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까지 임기를 이어갈 제10대 유럽의회 선거 결과,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전체 720석 중 190석을 차지해 제1당을 유지했습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보내진 의원들은 정치성향·이념 등에 맞춰 정치그룹(교섭단체)를 형성해 오는 7월 16일부터 임기를 시작합니다.
이제 관심은 유럽의회 선거에 맞춰 꾸려질 차기 EU 집행위원장과 유럽이사회 등 지도부 구성에 몰립니다. 유럽의회의 주요 권한 중 하나는 EU 집행위원장 선출권입니다.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한 이후 유럽의회 인준 투표로 확정됩니다.
현재 유럽국민당 소속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 도전에 나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확정된 상태입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EU 27개국 정상들은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차기 지도부 관련 논의를 할 전망입니다.
회의 전날(16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차기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을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쳤습니다. 유럽의회 의장 역시 로베르타 메솔라 현 의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밖에도 안토니우 코스타 전(前) 포르투갈 총리가 유럽이사회 의장, 카자 칼라스 현 에스토니아 총리가 EU 외교정책 책임자를 맡을 확률이 높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습니다.
새 지도부 윤곽은 이달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릴 정례 정상회의에서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EU 그린딜 주도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연임 성공하나? 🤔
그중에서도 주요 관심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 성공 여부입니다.
독일 정치인 출신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그린딜과 기후중립 등 주요 기후대응 정책을 선도한 인물입니다. 그린딜은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입니다.
그는 2019년 EU 집행위의 주요 우선 과제로 기후대응을 꼽은 바 있습니다.
실제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그린딜 발표 이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중립산업법(NZIA) ▲핵심원자재법(CRMA)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등 주요 기후통상 법안을 다수 발의했습니다. 상당수 법은 현재 EU 차원의 입법이 모두 완료됐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할 시 EU 차원의 기후통상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적단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단, 트랙터 시위 등 기후대응에 따른 ‘그린래시(친환경 정책 반발 현상)’에 대응하고자 일부 속도 조절론에 나설 수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EU 집행위원장 인준 투표 위해선 유럽의회 과반 찬성표 확보해야” 🗳️
관건은 새로 선출된 유럽의회 내 인준을 통과해야 한단 것.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유럽의회 전체 720명 의원 중 361명, 즉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유럽의회 내 각 정치그룹이 어떻게 연합할 것인가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소속된 유럽국민당은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자유당그룹(리뉴유럽)과 지난 5년간 의회에서 중도 대연정을 구축해 왔습니다.
사회민주진보동맹(136석)과 자유당그룹(80석)은 이번 선거 결과 제2·3당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선거 예측 결과 발표 직후 승리를 자축하며 이들 정치그룹과 중도 대연정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3개 정치그룹을 합하면 과반을 훌쩍 넘는 4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의회에서 함께 일했던 대규모 정치그룹에 접근할 것이다”라며 “이는 사회민주진보동맹과 중도 자유당그룹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더욱이 정체성과민주주의(ID) 등 처음부터 강경우파와 손을 잡을 경우 향후 5년간 입법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퀸메이커’ 떠오른 멜로니 총리…EU 집행위원장 연임 이끄나? 🤔
2019년 유럽국민당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후보 확정 뒤 사회민주진보동맹과 자유당그룹, 그리고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EFA)까지 더해 480여석에 달하는 대연정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가결정족수(374표)보다 9표 많은 찬성 383표를 얻어 인준 투표를 턱걸이로 통과했습니다.
인준 투표가 무기명 방식이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유럽국민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이번에도 여전합니다. 폴리티코 등 주요 정치전문매체는 유럽국민당 내부에서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사회민주진보동맹과 자유당그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퀸메이커’로 부상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강경우파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의 일원인 멜로니 총리가 속한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이번 선거에서 28.7%의 득표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탈리아에 배분된 유럽의회 의석 76석 중 최소 24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국민당 입장에서는 멜로니 총리 정당의 지지를 확보하면 일종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단 분석도 깔려 있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2022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을 찾는 등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주요 의제에서 발을 맞춰 왔습니다.
다만, 사회민주진보동맹과 자유당그룹은 유럽국민당이 강경우파 성향의 유럽보수와개혁(ECR)으로 방향을 튼다면 폰데어라이엔 집해위원장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유럽국민당은 결국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나아가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에서 압승한 극우 정치인 마리 르펜 의원으로부터도 협력을 제안받고 있습니다. 르펜 의원이 속한 정체성과민주주의는 유럽보수와개혁보다 더 극우로 분류됩니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EU 정치권에서 발언권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EU 집행위원장 선출 뒤에는 9월 중에 집행위원 후보 26명 명단이 유럽의회에 제출됩니다. 집행위원은 지역과 성별, 담당 업무 등을 고려해 EU 회원국에 1자리씩 할당됩니다.
이후 유럽의회와 인사청문회 그리고 임명 동의 투표를 거칩니다. 차기 EU 집행위원회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할 계획입니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 모아보기]
①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약진…EU 기후정책 향방은?
② 프랑스 조기총선·독일 집권당 참패 등 유럽의회 선거에 EU 권력지형 급변 예고
③ EU 그린딜 주도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연임 성공하나?
④ 유럽의회 우경화…“자국우선주의에도 韓 기업 호재 가능성 대두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