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 연내 확정을 앞둔 가운데 발전업계와 산업계 유상할당 대폭 상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유상할당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탄소중립 전환기술 투자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양재에서 기후변화센터 주최로 열린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주요 쟁점의 다각도 검토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앞서 올해 11월 환경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될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계획안에는 전환 부문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높인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인 상향 비율은 2025년 할당계획 수립 과정에서 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공청회에서 주요 환경단체들은 전환(발전) 부문에서 100% 유상할당을 주장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모두 전환 부문에만 유상할당 10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EU 등 주요국이 전환 부문에 유상할당 100%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국 역시 100% 유상할당을 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국내 시장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감축수단 때문에 전환 부문 유상할당 대폭 상향 안 돼” ⚡
환경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 감축목표) 달성을 고려할 경우 전환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 여건에서는 발전이 다른 업종보다 유상할당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준 교수는 이를 두고 발전사가 자율적으로 연료전환이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전력수급기본계획 준수 만이 발전사의 유일한 수단이란 점도 언급됐습니다.
그는 전환 부문이 원자력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등 감축수단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유상할당이 가능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이 2030년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설계돼 있어 전환 부문 유상·무상할당에 대한 논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통한 전망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에너지 부문에서 약 1억 5,400만 톤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정부 배출량 목표치(약 1억 4,500만 톤)보다 약 900만 톤 더 많은 겁니다.
이상준 교수는 “11차 전기본이 충실히 달성될 경우 전환 부문의 (감축)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 현재 11차 전기본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내용 전반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큽니다.
유상할당 상향 시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문제 역시 지적됐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이상준 교수는 현재 전기요금이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할당 상향으로 인한 부담을 누가 떠 안을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김도원 부산대 산업공학과 조교수는 자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유상할당 비중 상향 시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 5곳(이하 발전5사)이 구매해야 할 배출권의 양을 추산했습니다.
김도원 조교수에 따르면, 전환 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현재 10%에서 50%로 늘릴 경우 2030년까지 발전5사가 감당해야 할 탄소배출권은 5억 9,000만 톤에 이릅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조 원에 이릅니다. 그는 “20조 원을 발전5사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며 “발전사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 탄소중립 기술 역시도 투자를 멈출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김녹영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은 “20~30%씩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상할당을 100%로 대폭 상향하는 것에 대해 발전사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탄녹위 회의록 내 유상할당 100%…정부 공식 입장 아냐 📢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국무회의에서 심의됩니다.
전환 부문 유상할당 상향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유상할당 상향 비율 ▲이월제한 ▲상쇄한도 등 세부기준은 2025년 6월까지 수립될 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지난 2일 탄녹위 온실가스 감축 분과위원회에서 4차 기본계획이 안건이 상정돼 논의되긴 했습니다.
회의록에는 “4차 계획기간 발전 부문 유상할당을 100%로 확대하고 유상할당 수입을 일시적으로 한전의 전력비용 보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세미나에서 해당 문건에 “100%란 수치가 찍혀 있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태훈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 사무관은 “회의록에 담긴 것은 탄녹위 민간위원의 발언”이라며 “정부가 (전환 부문 유상할당 100%로 상향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태훈 사무관은 배출권거래제에서 전환·산업 부문이 큰 만큼 부처가 최선을 다해 업계 의견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할당계획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업계가 충분한 의견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무부처 환경부 불참에 성토 쏟아져…실상은? 🗓️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배출권거래제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업종별 의견수렴을 하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점을 꼬집었습니다. 업종별 간담회와 공청회 당시 나온 자료가 달라 놀랐다고 그는 토로했습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벽을 보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발전사가 에너지전환과 유상할당 비율 상승 모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준 교수는 “정부의 판단 아래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고 있다”며 “이럴 경우에는 시장 메커니즘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지난달 공청회에서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입장 차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환경부의 소통 노력이 부족하기만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부 부처는 산자부만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 달리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세미나가 시작된 직후에야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불참 이유에 대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으로 현 정부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이 언급됐습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그리니엄에 “지난주에 주최 측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불참 이유 역시 말이 달랐습니다. 관계자는 “공청회 이후 의견수렴을 거쳐 (보고를 위해) 내부에서 안건을 거의 확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해당 절차가 조금 더 우선순위에 있겠다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참석을 못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간담회를 통해 기업들의 의견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며 “연내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