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CEO, EU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작용 경고

“유럽 자동차 공급과잉 초래” 중국 견제 대신 보조금 촉구

오는 10월 31일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자동차 관세 시행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유럽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가 추가관세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산 전기차 덤핑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가 자칫 유럽 자동차의 공급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모터쇼 2024’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지프 등을 보유한 유럽 대표 완성차업체입니다. 후발 주자이기는 하나, 전기차 전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 덤핑을 제재하는 대신, 유럽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타바레스 CEO의 요지입니다.

 

타바레스 CEO “중국 전기차 관세, 큰 함정 될 것” 📢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율은 이달 7일 회원국 투표를 통해 최대 45.3%로 확정됐습니다. 이는 기존 일반관세 10%를 더한 겁니다. 오는 30일까지 중국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음날(31일)부터 관세가 적용됩니다.

이 가운데 타바레스 CEO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그의 발언은 중국 기업 견제를 위한 법안을 유럽 기업이 반대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더욱이 스텔란티스는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사측은 지난달 30일 실적 전망 하향을 발표하자 하루 사이 주가가 14% 이상 하락했습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40%가량 폭락한 것입니다.

타바레스 CEO는 중국산 전기차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그는 중국 경쟁사들이 비용 측면에서 30% 더 유리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관세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해당 조치가 유럽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EU의 관세 조치로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급이 줄어듭니다. 그에 따라 전기차 가격 하락이 둔화되며 전기차 전환 속도도 줄어듭니다.

타바레스 CEO는 전기차 전환이 둔화되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생산량이 모두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유럽 내 자동차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그는 이번 관세로 “(전기차로의) 전환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큰 함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텔란티스, 모터쇼서 ‘중국 합작’ 신규 전기차 공개 🚗

타바레스 CEO 발언의 배경에는 스텔란티스의 ‘중국 협공 전략’이 자리합니다.

스텔란티스는 작년 5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와 합작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유럽 13개국에 200개 이상의 판매사를 설립해 공격적 확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같은해 9월에는 2만 유로(약 2,970만 원) 이하의 전기차 모델 ‘T03’과 ‘C10’을 출시했습니다. 유럽 전기차 평균 가격 4만 5,000유로(약 6,670만 원) 대비 절반 이하입니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6월 EU 집행위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발표 직후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자사의 폴란드 공장에서 C10 생산을 시작한 것입니다.

즉, 스텔란티스는 중국을 견제하는 대신 활용하겠단 전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초기 전략과 유사합니다. 이에 대해 타바레스 CEO는 “우리는 중국의 공세에 방어하는 대신, 중국과 함께 공격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립모터 인터내셔널은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도 새로운 전기차 모델 ‘B10’을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3만 유로(약 4,400만 원)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사측은 이른 시일 내에 유럽에서 생산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스텔란티스
▲ 스텔란티스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의 합작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은 이번 파리 모터쇼 2024에서 신규 저가형 전기차 모델 ‘B10’을 공개했다. ©Leapmotor

EU 배기가스 규제 ‘나 홀로’ 지지 밝힌 까닭? 🤔

앞서 타바레스 CEO는 이번 파리 모터쇼 직전에도 한 차례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EU의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 법안(이하 배기가스 규제)’에 대해 업계와 상반된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배기가스 규제는 완성차업체가 EU에서 판매된 신규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도록 요구합니다. 달성하지 못할 시 그해 신차 판매량에 목표에서 초과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무게(gCO2/km)당 95유로(약 14만 원)를 곱해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규제는 2025년 7월부터 승용차 배기가스 15% 감축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올해 9월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CEO는 현 전기차 판매 수준이면 유럽 완성차업계의 벌금이 150억 유로(약 2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11일 타바레스 CEO는 이탈리아 의회 연설에서 배기가스 규제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요구하지 않는단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준비가 됐다”며 “단지 규제가 안정적으로 이행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저가형 전기차 출시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공장 폐쇄·인력 감축 전망까지…“관건은 보조금” 💰

타바레스 CEO가 현재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프랑스의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비야디(BYD)·체리자동차 등 중국 기업들은 EU 전기차 관세에 대응해 유럽 생산기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EU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입니다.

그는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경우 스텔란티스가 공장 폐쇄나 브랜드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력 감축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EU 회원국들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의 자금 지원을 통한 구매 보조금이 (전기차) 수요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타바레스 CEO의 말입니다.

다만, 현재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1일 프랑스 정부는 2025년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를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은 기존 15억 유로(약 2조 2,200억 원)에서 10억 유로(약 1조 4,800억 원)로 3분의 1가량 축소됐습니다.

유럽 내 전기차 보조금 삭감은 작년 9월 독일에 이어 2번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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