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신 무상제공 금지 검토…추진 과정서 ‘여론전’ 의혹 제기

전국 시행 철회 두고 국감서 3년째 논란 반복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책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는 음료를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컵으로 구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 반납 시 이를 다시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당초 2022년 6월 10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9월 환경부는 관련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카페 점주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비용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대신 유상 판매만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계·시민단체·언론 등을 통해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환경부의 내부 문건이 등장해 논란이 커졌습니다.

 

“일회용컵 유상판매 제도 추진 두고 여론전 의혹” 🤔

발단은 지난 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양 만안)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일회용컵 보증제 대안’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환경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정책을 폐기하는 대신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원하는 경우 유상으로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일회용컵 판매수익은 컵 배출 및 회수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텀블러 등을 이용한 고객에게 혜택으로 주도록 강제하거나 권고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논란은 추진전략 및 향후계획 부문에 담겼습니다.

해당 문건에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해 “대안 검토 과정 객관화, 여론환기 유도”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강 의원은 밝혔습니다.

우군화 그룹의 예시로 학계·소상공인·시민단체·언론 등이 거론됐습니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 업계가 국회를 상대로 올해 국정감사 전후로 문제를 제기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강 의원은 “학계·업계·언론을 동원해 국민의 눈을 가리겠다는 구시대적 공작 문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감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페이스북

환경부 장관, 논란 문건 “보지는 못했다” 📢

환경부 국감에서도 해당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같은날(8일) 강 의원은 환경부 대상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관련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강 의원은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한다는 (문건) 내용 중 우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당황하며 “저게(문건) 어디서 나온 건가”라고 이병화 차관에게 질문했습니다.

김 장관은 해당 문건을 “보지는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의원은 “종합감사 전까지 해당 문건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작성자와 작성경위, 향후 계획 등을 정확히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포기? “더 좋은 방법 찾고 있어” 🥤

한편, 김 장관은 이날 국감 내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해외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냐”고 묻자 김 장관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현행 제도가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이 수행하기 힘든 설계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김 장관은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소상공인 부담이 1,000억 원이 넘는다”며 “지금 현재 시스템대로 하면 사회적인 비용부담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현재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고자 정부가 연구하고 있다고 김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작년 11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사실상 철회 발표 시점, 임상준 당시 환경부 차관은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어 그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포기했냐고 묻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문경)의 질문에 김 장관은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국감서 3년째 논란, 2025년도? ⚖️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환경부 국감에서 언급된지 올해로 3년째입니다.

전국 확대 시행이 연기된 2022년 당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감에서 “장기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한 장관은 2023년 10월 국감에서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포기한 바 없다”고 제도 시행을 확언했습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환경부는 일회용품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 중입니다. 감사원국회입법조사처가 각각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 필요성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종이컵 제외나 교차반납 등의 제언도 내놓았습니다.

물론 환경부의 말대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는 제도가 맞다”면서도 “30년전 종량제를 전국에 일시에 시작한 것도 한국이 세계 최초다”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홍 소장은 “당시로 가면 다른 나라도 하지 않는 종량제를 전국에 바로 도입하는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는 차고 넘쳤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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