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직농장 스타트업 플렌티언리미티드(Plenty Unlimited·이하 플렌티)가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사실상 백지화할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에 매겨진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해 재자본화에 나섰다는 내용입니다. 신규 투자에서는 기업가치가 사실상 이전 대비 1% 미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단 발언도 나왔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기업가치를 이전 대비 90~95% 가량 낮춰 기존 투자자 지분을 희석시키는 투자 형태를 ‘크램다운(Cram-Down)’이라 부릅니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플렌티는 월마트·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현재까지 조달한 자금은 총 9억 6,1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이릅니다.
작년 9월에는 신규 수직농장 완공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지 약 4개월 만에 크램다운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매체는 “한때 유망했던 수직농장 산업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신규 투자유치서 기업가치 급락…“최근 CEO 변경 소식도”
플렌티는 1억 2,5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추가 유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체는 뉴욕투자사 원매디슨그룹이 신규 자금조달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플렌티의 초기 투자사인 월마트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참여를 논의 중이라고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현재까지 플렌티에 투자한 금액은 4억 달러(약 5,800억 원)가 넘습니다.
문제는 해당 투자의 세부내용에 있습니다. 한 소식통은 신규 거래가 성사되면 기존 주식의 가치가 1,500만 달러(약 218억 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전 투자에서 플렌티의 기업가치는 19억 달러(약 2조 7,700억 원)로 평가받았습니다.
즉, 기업가치가 99% 이상 낮아질 수 있단 뜻입니다. 사실상 생존을 위해 진행하는 구조조정, 마지막 승부수에 가깝습니다.
관계자는 이 또한 논의가 완료된 것은 아니며, 투자 유치 자체가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플렌티는 이번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에 답변을 거부한 상태입니다.
플렌티가 2024년 이미 신규 자금조달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단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최근 회사 최고경영자(CEO)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몇 주 사이에 아라마 쿠쿠타이 CEO가 나가고 임시 CEO가 임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자발적 사직인지 사측의 해직인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딸기’로 재기 나선 플렌티, 사업 전환 가능할까
이번 소식은 플렌티의 사업모델 전환 추진 과정에서 나왔단 점에서 더 주목받습니다.
사실 플렌티는 2023년 1월 일부 시설을 폐쇄하고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에너지가격 상승과 소비둔화로 수직농장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작년 11월 바워리파밍 파산보호 신청을 마지막으로 미국 3대 수직농장 모두 파산·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이후 플렌티는 사업 전략을 전격적으로 수정하며 재기에 나섰습니다. 생산 작물을 기존 잎채소 위주에서 더 고부가가치 작물로 바꾼 것입니다. 대표적인 작물이 딸기입니다.
첫 행보로 작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세계 최초의 실내형 딸기 수직농장을 개장했습니다. 미국 딸기 전문 농기업 드리스콜스와 협업해 2025년 초 독점재배 딸기를 선보인단 계획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도 6억 8,000만 달러(약 9,900억 원) 규모의 딸기 수직농장을 건설 중입니다. UAE 대형 투자사 알파다비가 합작투자했습니다.
다만, 플렌티가 딸기를 기반으로 사업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과거 인팜처럼 딸기를 기반으로 수익화를 꾀했으나 기술 부족 등으로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