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규모는 총 677조 4,000억 원 규모입니다.
올해 본예산보다 3.2% 늘어난 수치이기는 하나,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4.5%)에는 못 미쳐 ‘긴축재정’으로 평가됩니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서울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습니다.
한 총리는 연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어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후위기·개발·디지털 분야의 국가 간,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역할과 기여를 강화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년도 예산안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대응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는 국가 예산과 기금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집행했는지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국가 예산 편성과 집행의 성과목표를 평가함으로써 추후 결산 시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시행됩니다. 2021년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을 통해 작년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2025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규모 약 12조원 💰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의 작성 대상은 국가 예산이나 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 중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면서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된 감축사업입니다.
2025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규모는 약 12조 525억 원입니다. 올해(약 10조 8,775억 원) 대비 약 1조 1,149억 원이 늘었습니다. 10.8%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총 21개 부처의 311개 세부사업이 대상이었습니다. 세부사업의 경우 2023년(294개) 대비 17개가 더 늘었습니다. 부처별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91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환경부(56개), 국토교통부(44개), 해양수산부(39개)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에 포함된 사업은 기준에 따라 크게 ①정량사업 ②정성사업 ③연구개발(R&D)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정량사업은 감축량 산정이 가능한 경우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량사업은 83개로 올해 대비 2개 늘었습니다. 예산 규모는 6조 2,414억 원에서 6조 3,170억 원으로 1.2% 늘었습니다.
정성사업은 인식 제고나 계획 수립 등 말 그대로 수치로 예산이 어려운 경우입니다.
같은기간 정성사업은 82개로 올해 대비 8개 늘었습니다. 예산 규모는 3조 742억 원에서 3조 7,159억 원으로 20.9% 증가했습니다.
R&D는 직간접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위한 사업입니다. 2025년도 예산안에서 R&D 사업은 146개로 올해 대비 7개가 늘었습니다. 예산 규모는 2조 197억 원으로 29.3% 늘었습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수송>산업>건설 순 📊
예산정책처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내 10개 부문별 목표와 연계해 분류했습니다. 이는 감축량이 국가 NDC 달성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류 결과, NDC 부문 중 가장 큰 예산안 규모를 가진 부문은 ‘수송’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37.6%를 차지합니다. 사업 수는 60개로 사업당 예산안 규모는 약 755억 원입니다.
가장 적은 예산안을 가진 부문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부문이었습니다. 사업당 CCUS 부문의 예산안 규모는 약 50억 원에 그쳤습니다.
10개 부문별 예산과 세부사업 수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① 전환|1조 1,598억 원, 24개 세부사업
② 산업|2조 8,093억 원, 67개 세부사업
③ 건설|1조 3,612억 원, 24개 세부사업
④ 수송|4조 5,325억 원, 60개 세부사업
⑤ 농축수산|5,279억 원, 27개 세부사업
⑥ 폐기물|2,861억 원, 31개 세부사업
⑦ 수소|1,650억 원, 22개 세부사업
⑧ 흡수원|8,768억 원, 28개 세부사업
⑨ CCUS|547억 원, 11개 세부사업
내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NDC 달성 고려했나? 🤔
예산정책처는 2025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이 NDC를 고려하고 설계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합니다. 이중 ‘전환’ 부문에서만 1억 4,590만 톤을 줄여야 합니다. 산업 부문에서도 2억 3,070만 톤을 감축해야 합니다.
예산정책처는 “절대적인 배출량 측면에서 비중이 큰 전환과 산업 부문에 대한 대책이 2030년까지 우선시돼야 한다”며 “그러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의 37.6%가 수송 부문에 배정돼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수송 부문은 2030년까지 3,710만 톤을 감축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전환 부문의 예산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예산정책처는 우려했습니다.
한국이 실제로 감축해야 할 부문별 목표와 NDC 부문별 예산의 비중이 다른 점을 꼬집은 겁니다. 이에 기관은 “중장기적으로는 NDC 감축 목표량 달성을 위한 예산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2030 NDC 이행 기여 예산 규모 전반적으로 감소” 📉
예산정책처는 “2025년 예산안 편성 내용을 보면 2030 NDC 이행에 기여할 수 있는 예산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중단 세부사업의 예산 규모가 신규 세부사업의 예산 규모보다 큰 점도 지적됐습니다. 예컨대 2025년도 예산안에서 중단된 세부사업의 수는 50개입니다. 이중 R&D가 32개에 이릅니다. 예산 규모는 2,515억 원입니다.
▲해상풍력 산업지원(85억 원)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171억 원) ▲공공 환경시설 탄소중립 지원(344억 원) 등이 대표적으로 중단된 세부사업으로 언급됐습니다.
세부사업 예산에서 탄소중립 설비 지원 등 설비투자 지원 강화와 지원 방식이 융자에서 ‘보증’ 방식으로 전환된 점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보증의 경우 ‘무탄소에너지 보증’ 예산이 420억 원 증가한 반면,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예산은 430억 원 줄었습니다.
산업 부문의 저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전반적으로 증가한 반면, 에너지 부문 수요 관리를 위한 예산은 축소됐습니다. 예컨대 내년도 ‘전력수요관리’ 예산은 600억 원 정도 줄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2025년 예산안에서 전년 대비 예산 감소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인 프로그램으로 ▲에너지자원정책 ▲에너지공급체계 구축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등을 꼽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나라살림연구소는 “2025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2023년과 2024년 예산서와 비교하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의지와 계획도 없는 면피성 예산안 제출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