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 규모가 860억 달러(약 1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드라이파우더는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가 만든 기금 중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을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투자가능자금’으로 불립니다.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자금조달 현황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기관은 2021년부터 기후테크 내 드라이파우더 현황을 추적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18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2024년 11월 7일(이하 현지시각)까지 기후테크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는 860억 달러입니다.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가 공식 발표한 액수만 합한 액수입니다.
드라이파우더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금리 인상·기업공개(IPO) 제약 등 거시경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기업 투자에 더 신중해졌습니다. 기관 역시 투자자들이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를 더 선별적으로 하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드라이파우더가 올해 3분기(7~9월) 930억 달러(약 133조 원)가 쌓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단 겁니다. 최근 2개월(10~11월) 사이 70억 달러(약 10조 원)에 가까운 액수가 투자됐다는 말입니다.
2개월새 드라이파우더 줄어…평가 아직 일러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전례 없는 속도로 비축된 자금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기후테크 업계로의 자금조달 속도가 느려지자 업계가 기존 자금 활용으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반면, 아직 평가 자체가 시기상조란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기후테크 업계 내 자금조달 흐름을 비롯해 전반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투자자는 드라이파우더를 통한 투자 속도를 늦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2025년 1분기(1~3월) 기후테크 산업 내 드라이파우더와 자금조달 규모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기관의 결론입니다.
자금조달 흐름을 두고 업계별 분석은 다릅니다.
앞서 블룸버그NEF(BNEF) 등 다른 기관들은 기후테크 산업 내 자금 흐름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BNEF의 경우 기후테크 대신 인공지능(AI) 같이 수익성이 좋은 산업으로 자금이 더 많이 흘러가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후테크 산업 내 자금 흐름이 둔화했다는 것이 BNEF의 평가입니다. 실제로 올해 기후변화에 초점을 둔 신규 벤처캐피털의 수는 전년 대비 9% 감소했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내 신규 자산운용 규모 ‘양호’ 💰
반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기후테크 산업에 자금이 모이는 속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BNEF와 상반된 진단입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에 따르면, 2024년 기후테크 산업 내 신규 자산운용 규모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2021년 이후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1,640억 달러(약 235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브룩필드 자산운용사 같은 거대 금융업계가 2번째 혹은 4번째 대규모 기후테크 펀드를 잇달아 내놓은 덕분입니다. 기관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킴 조우는 “대규모 기관이 2번째 펀드를 내놓은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1번째 펀드가 성공적이었단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속도가 줄어든 것은 맞으나 시장 예측치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이 기관의 결론입니다. 이를 계기로 오히려 기후테크 펀드가 더 체계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기관은 분석했습니다.
물론 사이트라인클라이밋 또한 일부 투자자들이 AI나 소프트웨어 같은 친숙한 업계로 눈을 돌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기존 투자자들은 오히려 더 투자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산·폐업…투자 혹한기 속 생존 다툼 중인 기후테크” 🚨
기후테크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기후테크 기업들의 단어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생존’입니다.
2024년 유명 기후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하거나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피스커가 6월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뉴욕증시에서의 상장도 폐지된 상태입니다.
북미 최대 가정용 태양광 업체 선파워 역시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해 화제를 모은 배터리 스타트업 엠브리도 자금난에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항공기 전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던 유니버셜하이드로젠은 아예 폐업한 상황입니다.
이들 기업 모두 기술개발에 오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반면, 수익화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시리즈 B 단계에 머물고 있는 기후테크 기업들의 상황이 안 좋습니다. 흔히 ‘데스밸리(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넘지 못한다고 표현합니다. 수익화와 자금조달에 실패해 문을 닫는다는 뜻입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빠르게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습니다. 2010년대 후반 창업한 기후테크 기업들이 성숙해진 만큼, 이들을 지원하던 투자자들 역시 성숙해졌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기술개발이나 수익모델 등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관점에서 기후테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달리 보면 투자자들이 기술이 입증된 기업에게만 몰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의 릴라 프레스턴 책임자는 “2024년 (기후테크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강화하고 운영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합해지기 위해 주력하는 한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모펀드인 앤틴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의 스테판 파일하우어 파트너는 “하단 부문에서 상당수 통합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중기적으로 훨씬 더 강력한 사업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