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급망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 전략이 반도체 같은 첨단제조업에서 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나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정책대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정선영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 등 5명이 공동 작성했습니다.
2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제협력을 통한 핵심광물 등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더불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와 수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기술간 융합을 저해하는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성도 강조됐습니다.
AI 주도 디지털 혁신·기후대응 등 공급망 재편 영향 🚢
보고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 등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먼저 짚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등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로 인해 상품교역은 전반적으로 둔화됐습니다. 반면, 서비스 형태 교역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 덕에 교역 가능한 서비스의 범위가 크게 확충된 덕분입니다.
보고서는 “공급망에 내제된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며 “인식의 전환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급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국가 간 교역이 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 가교국을 통한 간접교육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또 그간 제조업 비중을 축소하던 미국·유럽연합(EU) 같은 선진국들은 자국 내 핵심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크게 3가지가 미래 공급망 재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①인공지능(AI) 주도 디지털 혁신 ②서비스 교역 확대 ③기후변화 대응 순입니다.
제조업 서비스화·청정기술 경쟁 → 공급망 재편 불가피 📦
보고서는 이같은 변화가 상반된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AI·반도체·전기자동차·배터리 등은 디지털 혁신과 제품 무형화를 동반한 서비스 교역 확대는 공급망을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공급망 내제화와 블록화 흐름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청정기술과 핵심광물을 둘러싸고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은 디지털 혁신과 결합해 친환경 생산공정을 촉진할 것”이라면서도 “국제규범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무역갈등의 요인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공급망 분절화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한은, 韓 수출 제조업 중심…서비스 비중 늘려야 📊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한은은 진단했습니다.
첫째, 생산구조가 제조업에 치중돼 있습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은 27%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보다 높습니다.
경제규모 면에서도 한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중국(29%) ▲대만(31%) ▲아일랜드(36%) ▲베트남(38%) 등 4개국에 불과합니다. 독일과 일본 역시 제조업 비중이 30% 내외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생산구조가 소득수준이 유사한 국가에 비해서 제조업에 치우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둘째, 수출의존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한은은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증가세가 2010년대 들어 완만해졌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가 올랐을뿐더러, 중국 안에 있던 생산기지가 다른 나라로 이전하며 이웃나라인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셋째,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 성장은 다소 더딘 편입니다. 한국은 2010년 이후 서비스 수출의 연평균 증가율이 4.6%입니다. 이는 글로벌 성장세(6.0%)를 하회한 겁니다. 수출에서 서비스 비중이 글로벌 평균(25%)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향후 중간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해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조언입니다.
보고서는 또 핵심광물과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양국 간 높은 경제적 상호 의존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적 협력관계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피터슨 파슨 소장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블록화 흐름이 향후 2~6년 이내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아직은 미국 기업이 중국 생산기지와 시장에 크게 의존할뿐더러, 중국 또한 미국 금융시스템과 거대 소비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재편 시대, 기술융합 저해 규제 축소 필요” ⚖️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①첨단제조업 내 기술 유지 ②국제적 전략적 협력 통한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 ③제조업 내 서비스화 및 디지털 서비스화 투트랙 전개 ④ESG 공급망 가속화 순입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AI 반도체칩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지금의 선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맞춤형 생산 및 정밀 제조기술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입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합니다.
한은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같은 다자간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핵심광물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 필요성도 언급됐습니다. 보고서는 “관련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병목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조업 내 서비스 수출 비중 확대 노력도 재차 언급됐습니다. 보고서는 “기술간 융합을 저해하는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ESG 공급망 가속화입니다.
이는 기후대응과 ESG 경영 강황에 따른 국제사회의 규제 변화에 한국도 재빠르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 등을 골자로 한 기후공시가 대표적입니다.