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산업, 수익성 개선·배출량 감축 ‘일석이조’…“해법은 구조조정”

NCC 구조조정, 선제 대응해야 투자 여력 확보 가능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플라스틱 공급과잉과 세계 탄소배출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생산시설 구조조정과 탈탄소 기술 도입으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 개선과 배출량 감축 모두를 잡을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의 김수강 선임연구원은 지난 12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명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넷제로 로드맵’입니다.

김 연구원은 생산시설 구조조정과 탈탄소 기술 도입이 없더라도 2035년경에는 생산설비 가동중단이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플라스틱 공급과잉으로 공장 가동률이 급락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이어 가동 중단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는 정부와 산업계가 선제적으로 구조 개편에 나서야 가동률 회복과 탈탄소 효과 극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석유화학 탄소배출, ‘NCC 중심 구조’ 때문 🏭

석유화학 산업은 한국 산업부문에서 2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입니다. 202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배출량의 8.2%에 달합니다. 산업부문 내에서는 21%를 차지합니다.

그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겪는 이중고의 원인으로 기초유분 중심 산업구조를 지목했습니다. 기초유분 생산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을뿐더러 화석연료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 분해시설(NCC)’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나프타(납사)를 열분해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시설입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스코프 1·2 배출량에서 NCC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합니다. 분리정제 과정의 연료와 보일러·발전기 연료로 메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가 다량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 시급해”…투자 여력 확보, 선제 대응 관건 💰

정리하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화는 NCC 탈탄소화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NCC 탈탄소화의 방안으로 크게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산업 구조 개편 ② 탈탄소 기술 혁신 ③청정원료 개발 등입니다.

핵심은 구조조정과 사업다각화를 포함한 산업 구조개편입니다.

보고서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기초유분·중간원료·합성수지 등 범용제품에 치중해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일어나는 분야로,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 NCC를 보유한 여천NCC의 경우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3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공급과잉은 향후 5년 이상 지속될 전망입니다. 2019년 증설된 신규 생산시설 상당수가 이제 막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면 2035년부터는 노후시설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이 빠른 시일 내 구조조정을 결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범용제품 구조조정과 사업다각화를 통해 가동률을 회복하지 않으면 내부 자금 소진으로 탈탄소 기술 투자 여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고 그는 꼬집었습니다.

 

2030년 NCC 30% 축소, 적극적 구조조정 주문 📉

한국 정부도 산업 개편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TF)’를 출범했습니다.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종합지원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9월에는 ‘기업활력법’ 내 과잉공급 업종 판단 기준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짚었습니다.

NCC의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중단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는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에틸렌 생산용량을 현재 대비 30% 감축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1,280만 톤에서 920만 톤까지 축소하는 것입니다. NCC 2~3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를 통해 NCC 가동률을 현재 70%대에서 2019년 이전 수준이 90%로 회복할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미 일본에서 유사한 구조조정이 성공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1970~80년대 경제산업성이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지역 당 석유화학사를 1곳으로 통폐합한다는 ‘1지역 1사’ 원칙을 내걸었습니다. 이와 함께 에틸렌 생산량 35% 감축을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됐습니다. 그 결과, 일본 석유화학 산업계는 1980년대 후반부터 NCC 가동률이 90%를 회복합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넷제로 로드맵 모아보기]
① 석화 산업, 수익성 개선·배출량 감축 ‘일석이조’…“해법은 구조조정”
② 석유화학 탈탄소 기술 혁신 ‘수소·전기화’ 우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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