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 2023년 세계 온실가스 농도 사상 최고…“탄소흡수원 기능 저하 우려”

이산화탄소 농도, 2004년 377.1ppm → 2023년 420ppm

2023년 관측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인류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 농도 역시 계속 상승세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온실가스 연보’를 28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연보는 세계 각지에서 측정된 온실가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았습니다.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 대비 2.3ppm(100만 분의 1) 오른 420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연보를 첫 작성하던 2004년 377.1ppm과 비교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년간 11.4% 증가한 겁니다. 산업화 이전인 1750년과 비교하면 무려 151%나 높아진 수준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12년간 매년 2ppm 이상씩 늘어났습니다.

WMO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속도 역시 최고로 빠르다”고 우려했습니다.

 

 

WMO, 육지·해양생태계 탄소흡수능력 기능 저하 우려 🔍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대를 유지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만~500만 년전입니다. 당시 지구 해수면은 지금보다 최대 20m 높았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역시 2~3℃ 정도 더 높았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원인으로는 크게 2가지가 꼽혔습니다.

첫째, 화석연료 연소 등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체가 늘었습니다.

둘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육지와 해양생태계의 흡수원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55%는 해양과 삼림에 의해 흡수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들 생태계 역시 제 기능을 잃는 상황입니다. WMO는 연보에서 “(산불에 따른) 배출량 증가와 지상의 탄소흡수원 감소의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여름 캐나다를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이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수개월간 이어진 산불로 인해 캐나다에서 약 6억 4,0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습니다.

이는 2022년 일본과 러시아에서 화석연료 연소를 통해 나온 탄소배출량보다 많은 겁니다. WMO는 해당 연구를 인용해 향후 기후변화로 산불이 더 잦아질 경우 온실가스 상승세가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기후변화로 근미래 탄소흡수원 시스템 격변 가능성 ↑ 🌲

WMO는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배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가량이 대기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5%가 넘는 양이 해양에 흡수되고, 30% 정도는 삼림 등 육지에 흡수됩니다. 흡수되지 못 한 이산화탄소는 평균 200년 이상 대기에 머뭅니다.

물론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현상으로 인해 매년 흡수되는 양에는 일부 변화가 발생합니다.

WMO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 탄소흡수원 시스템이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해양온난화로 인해 해양의 탄소흡수능력이 저하될 뿐더러, 산불 등으로 인해 산림이 탄소흡수원에서 오히려 탄소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극심한 열스트레스로 인해 삼림의 탄소흡수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기간에 육지 역시 건조해져 탄소흡수원의 효율성이 떨어져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북극 영구동토층의 해빙과 관련한 우려도 일부 담겼습니다.

영구동토층 해빙이 가속화될 경우 북반구 극지대의 산불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지하에 묻힌 메탄 등 주요 온실가스가 대량 배출될 위험도 큽니다.

WMO는 “영구동토층 일대에서 메탄 배출량이 소폭 증가했다”며 “북극 일대 미생물의 증가가 기여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흡수원 능력을 더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메탄·아산화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량 모두 증가세” 📈

지난해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과 아산화질소 역시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934ppb(10억분의 1)에 달했습니다.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서는 165% 증가했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약 3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메탄 배출량의 약 40%는 습지 등 자연에서 나오며, 나머지 약 60%는 축산업·화석연료 개발 등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학비료 등에서 주로 나오는 아산화질소 역시 지난해 336.9ppb를 기록했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5%나 높아진 겁니다.

이밖에도 강력한 온실가스 중 하나인 수소화염화불탄소(HCFC)와 수소불화탄소(HFC)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MO는 덧붙였습니다.

두 온실가스의 지난해 농도는 1990년대 중반에 관찰된 수준과 비교해 2배 이상 정도라고 기관은 설명했습니다.

 

파리협정 위해선 2030년까지 배출량 43% 감축 필요 🚨

WMO가 내놓은 온실가스 연보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연보가) 의사결정권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인류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서 분명히 벗어났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현 배출 추세가 계속되는 이상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계속 축적돼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각국의 기후정책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고작 2.6% 줄일 뿐”이라며 “파리협정 목표를 이행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3% 감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한편,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배출된 온실가스가 약 571억 톤(이산화탄소환산량)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유엔환경계획, 2030년까지 배출량 격차 220억 톤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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