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미국 내 육상풍력사업을 전부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대신 태양광 사업 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23일 확인한 결과, 사측은 미국 육상풍력사업을 담담하는 ‘BP윈드에너지’가 소유한 미국 풍력발전소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BP윈드에너지는 미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해 있습니다. 미 7개주에 걸쳐 총 1.7GW(기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10곳을 운영 중입니다. 이중 BP윈드에너지가 1.3GW 규모의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사측은 BP윈드에너지가 보유한 발전소 지분을 올해 가을부터 순차적으로 모두 매각한다는 구입니다.
이후 BP윈드에너지를 재생에너지 자회사인 ‘라이트소스’에 통합할 것이라고 BP는 밝혔습니다. 라이트소스는 태양광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입니다. 앞서 작년 11월 BP는 라이트소스 지분을 전부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수는 올해 연말 마무리됩니다.
이번 매각이 보여주는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찢어진 재생에너지 사업 통합 나선 BP 🌐
첫째, BP가 분산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 운영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BP의 가스·저탄소에너지 부문 책임자인 윌리엄 린은 “(BP의 육상풍력 사업이) 라이트소스의 성장 계획과 맞지 않는다”며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여 가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BP는 에너지 통합 기업으로 전환하려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회사 성장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화석연료를 넘어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회사를 전환하겠다는 말입니다.
머레이 오친클로스가 올해 1월 BP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후 사측은 석유·천연가스 개발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압박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BP의 화석연료 사업 부문 수익은 급증한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 수익은 저조했습니다.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BP에게 청정에너지 전략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기업 RBC캐피털마켓의 비라즈 보르카타리아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매각은) BP가 에너지 전환 전략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친클로스 CEO 역시 “국제 석유 기업에서 에너지 통합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회사의 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또 전임 CEO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계획도 유지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공급망 대란 여파로 美 풍력사업 전반 위태로워” 🤔
둘째, 공급망 대란·인플레이션 상승 여파로 인해 미국 내 풍력사업이 여전히 위태로운 것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해상풍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역내 30GW 설치를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내 추진 중인 해상풍력사업들이 좌초됐습니다. 대형터빈과 블레이드 등 부품 조달에 필수적인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당장 올해 1월에는 비용 상승 문제로 뉴욕주가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와 BP와 맺은 해상풍력발저단지 전력거래계약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수의 사업이 재협상 중입니다.
BP에서 수소·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안자 이사벨 도첸라트 전(前)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해상풍력은 근본적으로 망가졌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해상풍력사업의 연이은 좌초가 육상풍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내 육상풍력 설치는 전년 대비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50 탄소중립 선언한 BP, 수익성 고려해 전환 추진 💸
즉, 전반적인 시장 환경이 악화되자 BP는 미국 내 풍력산업을 매각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태양광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에너지 전환 사업에서도 결국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BP가 풍력산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BP는 이미 전 세계에 약 12.7GW 규모의 육상풍력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한 관계자는 FT에 “(이번 매각은) BP가 보유한 전체 육상풍력사업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BP는 회사 운영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30년에는 50% 감축으로 상향됩니다. 이후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비롯한 사업 전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이 사측의 구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