 반도체|25%→50%(2025년)
🔋 배터리·배터리 부품·핵심광물
- 리튬이온배터리|7.5%→25%(2024년)
- 비(非)리튬이온배터리|7.5%→25%(2026년)
- 배터리 부품|7.5%→25%(2024년)
- 천연흑연 및 영구자석| 0%→25%(2026년)
- 그외 핵심광물|0%→25%(2024년)
☀️ 태양전지|25%→50%(조립 여부 무관)
中 수입산 관세 폭등,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 🤔
이번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당초 취임 초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중국 고율 관세 정책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무역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 영향이 컸다는 인식의 결과입니다.
그 대신 중국의 첨단산업 접근을 막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에 집중 해왔습니다. 2022년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AI)의 중국 수출 통제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선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강경책을 외치며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간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가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일 미국 초당파 싱크탱크 퓨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81%는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중 절반가량인 42%는 중국을 미국의 적으로 인식할 정도입니다.
이에 미국 노동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또한 중국 견제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단 것.
발표 전날(13일)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이번 조치가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의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주요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中 “美, 자신감 부족에 이성 잃어” 12월 보복관세 전망도 📆
한편, 미 정부의 결정에 중국 외교부는 강도 높은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발표 다음날(15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고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즉시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은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제5차 중국·팔레스타인 외교장관 전략대화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일방적 제재를 가하고 (무역법) 301조 관세를 남용했다”며 “이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괴롭힘”이라고 왕이 부장은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일부 인사들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감을 잃고 혼란에 빠졌음을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WTO 창립국 중 하나인 미국이 오히려 규칙 위반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와 별개로 중국은 이미 보복관세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을 통과시킨 상황입니다.
지난달 제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 통과된 관세법이 이에 해당됩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의 고율 관세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단 조항이 핵심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韓 정부, 자동차·배터리 업계 영향 논의…반도체·태양광도 간담회 예정 🇰🇷
한편, 한국 정부는 업계와 민관합동 간담회를 열고 이번 조치 발표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습니다.
16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해당 조치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얻을 반사이익 등 예상 가능한 혜택을 논의했습니다. 동시에 미국 외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과의 과당경쟁(출혈경쟁)으로 인한 우려 등도 논의됐습니다.
양병내 산자부 통상차관보는 “해당 조치로 인한 중국의 대응 및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반응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