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60%이상 점유한 중국, ‘전기차 강국’으로 우뚝 선 비결은?

2022년 한해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0만 대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전기차 기업의 독주가 눈에 띕니다.

흔히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테슬라(Tesla)를 꼽습니다. 그러나 배터리·전기차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에는 그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중국의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에게 내준 것. 3위 또한 중국의 완성차기업 상하이자동차가 차지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두드러집니다. 지난 2년간(2021~2022년) 중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130만 대에서 680만 대로 급증했습니다.

기후대응이 시급해지며 ‘친환경차’로 더욱 주목받는 전기차. 오늘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의 성장 비결을 살펴봤습니다.

 

*순(純)전기차(B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EV) 기준

 

▲ 2011년 중국 푸젠성에 설립된 닝더스다이(CATL)는 현재 중국 1위이자 세계 1위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다. ©CATL, 트위터

2001년 시작된 중국 전기차 정책, 용 꼬리 대신 ‘이무기 머리’ 택했다? 🐲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인식됩니다.

사실 전기차는 1885년 등장한 휘발유 자동차보다도 먼저 탄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비싼 가격, 무거운 배터리, 긴 충전시간 등의 문제로 외면 받았는데요.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을 해결할 대안이 필요해지자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재조명받았습니다.

중국은 이보다 20년 이상 빠른 1990년대부터 전기차 육성에 뛰어들었습니다. 1991년 ‘제8차 5개년 계획’에서 전기차 산업을 국가급 전략 산업으로 정했는데요. 이는 2001년 약 1억 3,000만 달러의 투자 내용을 담은 ‘863 계획(863计划)’은 중국 전기차 산업 육성의 초석이 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에 매진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내연차 후발주자로서 독일·미국·일본 등 해외 브랜드가 장악한 내연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포화된 내연차 시장 대신, 새롭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전기차 시장에 주력했습니다. 이러한 야망은 2009년 공식 발표된 신에너지차(NEV)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국가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됩니다. NEV란 순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일컫습니다.

 

‘전기차 강국’으로 우뚝선 중국, 비결은 강력한 지원 정책! 💪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강력한 정책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는 3가지 방면에서 드러납니다.

첫째,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2012년 중국 정부는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자동차 산업발전계획(2012~2020)’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기준 한해 전기차 판매량 200만 대, 누계 생산판매량 500만 대로 이끌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후 지난 2020년 ’NEV 산업 발전 계획(2021-2035)’에서 더 야심찬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25년까지 20%, 2030년 30%, 2035년 50%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이렇듯 중국은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적극 끌어나갈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전달해왔습니다.

 

▲ 자동차 기업별 전기차 보조금 수령 현황(2016~2021). 단위는 1만 위안이다. ©虎嗅汽车 제공, KOTRA 번역

둘째,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인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NEV 프로그램과 함께 전기차 보급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전기차 생산업체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판매가를 낮추는 효과를 냈는데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10~2021) 중국 전기차 기업이 받은 보조금 액수는 총 1,600억 위안(약 29조원)에 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전기차 수요 정책이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수요도 증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생활 밀착형 정책을 펼쳤습니다.

예컨대 자동차 번호판 발급이 제한되는 대도시에서, 전기차의 경우 추첨 없이 신청만으로도 발급이 가능합니다. 대기오염 해소를 위한 차량 5부제에서 전기차는 면제됐습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의 경우 버스,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 리튬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 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교. ©EXO industry

중국 배터리 독자기술 개척 전략, ‘LFP 배터리’로 이어져 🔋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는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도 한몫했습니다.

복잡한 내연기관을 대신하는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 때문에 배터리 가격경쟁력은 곧 전기차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비야디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 혁신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잡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니켈망간코발트(LNCMO) 배터리입니다. ‘NCM 배터리’ 또는 ‘삼원계 배터리’라고도 불리는데요.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생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LFP 배터리는 생산비용이 저렴합니다. 단, 무겁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요. 이에 미국·독일 등 대다수의 전기차 생산에는 삼원계 배터리가 사용됐습니다. 우리나라 3대 배터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배터리도 삼원계 배터리입니다.

