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소불화탄소(HFC) 냉매를 밀반입하다 ‘온실가스 밀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미 법무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남부지방검찰청은 전날 샌디에이고에 사는 마이클 하트(58)를 온실가스 밀수 혐의로 체포한 뒤 기소했습니다.
하트는 HFC가 함유된 냉매를 멕시코에서 구매한 뒤 방수포에 숨겨 자산의 차량에 싣고 미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이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판매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美 수소불화탄소 수입 금지법 제정 후 첫 위반…“건당 최대 징역 5년” 🏛️
냉매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 냉각에 사용하는 가전기기에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주로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냉매가 사용됩니다. 건축 발포단열재, 소화기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6대 온실가스 중 하나인 수소불화탄소는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1만 배 더 높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의하면, 수소불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원인에서 약 2%를 차지합니다.
2016년 ‘키갈리 개정의정서’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HFC 냉매 생산 및 소비를 줄이는 추세입니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미국은 ‘미국혁신 및 제조법(AIM Act)’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미 환경보호청(EPA)에 수소불화탄소 생산과 소비를 2036년 85%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나아가 당국의 허가 없이 HFC를 제조하거나 수입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건당 최대 5년형과 25만 달러(약 3억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형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낡은 냉장고와 에어컨에 냉매로 사용하기 위해 불법 거래가 지속돼 왔습니다.
해당 법이 제정된 후 이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란 것이 미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3건의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의 경우 최대 20년 형과 25만 달러의 벌금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단 뜻입니다. 현재 피고는 본인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고의 재판은 오는 25일 예정돼 있습니다.
법무부 “온실가스 밀수 혐의, 이번이 마지막 아닐 것”…EU는? 🤔
타라 맥그래스 검사는 “이번 기소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독성 오염물질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온실가스 밀수 혐의를 기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데이비드 울만 EPA 집행관 또한 수소불화탄소 불법 밀수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불법 행위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단계적으로 수소불화탄소 사용을 중단할 계획입니다. 지난 1월 EU 이사회는 2050년까지 수소불화탄소 소비를 완전 폐지하는 규정을 승인했습니다.
규정에 따라 수소불화탄소 사용하는 가정용 냉장고와 에어컨, 히트펌프 등 가전제품 생산이 전면 금지됩니다. 예컨대 소비전력 12㎾(킬로와트) 미만인 에어컨, 히트펌프는 2032년부터 수소불화탄소 사용하는 제품 생산이 금지됩니다.
또 EU 집행위원회가 부여하는 할당량에 따라 생산과 판매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단 계획입니다.
EU 집행위는 “법안을 통해 2050년까지 5억 톤에 가까운 온실가스 배출량이 추가 감축될 것”이라며 “이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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