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종이컵·빨대·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규제 철회·연기…“사실상 규제 철회 지적”

환경부가 오는 24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규제의 계도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또 전면 사용금지 예정이던 비닐봉투의 사용이 허가됐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시사한데 이어 정부가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했단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7일 환경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낮추는 동시에 일회용품을 감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주요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환경부, 과태료→자발적 참여로 일회용품 규제 전환…이유는? 💱

2021년 11월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을 금지했습니다.

유상으로 판매하던 비닐봉투도 아예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고, 체육시설 내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과 함께 대규모 점포 내 우산비닐 사용 등도 금지됐습니다.

당초 2022년 1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1년간 계도기간을 뒀습니다. 이달 23일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 규칙 위반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한발 물러난 것.

환경부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현장 혼란 최소화 등을 고려해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계도기간 중 유역·지방환경청, 지자체 등과 약 21만 곳의 매장을 점검하고 관련 업계와의 30여차례 간담회를 가지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용한 결과라고 환경부는 설명했습니다.

 

종이컵·빨대·비닐봉투 규제, 변경사항은? 🤔

임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규제와 강제를 통해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과거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못했던 것은 실제 효과에 비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짊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쪽(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가 아니라 온 국민이 부담을 고르게 분담하도록 주력했단 것이 임 차관의 설명입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종이컵,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 품목서 제외

인력 고용 및 세척시설 설치의 부담으로 현장 적용이 어렵고, 해외 규제도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중심으로 규제하고 있단 점이 고려됐습니다.

그 대신 13%에 불과한 종이컵 재활용률을 제고하고 다회용컵 사용 권장 및 지원을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 연장 및 대체품 시장 성장 유도

환경부는 대체품인 종이 빨대 가격이 플라스틱 빨대의 3배에 달함에도 소비자의 만족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를 위해 대체품 품질 개선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시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연장 종료 시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대체품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계도기간 연장 시점을 결정한단 계획입니다.

3️⃣ 비닐봉투 사용금지 철회

마지막으로 비닐봉투 사용금지는 전면 철회됐습니다. 장바구니, 생분해성봉투,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화됐단 것이 환경부의 진단입니다. 과태료 부과 대신 대체품의 생활문화 정착에 주력하겠다는 것.

이밖에도 체육시설 내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 사용금지, 대규모 점포의 우산비닐 사용금지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변경된 내용을 포함해 일회용품 규제는 예정대로 오는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 환경부는 장바구니·생분해성봉투 등 비닐봉투 대체품 사용이 안착화됐다며 과태료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생분해성봉투 또한 현 상황에서는 매립·소각되는 일회용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세븐일레븐

소공연 “환영”…환경단체 즉각 반발 “종이컵·생분해봉투도 일회용” 🛍️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등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발표에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환경부 발표 직후 소공연은 성명을 통해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나 “현시점에 시행되는 일회용품 규제는 필요 기반이 전혀 구축”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서울환경연합·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일례로 생분해성봉투가 비닐봉투의 대체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옵니다. 현재 국내 생분해 처리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생분해성봉투가 소각 또는 매립되기 때문입니다.

규제 정책에 따른 감축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방기하고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작년 12월 환경부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의 속비닐 사용을 금지한 결과 비닐봉투 사용량은 2017년 1,596톤에서 2021년 466톤으로 70.8% 감소한 바 있습니다.

 

+ 일괄 규제 넘어, 기술 혁신 독려 필요하단 반박도 💪
한편, 획일화된 규제가 새로운 기술 등장을 방해할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 마루베니사가 내놓은 순환접시 에디쉬는 식품 폐기물로 만들고 퇴비화해 다시 농장으로 되돌려집니다.

일회용이지만 식품폐기물과 플라스틱 문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습니다. 일회용품 사용 전체를 금지할 경우, 에디쉬 같은 신제품 역시 일회용이란 이유로 규제될 수 있단 말입니다.

 

▲ 지난해 2월 나이로비 UNEP 본부에서 열린 플라스틱 탭 전시회 사진.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꼭지를 잠궈야 한다는 즉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Ahmed Nayim Yussuf, UNEP

플라스틱 빨대 규제, 사실상 무기한 연기 “선후관계 바뀌어” 🥤

계도기간이 연장된 플라스틱 빨대 규졔 유예도 사실상 철회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 유예에서는 계도기간 종료시점과 종료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등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을 살펴 추후 결정하겠다 밝혔습니다.

허나 지난 9월 공개된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초안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등 고위험 플라스틱을 더 신속하고 단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국이 가입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에서도 문제성 플라스틱** 제거를 과제로 제시합니다.

대체품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이 선행된 후에 규제를 도입하겠단 점에 대해서는 선후관계가 바뀌었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7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종이빨대 가격을 낮추려면 (판매)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며 선후가 바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환경산업의 특성과 연관됩니다.

환경산업은 신규 규제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종이빨대, 다회용컵 등 대체품의 가격이 안정되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선행돼야 한단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문제성 플라스틱(Problematic plastic): 불필요하거나 소재나 디자인에 문제가 있어 재활용할 수 없는 일회용플라스틱

 

▲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일회용품 감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정부가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해 환경 규제를 포기한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KTV 캡처

자발적 참여 속 “지원책·인센티브 강구할 것”…총선 표심 노렸단 지적 💬

임 차관은 브리핑에서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하고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알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일일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만이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다면서 다만 이행방식을 전환할 뿐이라고 임 차관은 덧붙였습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감축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단 계획입니다.

▲다회용품 사용 비용 지원 ▲친환경매장 지원사업 우선 선정 ▲공공기관·민간기업과 사회적 협약 체결 등을 노력한단 것이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해 환경 규제를 포기한 것 아니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환경부도 매장 운영자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피규제자의 입장만 확인했단 비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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