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 기업 삼성SDI와 미국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이하 스타플러스)’에 대규모 대출 지원을 예고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LPO)은 스타플러스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에 최대 75억 4,000만 달러(약 10조 6,730억 원)의 대출을 조건부로 제안했다고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대출은 사측이 관련 조건을 충족하고 에너지부와 대출 계약을 체결하면 실행됩니다.
LPO는 미국 내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해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을 뒷받침하는 정책 자금으로 LPO 대출을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이번 대출 제안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전까지 청정에너지 산업 지원에 최대한 많은 지원을 제공하겠단 의지로 풀이됩니다.
스타플러스, 인디애나주 공장서 67GWh 생산 예정 🔋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2022년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를 설립했습니다. 대출이 확정될 경우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건설 예정인 스타플러스의 공장 건설에 자금이 지원됩니다.
최대 2곳의 공장 건설이 계획돼 있습니다. 2025년초 개장을 앞둔 첫 번째 공장은 현재 건설 중입니다. 두 번째 공장은 2027년 개장할 것으로 스텔란티스는 전망합니다.
사측은 두 공장이 연간 최대 67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연간 약 67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해당 배터리는 스텔란티스가 제조하는 북미 전기차에 사용됩니다.
해당 규모의 전기차로 내연차를 대체함으로써 연간 2억 6,030만 갤런의 석유 사용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에너지부는 내다봤습니다.
동시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조달에서 “중국과 같은 적대적인 외국과 그외 해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에너지부는 스타플러스의 배터리 공장 건설로 6,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에 따라 지역사회 혜택도 예상된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이는 연방정부 투자에서 전체 혜택의 40%를 환경오염 취약 지역사회에 할당한다는 이니셔티브입니다.
대출 실행 가능성 ‘물음표’…트럼프 취임 시 취소될 수도 🤔
다만, 대출이 실제로 집행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선 전기차 수요의 ‘캐즘(일시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단 우려가 높습니다.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세액공제를 폐지하면 전기차 수요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더욱이 대출 지원 전날(1일) 스텔란티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한 상태입니다. 그 배경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회사 경영난이 거론됩니다. 이에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공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단 전망도 있습니다.
사실상 시간제한도 있습니다. 다가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모두 폐기하겠단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투자 또한 바이든 정부가 되살린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추진됐습니다. 2007년부터 운영된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시절 폐지된 바 있습니다.
이번 대출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모두 특정 기술적·법적·환경적·재정적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인 내년 1월 20일 이전에 대출이 확정되지 않으면 취소될 확률이 높습니다.
트럼프 정부효율부 수장 “취임 당일 조사 나설 것” ⚖️
한편, 트럼프 당선인 측 관계자는 관련 대출 승인에 대해 취임 당일 조사에 나서겠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수장으로 내정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소셜미디어(SNS)에 관련 입장을 올렸습니다.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정부의 낭비성 지출·인원 삭감을 위해 만든 곳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공동수장을 맡고 있습니다.
라마스와미 내정자는 SNS에서 스타플러스의 대출 발표를 언급하며 “바이든의 ‘자정 탕진(Midnight Spending Spree)’은 불법이며 철회돼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인) 1월 20일부터 이러한 의심스러운 ‘11시 직전 거래’를 모두 주의 깊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자정 탕진과 11시 직전 거래는 바이든 정부가 임기 직전 막바지에 청정에너지 관련 대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한 것을 말합니다.
앞서 지난 11월 에너지부는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조지아주 공장에 66억 달러 대출(약 9조 3,420억 원)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