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2009년 제정된 ‘위험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 철회 제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판정은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를 위협한다는 과학적 근거로, 약 1조 달러(약 1,390조 원) 규모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법적 토대가 되어 왔습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제 완화 조치가 될 것”이라며, “16년간 지속된 자동차 제조업체와 미국 소비자들의 불확실성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제안이 최종 확정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포함한 주요 온실가스 규제가 대거 폐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540억 달러 절감, 1조 달러 부담 완화…美 전기차 정책 뒤집히나
2009년 채택된 ‘위험성 판정’은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202(a)조를 근거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를 위협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판정은 이후 자동차, 트럭, 엔진 등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원을 규제하는 핵심 법적 근거가 되었으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의 근거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리 젤딘 청장은 “오바마와 바이든 EPA는 법과 과학을 왜곡해 매년 수천억 달러의 숨겨진 세금을 미국 가정에 부과했다는 국민의 우려를 분명히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제안이 확정되면, 미국 기업과 가정에 부과된 1조 달러의 규제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PA는 철회 제안의 근거로 법률 해석과 최신 과학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법적 측면에서는 EPA가 청정대기법을 근거로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이를 뒷받침하는 최근 대법원 판례들(예: West Virginia v. EPA 사건 등)을 인용했습니다. 과학적 측면에서는 에너지부가 발표한 ‘2025년 기후 워킹그룹 보고서’를 토대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일반적으로 인식된 것보다 경제적으로 덜 해롭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제안이 최종 확정되면, EPA는 2010년부터 적용된 경차용 온실가스 기준과 2011년부터 시행된 중형·대형 차량 및 엔진 기준 등 전 차량 부문에 적용된 배출 규제를 폐지할 방침입니다. EPA는 이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약 540억 달러(약 75조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와 석유 업계는 이번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트럭협회(ATA)의 크리스 스피어 회장은 “전기트럭 의무화는 트럭 산업에 경제적 파멸을 초래하고, 공급망을 마비시켰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포드사는 “배출 기준과 소비자 선택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에 감사한다”면서도, “미국은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단일하고 안정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조지타운 대학의 환경법 교수 비키 아로요는 “기후변화가 해롭다는 증거는 압도적이며 반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데이비드 도니거 선임 변호사는 “법은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철회안이 확정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PA는 45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제안의 최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수년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뉴욕대학교의 법학자 리처드 레베즈는 “이는 한 번에 모든 규제를 철폐하려는 위험한 법적 시도이며, 실패할 경우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