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13일 그리니엄의 전화 취재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정안에 대해 “소관부처가 환경부이기에 해당 법안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지자체의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2025년까지 전국 동시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 여부에 맡길 계획이라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해 향후 이어질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감사원도 지적했었다? 🏦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으로 구매 시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추후 컵 반납 시 이를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당초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자원재활용법)’ 개정에 따라 작년 6월부터 전국에서 동시 시행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를 이유로 시행이 연기됐습니다. 이후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세종시에 한해 시행 중입니다.
이에 지난 8월 감사원은 공익감사를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언제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란 점을 꼬집었습니다.
환경부는 감사결과를 수용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주·세종 시행 9개월차…지역 내 성과 엇갈려 💬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가 나온 지 불과 한달여만에 돌연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가 아닌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방향을 검토 중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12일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제도를 백지에서 검토하고 제주 등 지자체 특성에 따라 자율에 맡기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지인 제주도와 세종시의 성과가 엇갈린 모습을 보임에 따라, 지자체별 상황에 맞게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단 것이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 최근 일회용컵 반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10%대로 시작해 지난 8월 64%까지 상승한 것.
반면, 세종시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10%로 시작했으나 올해 3월 40%에 진입한 이후 계속 40%대에 머물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제주도가 지난 6월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환경부, 지자체 자율 시행 검토 인정…“법 개정안 검토 중” ⚖️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무리하게 의무화하기보다 지자체 자율에 맡기고 돕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법 개정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20년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 주체는 환경부이며 전국 의무 시행 또한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이내 전국 확대가 명시된 관련 고시도 개정돼야 합니다.
관련 보도 직후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지역의 현장의견, 운영성과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플라스틱 저감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국회에서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 돼 관계부처, 지자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개정안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 시행 필요성에 대해 소상공인의 부담 및 제도 미적용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합니다.
현재 적용 대상은 매장수 100개 이상인 가맹사업자, 즉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입니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한다해도 직영을 제외한 다수의 점주는 소상공인이라는 것.
비슷한 규모의 업장을 운영한다 해도 프랜차이즈 계약 여부만으로 적용 여부가 갈린단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에 전국 단위의 시행이 아닌, 지자체가 지역 내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시행함으로써 재활용을 촉진하면서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소상공인 비용 부담이 핵심”…잦은 정책 혼선 속 240억 세금 낭비 지적도 💸
2025년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앞두고 비용 부담을 호소해온 소상공인업계는 이번 소식에 반색을 표했습니다.
그간 전국카페사장조합 등 소상공인업계는 현재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카페 점주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가맹본부의 책임은 명확히 하지 않는 등 제도적 허점이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본부는 가맹점에 본사의 컵을 판매해 이익을 얻는 반면, 카페 점주는 반납 라벨·카드수수료· 회수 컵 처리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단 것.
지자체 자율 시행으로 개정될 경우 시범 시행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들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예·연기·축소 등 잦은 정책 변경으로 업계 혼선과 세금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연기하고 제주도와 세종시에 한해 우선 시행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다회용기 관련 스타트업들 공공 및 민간기업들과 연이은 계약 취소를 겪었습니다.
더불어 지금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투입된 세금 또한 240억 원에 달합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03년 일회용컵 보증금제에서 자율 시행의 한계가 이미 확인된 바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또 지역을 넘나들며 사용되는 특성상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지자체 자율로 시행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2025년 보증금제 공표한 서울시, ‘모범 지자체’ 사례 이어질까? 🤔
한편, 지난 7일 서울시가 발표한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이 이번 논란으로 다시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종합대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2025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종시 및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보증금 운영사례를 참고하고, 환경부와 협력해 제도 적용 대상 및 반납 편의성을 개선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자체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함께 개인컵(텀블러) 할인제 등을 통해 2026년까지 서울시에서만 일회용컵 1억 개 사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그리니엄에 “서울시가 8월 중에 관련 정책 시행을 알리고 먼저 검토를 요청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외에 도입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의 사례처럼 다른 지자체들이 호응하면서 점차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자체별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