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쉘이 신규 해상풍력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또 재생에너지 사업과 발전 사업을 담당하던 전력사업부 ‘쉘 에너지’를 전력과 거래 2개 부문으로 분할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은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는 와엘 사완 쉘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완 CEO는 석유·천연가스 등 수익성이 좋은 활동에 집중하는 반면, 수익성이 낮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대변인은 “신규 해상풍력 개발을 주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업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투자 사례가 있을 시 신중하게 해상풍력 개발 사업에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8일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기준 쉘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3.4GW(기가와트)에 이릅니다. 이중 상당수(약 2GW)가 해상풍력 발전용량입니다.
추가로 건설 중인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만 해도 7.9GW에 이릅니다.
해상풍력 신규 개발 중단 선언한 쉘, 그 이유는? 🤔
쉘은 다른 에너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일찍이 해상풍력 개발에 나섰습니다. 해상 시추 과정에서 수십년간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해상풍력을 새로운 먹거리로 본 겁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해상풍력 사업은 금리 상승에 따른 건설비용 증가와 공급망 문제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익이 줄어들자 쉘이 투자 재검토에 나선 겁니다.
앞서 10월 사완 CEO는 회사가 “에너지전환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후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육상풍력보다 사업 추진 기간이 길고, 금리 상승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인 오스테드의 경우 2023년 미국에서 진행되던 해상풍력 사업 2건에서 모두 손을 뗀 상태입니다. 회사 경쟁사인 에퀴노르 역시 일부 시장에서 해상풍력 개발을 철회했습니다.
육상풍력 사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경우 올해 9월 미국 내 육상풍력발전소를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급망 대란과 물가상승의 여파로 미국 내 풍력 사업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입니다.
해상풍력 대신 ESS·전력망 시설 개발 집중 ⚡
쉘이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를 멈추는 건 아닙니다.
쉘은 신규 해상풍력 사업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SS와 전력망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고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사측은 재생에너지 사업과 발전 사업을 모두 담당하던 전력사업부 쉘 에너지를 발전과 거래 부문으로 각각 분사하기로 했습니다. 발전은 쉘 에너지, 거래는 쉘 파워가 각각 맡게 됩니다.
회사의 기능을 분할함으로써 에너지전환 부문 투자를 더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것이 사측의 구상입니다.
쉘 에너지는 데이비드 웰스가 수장을 맡게 됩니다. 현재 쉘 에너지 부사장인 그는 전력 거래 전반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회사의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관리합니다.
쉘 파워는 그레이그 조이너가 수장을 맡습니다. 그 역시도 현재 쉘 에너지 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회사가 내놓은 ‘2024년 에너지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쉘은 2023년에 저탄소 기술에 56억 달러(약 7조 9,745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회사 총지출의 23%를 차지합니다. 여기에는 탄소집약도가 낮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개발 등도 포함됩니다.
사측은 2025년까지 추가로 최대 15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완 CEO는 “LNG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풍력과 태양광발전 등이 성장함에 따라 (LNG 발전이) 전력망에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소식이 처음 전해진 이튿날(6일) 뉴욕증권거래소·런던증권거래소·암스테르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쉘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쉘, 1.2GW 규모 울산 ‘문무바람’ 지분 전량 매각 💰
한편, 쉘은 현재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은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세계 여러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한국 역시도 포함됩니다. 쉘은 올해 2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문부바람’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습니다.
프로젝트 지분의 80%를 합작 투자 파트너사인 스웨덴 헥시콘에게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헥시콘이 쉘의 지분 인수 대가를 우선 500만 달러(약 71억 원)를 지불하고, 향후 3년에 걸쳐 5,000만 달러(약 712억 원)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쉘은 2020년 8월부터 울산 앞바다에 부유식 기상관측부이(F-LiDAR) 총 3기를 설치해 풍황을 설치한 바 있습니다. 이후 여러 척의 선단을 투입해 해양 물리탐사와 지질탐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09월 헥시콘과 합작사인 문무바람을 설립했습니다. 당시 쉘과 헥시콘이 각각 40억 원과 10억 원을 분담해 총 50억 원짜리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습니다.
문무바람은 헥시콘이 쉘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습니다.
문무바람은 울산시로부터 약 65㎞ 떨어진 수심 120~150m 해역에 축구장 크기의 부유식 설비 84개를 띄우는 초대형 해상풍력 사업입니다. 발전 규모만 1.25GW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