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을 도울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12월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간담회에서 “(기후) 공시 시기나 공시 범위 결정 등에 있어 기업 부담도 고려할 필요성도 제시하여 이를 관계기관과 심도있게 검토하였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주요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경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도입 일정도 발표하도록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4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업의 기후리스크 정보를 담은 기후공시를 시작으로 우선적으로 시작하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기후공시 도입 시기는 ‘2026년 이후’이나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재계에서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2029년부터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다른 국가 로드맵 확인 후 정책 방향 제시 예정
로드맵의 경우 원래 2023년 3분기에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현재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후 금융위는 작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본 후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이후 일정이 다시 연기됐습니다.
금융위는 올해 3월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로드맵 내용을 살펴본 뒤 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황입니다.
금융위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빠르게 추진 중인 유럽연합(EU)에서도 27개 회원국 중 12개국만이 기후공시 법제화를 완료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돼 기후공시 추진이 보류 중인 상황이 언급됐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 행정부 이후의 정책방향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며 “주요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지속가능성 공시 시행을 신중하게 준비해나가는 모습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해외 투자자 한국에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 요구”
해외 주요 국부펀드나 연기금 그리고 자산운용사 등은 한국이 지속가능성 공시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로드맵 역시도 빠르게 만들어 발표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앞서 작년 10월 브리티시콜롬비아자산운용(BCI) 등 해외 글로벌 자산운용사 8곳은 금융위에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8개 자산운용사의 자산 규모만 3조 5,000억 달러(약 5,070조 원)에 이릅니다.
한국 시장에 각각 27조 원과 12조 원을 투자한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네덜란드 연기금(APG)도 금융당국에 신속한 공시 이행과 명확한 로드맵 제시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이들 기관을 언급하며 “글로벌 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이를 반영하여 우리 자본시장 내 자금 유입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금융위는 공시기준 발표 시 세부 판단기준이 담긴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매달 기업 담당자들과 소통 또는 교육을 정례화해 실무자들이 공시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보고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지속가능금융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가 잘 준수되도록 관련 제도적 기반 역시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ESG 평가기관의 평가 업무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것을 말합니다.
“스코프3 공시 필요…기업 부담 커 사전준비 필요”
한편, 기후공시의 쟁점 중 하나인 ‘스코프3’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금융위는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스코프3 공시 등은 시행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공시 비용과 소송 리스크를 감안할 때 기업 부담이 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계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코프3 공시 의무가 도입되더라도 상당기간 유예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겁니다. 이밖에도 한국적 특수상황을 반영한 저출산 대책 등 101호 정책공시는 공시기준에서 제외하거나 포함해도 정보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나아가 공시 도입 초기에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재제나 손상배상책임 등에 있어서 폭넓은 면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