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이 2024년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유력한 개최 후보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생태·자원부장관은 28차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 아랍에리미트(UAE) 두바이에서 “아제르바이잔의 COP29 유치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바바예프 장관은 이어 “모든 국가, 특히 동유럽 국가와 UAE가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해준 것에 감사의 뜻을 밝힌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날 줄리안 포포프 불가리아 환경부 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동유럽 23개국은 아제르바이잔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COP29 개최 1년 앞두고도 개최지가 발표되지 않았던 까닭은? 🤔
당사국총회(COP), 즉 기후총회는 아메리카·서유럽·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동유럽 등 5개 대륙이 5년 주기로 순회해서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에 따라 내년 COP29는 동유럽에서 열릴 차례였습니다. 23개 동유럽 국가가 합의로 개최지를 정해야 합니다.
앞서 UAE는 2021년 COP28 개최국으로 선정됐고, 2025년 30차 당사국총회(COP30) 개최국도 브라질로 이미 정해졌습니다. 각국 정상을 포함해 수만 명을 맞이할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OP29 개최를 불과 1년을 앞둔 시점까지 개최지가 선정되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불가리아, 비(非) EU 국가인 벨라루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이 COP29 개최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불가리아 등 EU 회원국의 기후총회 개최에 반대하며 COP29 개최지 협상이 중단됐던 것.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러시아는 올해 봄에 동유럽 각국 대표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EU 회원국들이 러시아가 지원하는 국가들의 기후총회 개최를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EU 소속 국가의 기후총회 개최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 대다수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행위를 규탄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 기후싱크탱크 E3G의 톰 에반스 연구원은 “러시아는 (COP29 개최지) 협상을 거의 인질로 잡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 아르메니아 양국 관계 정상화…“COP29 지지 선언” 🤝
이 가운데 올해 무력충돌을 벌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상대방의 개최에 서로 반대했습니다.
‘캅카스의 화약고’라 불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싸고 양국은 30여년간 2차례의 전쟁을 벌였고, 지난 9월에도 무력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이 이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벌여 아르메니아 자치세력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여명 중 대다수가 인종학살을 우려해 아르메니아로 탈출 행렬에 올랐습니다.
일단 양국은 지난 7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주권 및 영토 보전의 원칙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 조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COP29 개최지와 관련해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의 개최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COP29 개최 ‘아제르바이잔’ 확실시”…개최지 두고 벌써부터 우려 ↑ ☹️
아제르바이잔은 수도 바쿠에서 COP29를 개최한단 구상입니다. 형식적인 절차이긴 하나 COP28 폐막식인 오는 12일 모든 당사국의 투표를 걸쳐 COP29 개최지가 최종 선정됩니다.
다만, 아제르바이잔이 차기 기후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단 소식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타 기후총회보다 준비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아제르바이잔 내부의 인권 탄압과 부패 문제 나아가 산유국이란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북한과 함께 대표적인 권력 세습 국가입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부친으로 2003년 권력을 승계해 20년 넘게 최고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통령은 영부인이 겸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알리예프 대통령의 통치 중 이뤄지고 있는 조직적인 인권 탄압 문제를 지적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22년 기준 최소 30명이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아제르바이잔의 경제구조가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영국 싱크탱크 카본트래커에 의하면, 석유·천연가스 생산과 수출은 아제르바이잔 국내총생산(GDP)에서 64%를 차지합니다.
이는 GDP 대비 석유·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상위 10개국 중 9위인 것으로, COP28 주최국인 UAE보다 높은 것입니다.
“COP29 주최에 대한 불확실성 사라진 것은 좋은 일” 🇦🇿
올해 COP28도 산유국인 UAE에서 열리며 기후대응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냔 주장이 나옵니다. ‘손실과 피해’ 기금 공식 출범 등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갖은 논란이 양산된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 기후활동가와 싱크탱크들은 COP29 개최지가 선정됐단 점을 일단 환영했습니다. 향후 2년간 파리협정에 비준한 모든 당사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COP29 주최국이 없으면 관련 준비나 논의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前) EU 기후변화 공동 수석협상가 겸 기후·에너지솔루션 센터 부사장인 카베 길란푸어는 NYT에 “COP29를 누가 주최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비영리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통은 “내년에 기후총회가 어디에서 얼리든 간에 (COP28에 참석한) 2,400여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참석할 자리가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