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의 평가업무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가 시행된 지 약 1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평가기관 내 이행상충과 평가기준 해석 어려움 등의 이유로 ESG 평가 및 평가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 108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시행에 관한 기업 의견’을 조사했습니다. 대기업 23곳, 중견기업 36곳, 중소기업 49곳이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29일 조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응답기업의 과반이 넘는 57.1%가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국내 ESG 평가시장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한 기업이 52.4%에 이르렀습니다.
제조업에 근무하는 한 ESG 평가 담당 직원은 “현재 하나의 회사가 동일한 ESG 평가기관에서 ESG 평가를 받아도 담당자가 달라지면 평가결과도 달라지는게 현실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도 “일부 기업 실무자들은 (ESG) 평가기관과의 소통 부족과 평가기준의 투명성에 있어 여전히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ESG 평가·컨설팅 업무 병행 자체가 문제” 📊
기업들의 ESG 평가 신뢰도가 낮은 이유로는 국내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행상충 문제가 주로 지적됐다고 대한상의는 전했습니다.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동시에 수행해 이해상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가’란 질문의 응답기업의 71.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니오’란 답은 28.7%였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등급을 올려주는 대가로 컨설팅 제안을 요구받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ESG 평가결과가 기대한 것보다 낮아 평가등급을 올리고자 컨설팅 비용을 부담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이던스는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이나 자문을 하는 경우 기관 내에서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ESG 평가기관이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업들은 국내 ESG 평가기준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ESG 평가대응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9.3%는 ‘ESG 전문성을 보유한 내부인력이 없음’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평가지표·기준 이해 및 해석 어려움’이 48.1%로 뒤를 이었습니다.
‘평가에서 요구하는 항목에 부합하는 데이터나 성과관리 체계 없음’ 역시 37%에 달했습니다. ESG 평가에 대해 경영진이나 관련 부서가 중요성을 인식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31.5%를 차지했습니다.
정책당국서 ESG 평가시장 신뢰성 제고 위해 관리해야 ⚖️
그렇다면 국내 ESG 평가시장은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요?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물어본 결과 응답기업의 31.8%는 ‘ESG 평가기관의 전문성 강화’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ESG 평가기관 규율 강화를 통한 평가 공정성·투명성 제고’가 25%로 뒤를 이었습니다. ‘ESG 평가기관 관련 법·제도’ 도입도 21.4%에 이르렀습니다.
국내는 자율규제 형태로 ESG 평가기관을 관리합니다.
반면, 해외의 경우 ESG 평가기관 규제방안을 수립 중이거나 확정해 시행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이 대표적입니다.
유럽의회는 올해 4월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안으로 ‘투명성과 무결성 향상을 위한 ESG 평가 규정(ESGR)’을 채택했습니다.
ESRG에 따르면, ESG 평가기관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합니다. 또 ESG 평가 시 사용한 방법론과 모델 그리고 평가과정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이해상충 관리를 위한 요구사항도 제시됐습니다.
영국 역시 2025년부터 ESG 평가기관을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 경영팀장은 “작년 9월 ESG 평가기관이 지켜야 할 가이던스가 나왔지만 기업들은 평가사의 낮은 신뢰성과 평가 대응역량 부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EU는 ESG 평가시장을 감독당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ESG 평가시장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