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은 산업 부문 중에서도 탄소감축이 어려운 분야로 손꼽힙니다. 연료와 원료 모두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원료 탈탄소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생산시설 감축과 원·연료 탈탄소화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석유화학 산업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83%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의 김수강 선임연구원은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단기적인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생산시설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연·원료 혁신이 동반돼야 배출량 감축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석유화학 탄소중립 전환 위한 로드맵 공개 🗺️
보고서는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
ⓛ구조개편|2030년 에틸렌 생산용량 30% 감축
②연료대체|2050년 총연료 투입량 40% 전력화
③원료대체|청정원료 비중 2030년 5%에서 2050년 56%로 확대
④CCUS|탄소포집 및 E-메탄올 사용 확대
구조개편은 생산용량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말합니다. 나프타(납사)를 열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30% 감축할 것이 제안됐습니다.
납사 중심의 원·연료대체도 주요 목표로 제시됐습니다. 납사 자체가 화석연료의 부산물로 탄소배출원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NCC에서는 납사 투입량의 25%가 원료로 사용됩니다. 나머지 75%가 부생메탄으로 변환돼 연료로 사용됩니다. 여기에 증기·열 생산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화석연료도 사용되는 상황입니다.
2050년 배출량 2018년 대비 83% 감축 가능 💪
김 연구원은 제안된 4가지 목표가 실행될 시 2050년 석유화학 산업의 배출량을 760만 톤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2018년 4,690만 톤 대비 16%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특히 수소 생산과 히트펌프, 전기가열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또한 연간 910만 톤 규모로 상당한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예산을 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탄소예산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석유화학 비중(8.6%)을 총 탄소예산에 적용해 산정했습니다.
구조조정과 기술도입 모두 성공할 시 2023년부터 2050년까지 석유화학 산업의 누적 배출량은 5억 7,800만 톤으로 추산됩니다. 50% 가능성으로 1.5℃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인 7억 200만 톤을 크게 넘어선 결과입니다.
석유화학 연·원료 혁신 “수소·전기화 우선해야” ⚡
물론 NCC 구조조정만으로 파리협정 1.5℃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연·원료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 자체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원료 탈탄소화 기술로는 ▲바이오 납사 ▲e-메탄올 ▲열분해 납사 등이 개발 중입니다.
바이오 납사는 폐식용유·산림 자원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합니다. e-메탄올은 그린수소를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합성해 만듭니다. 열분해 납사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한 열분해유로 만들어집니다.
모두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바이오매스·그린수소 등 국내에서 수급이 어려운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열분해 납사 또한 높은 시설 비용으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상용화가 쉬운 연료 탈탄소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①수소 ②히트펌프 ③전기가열로 등이 제시됐습니다.
1️⃣ 수소생산
수소생산의 경우, NCC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메탄을 원료로 확보 가능합니다.
여러 방법 중 메탄 열분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로 제시됐습니다. 열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고체의 카본블랙 형태로 배출돼 탄소배출이 거의 없습니다. 카본블랙은 타이어·프린트 원료로 판매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히트펌프
석유화학 시설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 기반의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공정장치 가열, 증류 등에 활용되는 증기 생산을 전기화하는 것입니다. 아직 히트펌프 최고 온도가 165℃에 불과해 일부에만 대체가 가능하지만 향후 기술개발 잠재력이 있습니다.
3️⃣ 전기가열로
전기가열로는 아직 개발 중인 기술입니다. 그럼에도 배출량을 대폭 감축할 해법으로 주목받습니다. 납사 분해에 사용되는 LNG와 부생메탄 등 화석연료 전체를 전력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가열로는 기존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90%까지 감축할 것으로 기대받습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보가 수반돼야 합니다.
바스프 탈탄소 뒷받침한 독일 정부…한국은? 🤔
따라서 김 연구원은 “이미 존재하는 탈탄소 기술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통해 당장 내년부터라도 도입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세계 1위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앞서 언급된 기술 상당수를 시범 도입한 상황입니다.
2020년부터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본사에서 메탄열분해 파일럿(시범) 생산설비를 가동 중입니다.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합니다. 전기가열로 또한 올해 4월 시범 공장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다국적 화학업체 사빅·린데와 함께 3년간 추진됩니다.
김 연구원은 그 배경에 독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전기가열로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의 20%를 지원받았습니다.
지난달에는 바스프의 히트펌프 시설이 독일 정부의 탈탄소화 보조금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탄소차액계약제도(CCfD)’에 따라 최대 3억 1,000만 유로(약 4,610억 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탈탄소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증가한 생산비용을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한국 정부 또한 지난 2월 CCfD 운영 방안 및 시범적용 연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환경부는 2025년 시범 도입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넷제로 로드맵 모아보기]
① 석화 산업, 수익성 개선·배출량 감축 ‘일석이조’…“해법은 구조조정”
② 석유화학 탈탄소 기술 혁신 ‘수소·전기화’ 우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