모두가 LFP 배터리를 외면할 때, 비야디와 닝더스다이(CATL) 등 중국 배터리 업계는 10년 넘게 LFP 배터리 기술 혁신에 매달렸습니다.

 

▲ 비야디가 선보인 블레이드 배터리. 얇은 칼날(Blade)처럼 얇고 긴 모양의 셀을 조립해 만들어 모듈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팩을 만드는 셀투팩(CTP) 기술이 적용됐다. ©BYD, 트위터

특히, 비야디의 기술 혁신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비야디는 전자제품용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시작해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제조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인데요.

2020년 비야디가 개발한 셀투팩(CTP·Cell-to-Pack) 기술로 만든 ‘블레이드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셀-모듈-팩’이라는 일반적인 배터리 구조에서 모듈화 과정을 제거한 기술입니다. 부피 대비 셀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주행거리가 대폭 개선됐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까지 개선한 덕분에, 비야디는 중국 전기차(순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량 1위에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 중국 배터리 독주, ‘리튬 공급망 독점’ 덕분에 가능? ⛏️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광물 자원과 제련시설도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에는 코발트, 니켈, 리튬 등 희토류와 희소금속이 필수인데요. 중국 내에도 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중국 외 채굴된 자원도 중국으로 모여듭니다. 이는 금속 제련의 60% 이상이 중국 제련기업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자국의 리튬 제련 기술 유출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 2019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공장 ‘기가팩토리3’의 모습. ©Tesla, 트위터

중국 전기차 생태계 고도화, 숨은 공신은 테슬라였다? 😮

한편, 세계 전기차 산업에 붐을 일으킨 테슬라 또한 중국의 전기차 고도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2003년 미국 사스주에서 설립된 테슬라는 분명 미국 기업입니다. 테슬라는 그간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정책과 전기차 친화 정책으로 중국 내 생산과 판매를 급속도로 늘려왔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보호무역’이라 비판받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과 달리, 중국 정부는 그간 중국에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일례로 2021년 기준, 중국 1위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는 70억 위안(약 1조 3,400억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았는데요. 같은기간 미국 테슬라가 받은 보조금도 그 절반가량인 35억 위안(약 6,700억원)에 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2018년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 유치를 위해 국유은행 저리대출과 각종 세금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습니다. 이후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2019년 착공한 기가팩토리는 11개월 만에 완공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적극 유치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진단합니다. ‘메기효과(Catfish effect)’를 통해 중국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것인데요. 메기효과란 강력한 경쟁자를 통해 전체의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젠다 중국몽(中國夢)에서 드러나듯,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중단을 통해 전기차 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UN Women, flickr

보조금 중단으로 자신감 드러낸 중국…‘전기차몽(夢)’ 시작될까 🇨🇳

정부가 전폭적으로 전기차 산업을 지원한 결과,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CAAM)에 따르면, 2011년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단 5,000대에 불과했습니다. 이로부터 8년 만인 2019년에는 200배 급증한 100만 대를 돌파했고, 2022년 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689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 먀오웨이(苗圩) 전(前)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올해 전기차 판매율이 9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20년 제시했던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 30%’라는 목표를 7년가량 빠르게 달성하는 셈입니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2009년부터 13년간 펼쳐왔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올해 1월 1일부로 중단했습니다. 국가 주도형 정책에서 시장 주도형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인데요. 중국 전기차 기업이 보조금 없이도 자력으로 성장할만큼 시장경쟁력과 생산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과거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모토처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조용하게 성장해왔던 중국 전기차 산업. 이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젠다인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전기차 굴기(전기차로 우뚝 일어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다만, 중국 발전량의 60%가량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옵니다. 때문에 중국 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탄소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뒤늦게나마 미국·EU가 제동을 걸고 있는 현재. 중국이 세계 전기차 1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향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30년 간의 중국 정부를 이끌어온 어젠다.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

***중국몽(中國夢): 2012년 시 주석이 제시한 어젠다로,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구축’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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