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후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나라에 수여되는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떠안았습니다.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회의장에서 한국을 ‘오늘의 화석상’ 수상자로 발표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2,000개가 넘는 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매년 기후총회 기간 중 기후협상을 방해한 국가를 선정해 수여합니다. 1999년부터 시작됐으며, 기후총회가 진행되는 2주간 중 거의 매일 발표됩니다. 이 때문에 화석상 앞에 ‘오늘’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COP29 첫 오늘의 화석상은 주요 7개국(G7)이 공동으로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러시아, 핀란드 역시 상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G7의 경우 기후재원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와 러시아는 화석연료 개발 확대, 핀란드는 기후정책 후퇴가 주요 수상 배경입니다.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수상한 까닭은? 🤔
COP29서 시상식 사회를 맡은 케니 버크랜드 기후행동네크워크 활동가는 “BTS나 삼성, 삼겹살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는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이 수상한 이유는 올해 6월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당시 OECD 수출신용협약 정례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공적금융 화석연료 대출제한’ 의제에 반대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11개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유럽연합(EU)이 각국에 전달한 수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보적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안보와 공정한 경쟁을 우려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OECD의 수출신용협상 개정 작업은 회원국 전원의 만장일치를 필요로 합니다.
버크랜드 활동가는 “(공적금융 화석연료 대출제한 의제) 반대 의견을 담은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문서는 (한국) 정부가 건설적이지 못한 협상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홍수·폭풍·폭염이 증가하는 오늘날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위해 공적금융을 사용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3개년(2020~2022년) 기준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규모로는 13조 원에 이릅니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전체 화석연료 금융제공액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화석상 수상 “국제적 망신” 🌐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20일)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긴급 논평을 통해 “(한국이) 공적금융 기후악당의 오명을 벗고 산업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비상은 “협상 중인 OECD의 수출신용협약 개정작업은 당사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필요로 한다”며 “한국 정부의 반대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EU뿐 아니라, 영국·미국 그리고 심지어 해외 화석연료 금융 제공 1위 국가였던 캐나다도 화석연료 투자 제한 규정에 찬성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비상은 해당 규정이 화석연료 투자 전면 중단이 아니란 점을 짚었습니다. 해당 규정은 공적금융을 제공한 자가 사업이 파리협정에 저촉되지 않는지 판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에 비상은 “한국 정부의 반대는 파리협정 이행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 전 세계 기후대응에 역행해 미래 경쟁력까지 구렁텅이에 몰아놓고 있는 정부의 OECD 투자 제한 협상 반대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OECD 수출신용협약 정례회의는 지난 18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입니다.
한편, 비상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4년간(2021~2024년) 화석연료 신규 사업에 약 20조 원을 지원했습니다. 이전 4년(2017~2020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겁니다. 이중 9개 사업은 향후 25년 간 9억 2,000만 톤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비상은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인 6억 2,000만 톤을 훌쩍 넘어서는 배출량”이라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