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비공식 문서 공개…“생산감축·신규 기금 논의 빠져”

부산에서 열릴 5차 회의…트럼프 재선에 불투명

연내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의 주요 자료로 사용이 될 비공식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는 오는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립니다.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3차 비공식 외교 문서(Non-Paper 3)’를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이는 백지에 메모하듯이 자유롭게 써서 의사를 전달하는 문서입니다. 외교 문서로서는 비중이 다소 떨어집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여러 쟁점에 대해 대표단 간 상당한 합의 영역을 확인했다”며 “합의가 충분했다고 생각된 조항에 대한 문구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니엄이 8일 확인한 결과, 문서에는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한 문구가 담겼습니다.

협약의 핵심 쟁점인 ①플라스틱 생산감축 ②우려 화학물질 금지 ③문제성 플라스틱 ④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비공식 초안’격 문구 공개…“단, 핵심 쟁점 빠져” 📜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 결의안에 따르면,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연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협상이 결렬될 시 다시 총회를 열고 결의안을 새로 만들어 통과시켜야 합니다.

이같은 상황을 막고자 발디비에소 의장은 부산에서 7일간의 협상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협약 내 필수 문구에만 집중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효과적이면서도 실행가능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란 목적에 적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핵심 쟁점에 대해 문구는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초안 문구를 제안하기에는 아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문서에서 정리된 핵심 쟁점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플라스틱 생산감축

현재 협약 준비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생산부터 감축하자는 입장과 재활용·폐기물 관리를 우선해야 한단 입장이 부딪힙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플라스틱 생산감축과 관련된 문구를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현재 그리고 향후 필요한 (플라스틱) 생산 수준에 대한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플라스틱 수거의 효율성·효과성에 대한 명확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 수립을 제안했습니다.

정리하면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생산감축이 반드시 필요한지, 아니면 폐기물 관리만으로 가능한지 정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 우려 화학물질·문제성 플라스틱 금지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유해성이 우려되는 화학물질과 문제성 플라스틱에 구체적인 규제를 요구해 왔습니다.

문제성 플라스틱이란 소재나 설계의 문제로 재활용할 수 없거나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도 포함됩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일부 제품을 규제하고 특정 화학물질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문구를 제안할 만큼 충분한 합의가 됐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신 면제 조항을 포함한 규제 대상 목록을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국가마다 법적·행정적 구조와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동시에 초기 조치가 늦어지지 않도록 협약 발효 전에 초기 규제 목록을 만들 것도 제안했습니다.

 

💰 재원 마련

재원의 경우 기존 기금을 활용하자는 선진국과 신규 기금 설립을 요구하는 개발도상국의 대립이 큽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별도의 재정 메커니즘이 협약에 포함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협약 목적·이행 방안서 ‘상당한 합의’ 확인 🤝

진전이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된 문구가 제시됐습니다. ▲협약 목적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기존 플라스틱 오염 ▲정의로운 전환 ▲이행 방안 등입니다.

플라스틱 미드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이행 과정에 관련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먼저 협약의 목적에 대해 발디비에소 의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려는 야망을 가지고 플라스틱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문서에 따르면, 당사국들은 자발적으로 국가 계획을 수립해 협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협약 이행을 위해 당사국회의(COP) 개최가 명시됐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구체적인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지침과 폐기물 배출·관리 지침, 기존 폐기물 처리 지침 또한 당사국회의에서 논의됩니다.

협약은 50번째 국가가 가입한 날로부터 90일 이후 발효됩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1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6년 이내에 첫 이행 평가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문서
▲ 미국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설치된 플라스틱 조형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석유화학 업계를 대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해지며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Tim Aubry, Greenpeace

WWF “핵심조치 부족해” 📢

국제 환경단체들은 문서 공개 직후 비판 성명을 연이어 내놓았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70여장의 (이전) 초안보다 깔끔한 출발점”이지만 “핵심적인 조치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와 비영리단체 환경조사국(EIA)은 국가 데이터 보고 강화 등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니콜라스 말로스 해양보존협회 부사장은 “그동안 협상에서 꿈꿨던 야망이 이 문서에는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령어구(고스트기어)와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대한 언급이 빠졌단 점이 지적됐습니다.

그는 “솔직히 3년간 야심찬 합의를 협상하기 위해 노력한 모든 단체와 회원국, 대표단에게 부끄러울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트럼프 재선,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향방은? 🇺🇸

한편,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해졌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그간 석유화학 업계에 친화적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연내 성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이 협약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미국은 국제협약 가입 시 상원의원 100명 중 67명의 찬성과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요국인 미국이 가입하지 않을 경우 협약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기후변화협약에서도 2001년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며 실효성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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